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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한식에 기회의 땅…10년간 수출액 세 자릿수 증가

곡산 2023. 11. 12. 21:20
유럽, 한식에 기회의 땅…10년간 수출액 세 자릿수 증가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3.11.10 11:54

라면, 프랑스 18배-네덜란드 10배-독일 7배-영국 3.6배 급증
고추장 소스·비빔밥 등 인기에 현지 업체도 생산…경쟁 구도
건강 관심·채식주의자 증가로 전통·케일 김치 등 종류 다양화
떡볶이 간편식·김 스낵 등 유통…만두·과자·음료·주류 수요도
 

현재 유럽 식품 시장을 관통하는 가장 주요한 키워드는 ‘건강’이다. 또 아시아 식품이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서양의 전통 식품이나 요리보다 건강에 더 좋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수요를 촉진하고 있다. 최근엔 한류 영향과 건강식 및 웰빙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증가함에 따라 K-푸드에 대한 관심이 꺼지지 않고 있으며, 수출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수출 규모는 라면이 가장 크다. 라면은 2022년 기준 유럽 내 전체 한국식품 수출의 11%를 차지했다. 수출 금액은 8901만6천 불로 10년 전인 2013년과 비교해 유럽 전체 593% 상승했다. 김치도 건강·비건에 관한 관심 확대로 시장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코로나를 거치면서 유럽에서 발효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현지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수출액도 크게 늘어나 2022년 1514만8천 불을 기록하며 10년 전보다 497% 상승했다. 고추장 또한 매운맛 유행과 한식 수요로 인해 수출액이 크게 늘었다. 2022년 기준, 유럽 내 고추장 수출액은 500만1천 불로, 2013년보다 396% 상승했다. 만두류와 소주를 중심으로 한 주류 수출액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만두류는 2022년 기준 761만5천 불(2013년 대비 312% 상승), 주류는 808만8천 불(2013년 대비 390% 상승) 어치를 수출했다.

 

그동안 '한식의 불모지'였던 유럽 시장은 이제 ‘기회의 땅’으로 다가오고 있다. 각 기업도 이를 염두에 두고 유럽 소비자의 입맛을 정조준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는 등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aT 파리지사도 최근 K-푸드 수출 지원 노력의 하나로 최근 유럽 시장 내 한국 수출 식품의 유통현황과 현지 경쟁 식품 등을 분석한 ‘유럽 대형유통매장 내 한국식품 판매현황 조사’ 보고서를 펴냈다. 본지는 해당 보고서 중 규모가 큰 서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현황을 재정리했다.

▨ 영국

영국에서는 최근 다양한 아시아 요리에 영감을 받은 제품이 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소스류가 눈에 띈다. 현지 언론에서도 영국 소스 시장은 세계화되고 있으며 고급 식품 품목에서 이러한 양상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달콤함과 매콤함을 결합한 소스와 양념이 시장에서 부상하고 있으며 매운맛 트렌드는 세계 음식에 대한 현지 소비자들의 호기심과 흥미와도 직결되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한국 소스를 예로 들며, 고추장과 김치 마요네즈, 쌈장 등은 ‘담그고, 찍어 먹고, 재워두기에 좋다’고 밝혔다.

 

실제로 런던에서는 고급 식품 유통매장들을 중심으로 고추장이나 치맥 소스 등 한국 소스가 판매되고 있다. 다만 해당 제품들은 한국 수출 식품이 아닌 영국이나 아일랜드 등 현지 유럽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이국적인 맛을 시도하고 싶지만 현지 국가나 해당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라면, 우동 등 아시아식 인스턴트 누들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엔 종류도 더 다양해져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또 건강에 관한 관심이 증가해 곡물, 채소, 글루텐프리 재료 등을 활용한 인스턴트 누들이 등장하는 추세다. 특히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꾸준해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 김치 불닭볶음면의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김치는 BBC가 김치의 영양적 가치와 이점을 소개하면서 전통 김치뿐 아니라 케일 김치 등 다양한 종류가 소개되고 판매되고 있다. 또 김치만두, 김치볶음밥, 냉동 김치전 등 다양한 김치 포함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유통되고 있는 김치류의 주요 패키징은 파우치가 가장 많으며 캔에 포장된 제품은 대부분 한국 제품이다. 김치 양념의 경우 한국 제품은 대부분 파우치 형식으로 판매되고 있으나, 해외 생산 제품은 플라스틱이나 유리병 형태로 판매 중이다.

 

이 외에도 새우 맛 과자나 현미 스낵 등 한국 과자의 특성을 살린 스낵류들이 현지 대형 유통매장을 통해 판매되고 있으며, 한국산 김 제품도 유통 중이다.

 

한편, 2022년 기준 영국의 전체 한국식품 수출액은 8551만7천 불을 기록했다. 이는 10년 전인 2013년 수출액 4511만1천 불과 비교하면 89.6% 증가한 수치다. 2022년 기준, 품목별 10년 상승률은 라면이 360.3%로 가장 높다. 또 김치가 273.3%, 고추장이 312.6%, 만두류가 312.6% 등으로 큰 성장을 이룩했으며, 과자류(128.7%), 주류(67.7%), 음료(19.0%) 등도 수출액이 상승했다.

 

◇ 경쟁 식품

한국 수출 식품의 경쟁 식품으로는 유럽 현지 생산 한국식품과 중국, 일본, 베트남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제조되어 유럽으로 수출된 한국식품으로 분류된다. 특히 김치나 간편식의 경우 현지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많으며, 소스는 중국에서 제조되어 유럽으로 수출된 제품도 있다. 또 불고기나 한국식 치킨 등 간편식이나 만두류 등은 아일랜드나 독일에서 생산돼 영국에 유통이 되고 있다.

 

고추장 등 소스류는 플라스틱 용기로 된 한국 수출제품과는 달리 유럽과 영국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은 대부분 유리 용기로 만들어졌다. 또한 매운맛에 익숙지 않은 현지 소비자들을 위해, 직관적으로 맵기 정도를 알 수 있는 척도가 제품에 표기되어 있기도 하며, 조리 빈도와 양을 고려해 소용량을 앞세운 맞춤형 소스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또한 최근 한식의 인기가 치솟자 일반 브랜드에서도 비빔밥 밀키트, 한국식 치킨, 한국식 불고기 밥 등 여러 조리식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현지 대형 유통업체들도 한식 간편식을 판매하고 있다. 원산지는 모두 영국, 아일랜드, 스페인 등 유럽이다.

 

▨ 프랑스

2022년 기준, 프랑스의 전체 한국식품 수출액은 1억1619만6천 불로, 10년 전인 2013년에 기록한 2902만6천 불과 비교해 300.3% 증가했다. 또 품목별 10년 상승률은 영국과 마찬가지로 라면이 1874.3%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김치가 406.2%, 고추장이 352.8%, 음료 401.5%, 과자류 569.9%, 만두류 575.5%, 주류 600.0% 등으로 모든 품목에서 수출액이 상승했다.

 

프랑스 유통매장에서 눈에 띄는 품목은 라면이다. 다양한 종류의 한국산 라면이 매장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김 제품은 글루텐, MSG 혹은 인공색소나 보존제를 넣지 않았다고 표기해 유통하고 있으며, 쌈장은 제로 글루텐인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유럽 내 대형 유통매장의 아시아 식품 코너에서는 고추장, 쌈장, 된장, 불고기 소스, 핫소스 등 한국에서 수출한 소스류 제품들을 여러 개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까르푸, 모노프리 등에서 한국산 소스를 판매 중이다. 이 제품들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독일 등 타 유럽국가의 대형 유통매장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이 외에도, 프랑스 브랜드 ‘타노시’에서 만든 한국산 제품들도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이 브랜드는 본래 일본 식품을 출시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최근엔 한국과 인도, 베트남 등 다른 아시아 식품들도 판매하고 있다. 한국소스 제품은 불고기 소스, 잡채 소스, 비빔밥 소스 등 3종류가 있으며, 2021년부터 출시해 프랑스 전역에서 판매하고 있다.

떡볶이 제품도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즉석조리 떡볶이 간편식, 떡볶이 떡 등 관련 제품이 여러 대형 유통매장에서 유통 중이다. 최근에는 현지에서 생산한 김밥이나 비빔밥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 경쟁 식품

한국에서 수출하는 김치를 제외하고 현지에서 유통되는 김치는 모두 현지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다. 일반 대형 매장의 아시아 식품 매대 또는 유기농 전문매장 내 발효식품, 절인 식품 매대에서 판매 중이다. 이는 김치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현지화되었다고 분석할 수 있다. 현지에 유통되는 김치는 비교적 고춧가루를 덜 사용해 색이 옅고, 유리병에 220g~330g의 소용량으로만 유통 중이다.

 

타노시는 잡채 소스, 비빔밥 소스, 불고기 소스 등을 판매하고 있다. 모두 ‘MSG 제로’ 표기가 되어 있으며, 한국 수출 식품이다. 하지만 해당 브랜드의 김치, 김치라면, 잡채 등은 모두 중국산이다.

현지 냉동식품 전문매장인 피카르에서는 2018년부터 한국 식품들을 제조 및 판매하고 있다. 현재는 비빔밥과 잡채, 김치닭고기 덮밥, 돼지불고기 덮밥 등 총 4종을 상시 판매하고 있다.

 

▨ 독일

독일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평균 9%의 수출 증가세를 보였다. 금액으로는 2022년 기준 9375만3천 불을 기록했다. 이는 10년 전인 2013년의 수출액 3529만6천 불보다 165.6% 증가한 액수다. 2022년 기준, 품목별 10년 상승률은 김치 608.8%, 라면 742.2%, 고추장 309.9%, 음료 573.7%, 과자류 361.7%, 만두류 260.6%, 주류 580.0% 등으로 모든 품목에서 수출액이 상승했다.

 

독일 내 아시아 식품에 대한 선호도는 독일, 이탈리아 다음으로 높다. 한국과 중국, 일본, 베트남, 태국 음식이 유명하며, 아시아 식품은 맛이 좋고 건강한 이미지로 주로 젊은 층을 대상으로 인기가 있다.

 

코로나 이후엔 건강과 면역에 관한 관심 증가와 한류의 영향으로 K-푸드 수요가 증가했다. 김치, 김, 비빔밥 등 한식은 신선하고 건강한 재료로 만들어진다는 인식으로 건강과 면역을 중시하는 식품 소비트렌드에 부합해 인기가 커졌다.

독일 내 대형 유통매장에서는 여러 종류의 한국 라면은 물론 우동 등 면류도 찾아볼 수 있다. 또 한국산 고추장, 간장, 된장, 쌈장 등 소스류와 김치, 만두류가 판매되고 있으며, 김스낵과 김자반, 김밥김 등 다양한 김 제품도 유통 중이다.

 

◇ 경쟁 식품

유럽 내에서 생산된 한국불고기맛 라면이나 김치, 한국식 해초 샐러드, 한국식 볶음밥 등이 판매되고 있다. 김치는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이 유기농 전문매장을 통해 판매 중이며, 220g의 소용량으로 유통 중이다.

 

▨ 네덜란드

2022년 기준, 네덜란드의 전체 한국식품 수출액은 1억7477만1천 불을 기록했다. 이는 10년 전인 2013년 수출액 1억73만4천 불보다 73.5% 증가한 액수다. 2022년 기준, 품목별 10년 상승률은 김치 648.4%, 라면 1100.0%, 고추장 213.1%, 음료 516.3%, 과자류 147.4%, 만두류 41.8%, 주류 1073.6% 등으로 모든 품목에서 수출액이 상승했다.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라면은 여러 브랜드가 다양한 유통채널에서 판매 중이며 특히 불닭볶음면은 치즈, 스튜 등 타 서유럽 3국에 비해 훨씬 다양한 종류가 유통 중이다. 또한 인기가 많은 라면의 경우 전용 매대가 마련될 정도로 현지에서는 한국산 라면의 인기가 높다.

 

김치와 불고기 소스, 핫소스, 고추장, 쌈장, 제육볶음양념 소스 등 다양한 한국 소스류가 현지 유통업체 알버트 하인(Albert Hein)에서 판매 중이다. 해당 업체는 2022년 기준 네덜란드 유통시장의 23.9%를 점유하고 있는데, 이곳을 통해 한국 수출 식품이 약 30개가 유통되고 있다.

 

◇ 경쟁 식품

서유럽 3국과 비교해 많은 수의 김치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데, 모두 네덜란드산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소스류로는 요기요라는 영국 한식 브랜드에서 만든 Hot & Fiery Korean chilli sauce, Korean sesame soy 등 한국산 소스가 유통되고 있다. 원산지는 영국 혹은 태국이다. 이 외에도, 일본산, 중국산, 태국산 등 타 아시아 국가들에서 수입한 간장 제품들이 유통 중이다.

 

한편, 최근 네덜란드를 포함한 서유럽의 소비트렌드는 채식주의자 증가로 인한 친환경 및 웰빙 제품의 확대다. 이에 현지 유통업체도 식물성 기반 PB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식품의 채식‧건강 특성을 강조해 현지 대형 식품 유통업체와 협력할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