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현 기자
- 승인 2022.08.22 07:52
세척·정제 불구 껍질만 도정하는 밀보다 높아
국내 생산량 적어 99.3%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
조달 차질 땐 식품·주류 등 3만7000여 업체 피해
전분 등 수입산은 적용 예외…국산 가공품 역차별
지난 6월 국내로 수입된 옥수수 6만3000톤에서 잔류농약인 말라티온이 허용기준(0.03ppm) 보다 높은 0.8ppm이 검출되며 구매된 물품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올 1월 식약처의 ‘식품의 기준 및 규격’이 일부 개정 고시되며 말라티온의 PLS(잔류허용기준)가 기존 2.0ppm에서 0.03ppm으로 강화됐기 때문이다.
6월은 옥수수 수입 가격이 가장 높은 시기이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구매했으나 제동이 걸리며 국내 수급에 차질이 발생한 것이다.
식품업계가 국내 PLS 완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현재의 PLS 적용이 유지될 경우 수급 불안정이 지속돼 식품산업 및 국가경제에도 큰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식용 옥수수의 경우 수 차례 세척과 정제과정을 거쳐 전분을 생산하고 있음에도 껍질만 도정해 밀가루를 생산하는 밀 보다 강화된 PLS가 적용되고 있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는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 기준과 어깨를 나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연간 국내에서 소비되는 옥수수는 220만톤이다. 자급률 0.7%에 불과한 옥수수는 99.3%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식약처의 PLS 설정은 업계가 근거자료를 제출할 경우 검토해 농약별로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근거 제시가 없을 경우에는 무조건 불검출 수준(0.01ppm)을 적용하고 있다.
이중 옥수수는 127종의 PLS 설정 외에는 불검출 수준을 적용 중인데, 특히 주로 검출되는 성분인 말라티온의 경우 기존 2.0에서 0.03mg/kg으로 강화된 것이다. 반면 미국과 EU는 8.0ppm, 일본은 2.0ppm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PLS가 지속된다면 식용 옥수수의 경우 국내 생산령이 극히 적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공급 불안정 시 가격상승 및 식품대란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PLS 국내 기준을 충족하는 옥수수 구매가 점차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PLS 시행 이전 공급 입찰에 참여하는 공급업체가 메이저업체 포함 10~15개사에 달했으나 현재는 메이저업체에서도 참여를 포기한 4개사에 불과해 가격 경쟁력이 많이 약화된 상태다. 무엇보다 기존 입찰에 참여하는 4개사 마저도 국내 PLS를 맞추기에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어 옥수수 구매는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옥수수 도입 차질이 발생할 경우 옥수수를 원료로 사용하는 식품 제조업계, 주류업계, 제지업계 등 약 3만7000개 업체들의 제품 생산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결국 제품공급이 어려워져 소비자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업계는 말라티온의 경우 곡물별로 적용기준이 다른 점을 꼬집고 있다. 현재 국내 PLS는 밀 8.0ppm, 옥수수 0.03ppm, 대두 0.01ppm으로 기준이 설정돼 있다. 수 차례 세척과 정제과정을 거치는 옥수수, 대두와 달리 껍데기만 도정해 유통되는 밀이 더 기준이 완화되고 있는 점을 업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동시 설정돼 잇는 농산물 PLS 52종을 비교했을 때 더 낮은 기준치를 적용받는 건수는 옥수수 33종, 밀 7종이다.
또한 전분, 콩기름, 밀가루 등 수입완제품의 경우 PLS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옥수수나 대두를 원료로 사용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가공품은 수입 완제품과 역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국의 PLS 적용 기준이 우리와 달라 우리나라 기준에서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으나 수입국 기준으로 식용에 적합할 경우 그 나라에서 가공된 제품이 국내 수입 시 PLS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 예로 말라티온의 경우 PLS가 한국은 0.03ppm이지만 미국은 8.0ppm이다보니 미국에서 옥수수가 전분으로 가공돼 국내 수입된 제품은 PLS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 관계자는 “국민 먹을거리 안전을 위해 유해물질 검사 등 철저한 안전관리는 반드시 필요한 규제이지만 선진국의 적용사례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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