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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의 나라’ 프랑스에 뒤늦게 부는 채식 바람

곡산 2023. 11. 6. 07:41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 뒤늦게 부는 채식 바람
  • 트렌드
  • 프랑스
  • 파리무역관 곽미성
  • 2023-11-02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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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해산물 가공식품 판매 지속 하락…식물성 치즈 성장률 증폭

파인 다이닝부터 프랜차이즈까지, 육류 제외한 채식 메뉴 제공

탄소 배출량과 동물의 기본권 등에 대한 우려로 채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2022년 기준, Statista에서 발표한 국가별 비건/베지테리언의 비율을 보면, 유럽 외 국가 중에서는 인도가 힌두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의 영향으로 가장 많은 채식인구(40%)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고, 그다음으로 중국(10%), 미국(9%), 캐나다(7%) 순으로 조사됐다. 유럽 국가 중에서는 스위스가 15%로 가장 높고, 독일 9%, 영국 9% 순이다. 프랑스는 그보다 낮은 6%로 조사됐다.

 

<2022년 주요국 채식 인구 비율>

(단위:%)

주: 1) 연두색은 비건(육류, 해산물, 유제품, 달걀 등 제외한 식물성 식품만을 섭취) 인구 비율

2) 녹색은 베지테리언(육류를 제외한 식품 섭취) 인구 비율

[자료: Statista]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육류 중심의 요리 문화가 발달한 나라로 이에 대한 자존심이 강해서인지 주변 유럽 국가에 비해 채식 인구가 많지 않은 편이었으나, 최근 들어 대도시를 중심으로 많이 증가하는 추세다.

 

대체육류 시장의 성장

 

프랑스는 주변 유럽 국가인 독일이나 영국에 비해 채식주의와 채식의 인기가 높지 않은 편이지만 붉은 육류 소비의 대안을 찾는 소비자들은 증가하고 있다, Euromonitor의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육류 및 해산물 가공품 판매는 2016년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인다. 제품군 자체의 인기는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염분이 높은 가공육의 특성과 적색육류와 각종 질병의 발병률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동물 복지와 건강 및 환경 문제에 대한 우려도 육류 소비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2년 기준, 프랑스의 가공 육류, 가공 해산물, 대체 식품 및 두부 등 파생 식품까지의 종합 시장 규모는 148억 유로 규모이며, 그중 가공육의 매출 규모가 103억 유로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성장률은 2022년 매출 규모 17110만 유로를 기록한 육류 및 해산물 가공식품 품목과 1060만 유로를 기록한 두부 등 파생식품 품목이 2022년 기준 15% 이상으로 더 높게 나타났다.

 

<프랑스 가공육, 가공해산물, 대체육 및 파생식품 시장규모 및 성장률>

(단위: € 백만, %)

[자료: Euromonitor]

 

프랑스의 육류 및 해산물 대체 식품시장은 소매량 측면에서 향후 역동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대체육 식품이 점점 실제의 육류와 비슷한 식감과 풍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건강상의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점점 더 혁신적인 옵션으로 끊임없이 진입하고 있다.

 

한 예로, 프랑스 스타트업 라비(La Vie)의 경우 2022 100% 식물성 베이컨 개발에 성공했다. 해바라기 오일, 천일염, 타피오카, 곤약, 버섯과 효모를 베이스로 한 레시피로 육류와 비슷한 맛과 외관을 가진 베이컨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돼지고기 지방보다 탄소배출량이 3배나 적다. 현재 프랑스 전역의 1000여 개의 유통망에 입점해 있고, 버거킹의 식물성 버거 등 여러 주요 브랜드에도 납품되고 있다.

 

<스타트업 La Vie의 식물성 베이컨

[자료: La Vie]

 

프랑스인들의 채식에 대한 관심은 식당 메뉴에서도 확인된다. 컨설팅 기업 Food Service Vision의 발표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미슐랭 별 1개 이상을 받은 식당 630여 곳 중 채식주의 혹은 비건 메뉴를 제공하는 식당이 145개로 집계됐다. 또한, 프랑스 내 12개 대형 체인 레스토랑 중 11개와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14개의 체인 중 11개가 채식 메뉴를 포함하고 있다경제 전문지 레제코(Les Echos)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40%가 한 주간의 식사 중 최소한 한 끼를 육류와 생선류를 제외한 비건식으로 하고 있으며, 고기와 생선 없이 운영되는 채식 레스토랑도 증가하는 추세다

 

패스트푸드 체인점들도 채식 메뉴 개발에 적극적이다. 버거킹의 경우 4가지 고기 없는 버거와 샌드위치에 더해 2023년 봄에는 두 달 동안 채식 치킨버거 메뉴를 선보인 바 있다. 2022년 와퍼를 포함한 4가지의 대표 채식 버거 매출은 버거킹 프랑스 전체의 20%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또한, KFC 매장에서는 2022 8월 버섯 단백질로 만든 채식 버거가 한정판으로 출시된 바 있고, 성공을 거두면서 영구 메뉴로 자리 잡았다. 프랑스 전국적으로 레스토랑 체인을 운영하는 바리에르그룹(Groupe Barriere)이 자사의 셰프들을 대상으로 채식 메뉴 개발을 위한 ‘100% 채소 챌린지를 개최한 것도 상징적이다. 이 챌린지에서 우승한 아티초크 기반 레시피는 그룹 내 140개 레스토랑의 메뉴에 자리 잡았다.

 

식물성 유제품 인기

 

한편, 우유·요구르트·치즈 등의 유제품 시장에도 채식 바람이 거세다. Euromonitor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프랑스의 식물 베이스 유제품 시장 규모는 약 33100만 유로로 전년 대비 약 2%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식물성 우유 가격이 일반 젖소 우유에 비해 높은 것을 감안하면 2022년부터 이어지는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는 평가다. 식물성 유제품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은 식물성 우유 품목이 차지하고 있는데 2023년 기준 총 26100만 유로를 기록했고, 그다음으로 식물성 요거트가 11450만 유로를 기록했다. 식물성 치즈의 경우 990만 유로에 그쳤으나, 성장률은 30% 이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프랑스 식물성 유제품 품목별 시장규모 및 성장률

(단위: € 백만, %)

[자료: Euromonitor]

 

프랑스 국립 낙농협의회(Centre national interprofessionnel de l’economie laitier)에 등재된 치즈 품종의 수는 1200종에 달하고, 2019년 프랑스 국민 한 명당 소비한 치즈는 26.8㎏ 이상이라고 한다. 프랑스 미식의 보석으로 여겨질 만큼 프랑스인은 자국산 치즈에 무한한 애정을 품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치즈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치즈를 생산하기 위해 드는 동물 사료와 축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으로 프랑스 식물성 치즈 업계에서는 최근 들어 주요 유제품 브랜드와 혁신적인 소규모 기업이 결합해 출시하는 제품들이 증가하고 있다. 보통 빵에 발라먹는 스프레드나 익혀 먹는 용으로만 출시됐던 식물성 치즈 제품이 염소 치즈와 양 치즈의 맛을 재현하며 다양한 제품으로 출시되고 있다.

 

한 예로 레누보아피뇌르(Les Nouveaux Affineurs)는 요리사, 엔지니어, 과학자, 치즈 제조 전문가들이 함께 개발해 2017년 론칭한 식물성 치즈 브랜드다. 유기농 캐슈너트, 대두, 소금, 발효액 등 제한된 재료의 레시피로 특허 기술을 보유했고, 현재 프랑스 유기농 전문 체인점 등 146개 매장에서 판매 중이며, 스페인·벨기에·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에도 수출되고 있다. 2020 200만 유로의 투자 유치에 성공해 연간 400톤 생산 가능한 첫 번째 공장을 파리 근교에 설립했다.

 

<레누보아피뇌르(Les Nouveaux Affineurs)의 식물성 치즈>

[자료: Les Nouveaux Affineurs]

 

시사점

 

건강 및 환경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으로 프랑스에서도 식물성 제품이 인기를 끌며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두부 및 콩 등으로 만든 대체육류 제품도 이제는 흔해졌고, 소비자들의 인식도 나날이 좋아지는 추세다.

 

프랑스의 한국 식품 유통기업 K사 측은 KOTRA 파리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수출 시 식자재 성분 규제가 까다로워지는 추세로 프랑스로 수출 시 원료 조달처와 제품 생산지를 다변화하는 등의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채식 및 비건 식품과 관련한 EU의 공식 인증제도는 없으나 채식 식품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유기농 인증을 획득하는 것이 좋은 전략으로 보인다.

 

또한, 프랑스 진출을 위해서는 프랑스 소비자들의 트렌드와 입맛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랑스에서 격년으로 열리는 유럽 최대 규모의 식품 박람회 SIAL과 같은 행사에 참가해 영업 활동을 벌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친환경, 투명성 등이 강조되는 유럽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까다로운 수입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준에 맞추어 제조한다면 한국식품의 프랑스 시장 진출은 매우 희망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자료: Statista, Euromonitor, Food Service Vision, 프랑스 낙농협의회, Les nouveaux affineurs, 일간지 Le monde, Les echos, Le figaro, KOTRA 파리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