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쟁력 갖춘 러시아 ‘식물성 식품’ 탄탄한 성장

곡산 2023. 2. 6. 07:37
경쟁력 갖춘 러시아 ‘식물성 식품’ 탄탄한 성장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3.02.03 10:26

2000억 원 규모 시장 수요 두 자릿수 증가…수출입도 활발
식물성 우유 맛으로 인기…카페 소비량 늘려
육류 1년 새 생산 2배 급증…계란 등도 개발
명확한 규정 없고 원료 조달 어려움 해소 과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식물성 식품에 대한 소비가 잠시 주춤할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식물성 식품 시장은 소비 증가와 함께 풍부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올해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코트라 블라디보스톡무역관에 따르면, 식물성 식품에 대한 현지 수요는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 식물성 제품 생산자연합에 따르면 2021년 말 현지 식물성 식품 시장 규모는 105억 루블(약 1885억 원)을 초과했으며, 이 중 식물성 우유 시장 매출은 약 55억 루블, 식물성 육류 매출은 약 40억 루블에 달했다. 시장 수요도 매년 평균 약 20%씩 증가하고 있는데, 현지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장세를 그동안 시장의 낮은 포화도와 이에 따른 기저 효과로 설명한다. 또한 러시아 식물성 식품 시장은 1조5000억 루블 이상으로 추산되는 전체 낙농업 시장 규모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어서 향후 성장 잠재력도 풍부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수요가 증가하면서 현지 생산 및 수출, 수입도 모두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8500톤에 불과했던 식물성 우유 생산량은 2020년 2만4000톤, 2021년 14만6000톤을 기록하며 최근 2년간 17배 급증했다. 또 식물성 육류 생산량은 2021년 12만6000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배 증가했다. 식물성 우유 수입은 2021년 전년 대비 27% 증가한 1만9000톤을 기록했으며, 수출도 전년 대비 70% 증가한 1700톤를 기록했다. 식물성 육류 수출은 24% 증가한 5만1000톤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식물성 식품이 갈수록 현지에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단순 유행이 아니라 제품 자체의 경쟁력에 기인한다.

한 예로, 로스카체스토(Roskachesto) 소비자 행동 연구센터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소비자들이 식물성 우유를 구매한 이유에 대해 ‘맛’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6%였다. 이는 유행(18%)이나 유당 불내성(14%) 등을 고른 소비자보다 월등히 많다. 즉 러시아에서 식물성 우유는 유행이나 기존 우유의 대체재로 인식되기보다는 제품 자체를 인정받고 있음을 나타내며 향후에도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현재 러시아에는 콩, 아몬드, 코코넛, 귀리 등을 원료로 한 다양한 식물성 우유가 판매되고 있다. 아울러 러시아 일부 카페에서도 유제품 소비량의 10~20%를 식물성 제품으로 대체하는 등 식물성 식품의 소비 범위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러시아 상점 내 식물성 우유 전용 판매대 (자료: KOTRA 블라디보스톡무역관)

이렇듯 식물성 식품에 대한 인기와 수요가 증가하면서 공급자 간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져 제품 가격이 하락함과 동시에 제품 경쟁력은 더욱 증가하고 있으며, 새로운 대체식품 개발을 통한 신시장을 개척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또한 일부 현지 기업은 오믈렛 등을 만들기 위한 액체형 계란과 껍질이 있는 계란 형태의 식물성 대체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기존 생선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생선을 개발하는 곳도 있다.

이러한 성장 속도에도 불구하고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몇 가지 과제가 있다.

먼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제재, 물류난 등으로 기존 공급망이 붕괴됨에 따라 일부 원재료, 설비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우호국 내 새로운 대체 공급업체를 찾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과일 및 곡물 페이스트와 분말, 시럽, 고구마, 대두 레시틴, 완두콩 분리물, 전분, 아스코르빈산, 코코아 버터, 덱스트로오스, 에리스리톨, 코코아 매스, 말린 딸기 등 재료와 병입, 포장, 멸균·저온 살균 라인 등 설비, 포장재 등의 수급에 애를 먹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제조기업들은 제품의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현지에서 조달 가능한 품목으로 재료, 설비를 대체하는 등 생산 최적화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현지 생산자 연합은 국가 지원을 필요로 하는 품목 목록을 준비해 러시아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등 다방면에 걸쳐 해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둘째로, 생산자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한 식물성 제품에 대한 명확한 식별 규정이 없다는 것이 시장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EAEU 내 별도 HS Code가 없다는 것도 산업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요인 중 하나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한편, 러시아 식물성 제품 생산자연합은 2029년 세계 식물성 육류시장은 1400억 달러, 2026년 식물성 유제품 시장은 332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 예상하며, 러시아가 향후 10년 내 전 세계 식물성 육류 생산의 최대 15%를 점유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또한 이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현지 제조업체들이 수입 대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생산을 최적화하면 아‧태 지역 등으로의 수출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또한 현지 생산기업 관계자는 중국, 인도, 일본에서 식물성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지만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며 러시아 제품은 이들 국가에서 큰 인기를 얻고 틈새 시장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