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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가 바꾸는 주류 시장…일본 하드셀처-중국 저도주 강세

곡산 2022. 6. 2. 07:48
Z세대가 바꾸는 주류 시장…일본 하드셀처-중국 저도주 강세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2.06.01 09:10

저칼로리 알코올 음료 ‘하드셀처’ 맥주·츄하이와 일전 예고
백주보다 부드러운 술 찾아…저도주 올해 20% 성장 90조 원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란 말이 자주 언급됐다. 즉 건강한 생활을 실현하기 위해 음주를 의도적으로 멀리하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다. 이러한 음주 문화는 특히 향후 소비와 트렌드를 이끌 것으로 주목받는 Z세대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실제로 밀레니얼 세대가 앞선 세대보다 술을 덜 마시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최근 주류시장에서는 저알코올, 무알코올 음료가 큰 인기를 얻으며 시장을 급속히 확대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과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즉 일본에서는 최근 ‘하드셀처’가 급부상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저도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기존 주류 시장과 뜨거운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하드셀처’ 일본 본격 출시…맥주·츄하이와 한판 승부 불가피
깔끔한 뒷맛 캔 제품 젊은 취향…오리온맥주 등 출시 잇따라


코로나 장기화로 헬스케어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저칼로리 알코올음료가 있다. 바로 ‘하드셀처(Hard seltzer)’로, 이 음료가 일본에도 상륙해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맥주와 츄하이 등 기존 주류와 뜨거운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코트라 나고야무역관에 따르면, 최근 일본 주류시장에서는 글로벌 알코올음료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 하드셀처를 각 제조사들이 앞다퉈 출시하며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현재 일본 주류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맥주와 츄하이다. 맥주가 압도적 1위를 자랑하고 있으며, 신장르 알코올음료인 ‘츄하이’가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청주, 소주, 위스키, 와인 순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특히 츄하이 시장은 20~30대 여성에게 인기몰이를 하면서 2018년 처음으로 연간 2억 병의 판매실적을 달성한 이후 2019년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대비 11%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이름도 생소한 ‘하드셀처’가 ‘저알코올, 저칼로리, 저탄수화물’을 내세우며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최근 일본 맥주는 쓰고 탄수화물 성분이 많아 젊은 층이 점점 멀리하고 있다. 또 단맛이 많이 나는 츄하이는 개성과 건강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과 거리감이 있어 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맥아와 사탕수수의 당분을 발효해 얻은 알코올에 탄산수를 섞고, 과일향을 첨가해 만든 하드셀처는 알코올 도수가 4~6% 정도로 낮고, 저칼로리에 당이 적어 건강한 음주 문화를 즐기는 Z세대를 중심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수요를 반영해 일본 대형 주류기업들은 앞다퉈 하드셀처 제품을 발매하고 있는데, 작년 말 처음으로 오리온 맥주가 하드셀처를 출시했으며 기린맥주, 일본 코카콜라, 아사히 음료 등도 올해 본격 시장 참여를 발표하는 등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저알코올과 저칼로리, 저탄수화물을 내세우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하드셀처‘가 일본에 본격 상륙하면서 그동안 일본 주류 시장을 이끌던 맥주, 츄하이와 뜨거운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자료 : 나고야무역관

한편, 하드셀처는 1993년 쿠어스의 ‘지마(ZIMA)가 시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큰 인기를 누리지 못하다가 2016년부터 미국의 2030세대를 중심으로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이유는 건강과 편리함, 그리고 색다른 맛이었다. 즉 칼로리가 맥주의 절반 정도로 부담이 없고, 주로 캔에 들어있어 쉽게 가지고 다닐 수 있으며 청량하면서도 잔당이 거의 없어 뒷맛이 깔끔해 젊은 세대 트렌드와 정확히 부합한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는 2016년부터 5년간 연평균 100% 이상 신장하는 등 북미·중미 시장을 중심으로 매년 판매고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또 더 스피릿 비즈니스에 따르면, 2028년 세계 시장 규모가 49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2021년부터 2028년까지 세계 시장은 연평균 31.4%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저도주 시장 급성장…Z세대·여성 힘입어 고성장세 전망
칵테일·발포주 등 다양화…한국산 과일 맛 소주·막걸리 인기


막 태동기에 접어든 중국 저도주 시장이 Z세대와 여성 소비자의 주류 소비가 증가하면서 급성장하고 있으며, 한동안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코트라 베이징무역관이 전망했다.

무역관이 데이터인사이더 통계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중국 저도주 시장은 최근 5년간 두자릿수 고성장세를 유지하며 지난해 4000억 위안을 돌파했다. 올해도 2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시장 규모는 530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노무라증권은 향후 10년 내 중국 저도주 시장 규모가 한화 40조 원에 이를 것이라며 예상했다.

자료: DATA INSIDER

저도주가 중국 주류 시장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는 원인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Z세대들이 도수 높은 전통 백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CBN 데이터, 푸드이노베이션 등 현지 시장조사업체들에 따르면, 1990년 이후 태어난 Z세대들은 "40~60도의 전통 백주는 도수가 너무 높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Z세대들은 '취하기 위해서'가 아닌, '살짝 취기가 오를 만큼만' 술을 마신다. 그들은 알코올 도수가 10도 이하인 '부드러운 술'을 선호한다. 이에 대해 중국 온라인 플랫폼 관계자는 "과일주, 칵테일 등 낮은 도수로 술을 즐기는 Z세대가 소비 주력으로 부상했다"며 "전통 백주는 그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Z세대의 부상과 함께 여성들의 주류 소비 증가도 주류 시장 지각변동에 영향을 미쳤다. 틱톡 주류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남녀 주류 소비 격차가 큰 기성세대와 달리, 30세 이하의 젊은 소비층은 남녀 주류 소비 비중 격차가 5%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여성 소비자가 주류 소비시장의 중요한 한 축으로 부상하며 부드러운 저도주 시장이 급성장기를 맞이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Z세대와 여성 소비자의 늘어난 수요에 맞춰 칵테일, 발포주, 과일주, 과일맛 맥주 등 제품군이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수입산 중에는 일본산 유자주, 매실주, 한국산 과일맛 소주, 과일맛 막걸리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중국기업들은 과열화 조짐을 보이는 저도주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가격경쟁력과 지역 특색을 내세우고 있다. 일반적인 중국산 과일맛 저도주는 가격이 1병(330㎖)당 20위안을 밑도는데 이는 일본산 제품의 4분의 1 수준이다. 반면 '지역특색', '건강'을 내세운 구기자술 등 과일주는 1병당 50위안을 웃돈다.

△Z세대와 여성 소비자의 주류 소비가 증가하면서 중국 저도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칵테일, 발포주, 과일주, 과일맛 맥주 등 제품군이 날로 다양해지고 있으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간 경쟁도 치열하다. (사진=각 사)

한편, 30세 이하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맥주는 시장이 점차 둔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주요 원인은 코로나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프리미엄화 추세, 그리고 로컬기업의 제품군 확대 등에 있다.

중국 맥주 시장은 그동안 역사가 오래되고 제조기술이 뛰어난 구미산 등 수입 제품과 화룬, 칭다오 등 로컬 제품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2015년 이후 맥주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자 맥주업체들은 소비트렌드에 맞춰 프리미엄화, 저도수화에 힘을 쓰기 시작했다.

2016년 미국의 버드와이저가 프리미엄 제품 '구스아일랜드'를 내세워 중국 프리미엄 시장에 진출했으며, 2019년엔 중국 최대 맥주업체 화륜맥주가 세계 맥주 2위 업체인 네덜란드의 하이네켄으로부터 중국 사업을 인수하면서 프리미엄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른 로컬 강자인 칭다오맥주는 2018년 프리미엄 제품 칭다오 IPA를, 2020년 칭다오 화이트 맥주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제품군을 확대했다. 이처럼 로컬 강자들의 합세로 중국 프리미엄 저도 맥주 시장 경쟁도 날로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