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무휴 ‘골목 포식자’, 서민 생태계 전방위 위협
빵·치킨·야채·과일·상비약·분식 ‘무분별 확산’…점주들 “이익은 본사로”
유은주기자(dwdwdw0720@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12-23 03:37:02
올해 초 편의점에 대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여부가 유통업계의 화두에 올랐었다. 국내 유통시장을 주도하는 주요 대기업이 운영하는 편의점들이 품목을 늘리면서 골목상권을 위협한다는 반발 여론이 무성했기 때문이다. 대기업 계열 편의점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오히려 최근에는 논란이 더욱 거세게 일고 있는 형국이다. 편의점들이 판매 품목 확대와 더불어 금융·카페·카쉐어링·노래방 등 각종 생활편의 서비스 도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판매상품으로는 빵·치킨·야채·과일·상비약·분식 등의 제품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존에 해당 업종의 매장을 운영하던 소상공인들은 편의점의 영역 확장 행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편의점을 중소기업적합 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편의점이 중소기업적합 업종으로 지정되면 신규 출점 등의 부분에서 각종 제재를 받게 된다. 스카이데일리가 발 빠른 확장세로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는 편의점들의 실태와 이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
▲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편의점 상위 업체들의 매출은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반면 편의점 인근에서 유사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주변상인들은 이 같은 편의점의 공격적인 확장에 강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고구마, 치킨, 빵 등을 팔고 있는 서울 시내 편의점 ⓒ스카이데일리
더욱이 이 같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여론의 눈총을 직접적으로 받는 점주들에게는 돌아가는 이득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편의점주들 대부분은 “골목상권 침해 비판을 무릅써가며 돈을 벌어 봐야 대부분이 본사로 흘러들어가는 구조다”고 토로하는 상황이다.
골목골목 연중무휴 편의점, 빵·치킨·야채·과일·상비약·분식 소상공인 영역 무차별 취급
22일 유통업계 및 다수의 소상공인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 편의점 시장은 보광그룹 계열사 BGF리테일의 ‘CU’, 롯데그룹 계열사 코리아세븐의 ‘세븐일레븐’, GS그룹 GS리테일의 ‘GS2’5 등이 시장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3강 체제’로 구축돼 있다. 소위 ‘편의점 빅3’는 이들 업체를 통칭하는 단어다.
최근 들어 ‘편의점 빅3’ 브랜드들은 막대한 자금력과 유통망을 앞세워 판매 상품군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빵, 치킨, 야채, 과일, 상비약, 분식 등이 그것이다. 다양한 신규 품목군들이 편의점 주력 판매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상품 중 일부는 편의점 내에서 직접 만들어서 판매되고 있기도 하다.
스카이데일리가 실제 상품을 만들어 파는 편의점 주변상권을 탐문 취재한 결과 사실상 인근에 위치한 각 전문 매장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주변 상인들의 우려와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었다. 편의점이 지닌 특유의 접근성을 앞세워 고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점 때문에 골목상권은 사실상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볼멘소리들이 적지 않았다.

▲ 겨울시즌을 맞아 어묵과 군고구마가 편의점의 인기메뉴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하지만 군고구마가 잘 팔리지 않아 폐기하게 될 경우 비용은 점주부담이 됐다. 사진은 서울시내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어묵(위)과 군고구마 진열대 모습 ⓒ스카이데일리
일례로 빵 상품의 경우 현재 CU·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빅3’ 일부 매장에서 판매 중이며,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다. 빵을 직접 만들어 판매 중인 강남역 인근의 세븐일레븐 한 매장에서 만난 이상아(28) 씨는 “편의점 앞을 지나갈 때 빵 굽는 냄새가 나면 돌아보게 된다”며 “빵 냄새에 끌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사먹게 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서민 간식으로 꼽히는 꼬치어묵과 군고구마, 야식의 대표주자인 치킨 등도 편의점의 인기메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편의점 빅3’ 브랜드 일부 매장에서는 이들 상품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편의점들의 이러한 영역확장으로 인해 동네상권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날로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이 들어선 후 실제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소상공인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인근에서 분식 노점상을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곽미숙(52) 씨는 “대기업에서 (어묵 등의 판매를 하면서)그렇게 다 해먹으면 (노점상인들이)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편의점들이 들어선 후 골목상권이 예전보다 많이 죽으면서 길거리에 있는 경쟁 노점상들이 줄어들었는데, 오히려 매출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편의점들이)자꾸 이것저것 늘려나가니 나중에는 떡볶이나 순대까지 한다고 할까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곽 씨의 우려는 어느 정도 현실화 되고 있다. 최근 대기업계열 편의점에서 분식 신상품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CU는 최근 ‘진짜맵군 치즈쌀떡볶이’와 ‘진짜달구낭 치즈고구마’ 등 분식 도시락 2종을 출시했다. 세븐일레븐도 분식 메뉴로 구성된 도시락 상품 ‘Mr.김떡만’을 선보였다.
동네 치킨집 위협 편의점들, 알바생이 파는 상비약 잘못 먹고 약국 찾는 경우도 빈번

▲ 치킨과 제과 프랜차이즈가 늘어나며 이미 시장이 포화된 상태임에도 대기업들이 편의점을 통해 치킨과 빵을 판매하고 나서 소상공인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치킨판매를 홍보하고 있는 편의점(위)과 판매되고 있는 빵의 진열 모습 ⓒ스카이데일리
최근 치킨프랜차이즈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편의점들의 치킨 판매는 치킨프랜차이즈 매장 업주들의 시름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대학동 인근에서 치킨프랜차이즈를 20년 넘게 운영해 온 심정현(59) 씨 역시 편의점의 무차별 확장에 경계심을 내비쳤다.
그는 “자율경쟁시장에서 (치킨을)팔지 말라고 강요할 순 없겠지만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해야 할 업종은 분명히 나눠져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치킨판매 등은 중소기업들, 아니 소상공인들이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계열 편의점들이 동네에 여기저기 생겨나면서 구멍가게처럼 규모가 작은 동네슈퍼들을 다 죽이고 있다”며 “관련 법안이 새로 만들어져서 업종 분리가 좀 더 명확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울 관악구 서림동에서 약 30년 간 남편과 함께 개인 빵집을 운영해 온 전순옥(59세)씨 역시 대기업 빵집과 편의점의 등살에 고충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 씨는 “예전에는 파리바게트나 뚜레쥬르 같은 빵집 프랜차이즈가 많이 생겨나서 힘들었는데 요즘에는 편의점에서까지 베이커리를 하기 시작해 매출에 큰 타격이 있다”며 “인근에 있는 한 개인빵집은 장사가 되지 않아 결국 매장을 접었는데, 아이너리하게도 그 자리에 대기업 계열 편의점이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편의점 베이커리가 장사가 잘 되는 것을 본 지인이 ‘매출에 타격 좀 받을 텐데 어떡하냐’며 걱정 어린 말을 전하기도 한다”며 “편의점 상품은 전문 제과제빵 기능사가 만드는 게 아니긴 하지만 영업 시간이 길고 접근성이 뛰어나 상대적으로 개인 동네빵집은 불리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과거 편의점 판매 결정 당시 상당한 논란거리가 됐던 상비약 역시 골목상권에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봉천동 시장 근처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차기봉(72) 약사는 “약국도 골목마다 많은데 굳이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구비하게 하는 것이 불만이다”며 “더 이상의 품목 확대라도 안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편의점에서 약을 구매한 다음에 약국에 와서 물어보는 경우도 많다”며 “결국 구매하는 이들도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약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것인데,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면서까지 편의점에서 약을 판매하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목청을 높혔다.
▲ 편의점에서는 소화제, 감기약, 해열진통제, 파스 등의 간단한 상비약을 판매하고 있다. 늦은 시간과 주말에 문을 열지 않는 약국을 대신해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편리하지만 약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아르바이트생이 판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남용 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시중 편의점에 비치된 상비약 ⓒ스카이데일리
관악구청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박성희(가명) 약사는 “간단한 상비약을 파는 것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문제는 약을 잘못 먹고 찾아오는 경우다”며 “편의점에서는 복용법을 설명해주지 않다보니 일부 손님은 1알 먹어야 할 것을 2알 먹고 찾아오기도 한다”고 약에 대한 전문 지식 부재를 우려했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마케팅을 중소기업이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겠냐”며 “(편의점 외식메뉴 확장이)매출에 정확히 얼마만큼의 타격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지금 표본조사가 진행 중이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편의점의 식품메뉴 확장으로 인해 일부 프랜차이즈 업종들이 (매출감소)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정부의 편의점에 대한 규제가 아직까지는 자유로운 편이기 때문에 지켜보고만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편의점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은 달랐다. 전 지점이 아니라 일부 지점에서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동네상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었다. 롯데그룹 계열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주변에 군고구마라든지 어묵이라든지 비슷한 상품을 팔고 있다면 피한다”며 “치킨 역시 한 마리 전부를 파는 곳은 극히 일부며 낱개 단위로 팔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대해 골목상권 상인들은 “그 일부 지점이라는 것이 문제다. 그 지역의 상인들이 바로 피해자이고 그 일부라는 지역도 확산되고 있다”며 “아울러 유사전문점이 있다면 피한다고 하지만 그 또한 검증이 안 될 뿐만 아니라 편의점 출점 이후 유사전문점이 해당 편의점 인근에 목이 좋아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 더 큰 문제다”고 비판했다.
치킨점주들은 또 “닭 한 마리를 전부 팔지 않는다고 해서, 그리고 날개만 판다고 해서 인근 치킨점에 영향이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궤변이다. 그러면 소비자들이 편의점에서는 날개만 먹고 치킨집에서는 다른 부위를 나눠 먹고 있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관리 만만치 않은 즉석 조리식품…편의점 점주들 “이익은 본사로, 책임은 점주만”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도표=한지은] ⓒ스카이데일리
대기업 계열 편의점들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활동 영역을 늘려가고 있지만 정작 점주들이 얻는 이득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단의 편의점 점주들은 상품군의 확대로 신경 쓸 부분이 많아졌고, 주변의 따가운 눈총까지 받고 있지만 정작 이득은 본사로 흘러들어가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빵을 직접 구워서 판매하는 한 CU점주는 “오늘은 몸이 안 좋아서 빵을 못 구웠다”며 “아르바이트생은 구울 줄을 모르기 때문에 직접 해야 하지만 몸이 안 좋을 때는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초동에서 CU를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는 “어묵이나 베이커리는 손이 너무 많이 가서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또 막상 하더라도 직원을 더 뽑아야 하기 때문에 큰 수익이 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계열 세븐일레븐의 경우 점주들 사이에서 상품군을 확대해서 만약 잘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점주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 안는 구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세븐일레븐 점주는 “군고구마를 판매하면 겨울만이 아닌 1년 내내 팔아야하는데, 혹여 계절적 영향으로 잘 팔리지 않아 폐기하게 되는 고구마가 발생하면 그 부담은 전부 점주 몫이다”며 “잘 팔리면 그만큼 본사에게는 이익이지만 안 팔리면 손해는 점주만 지는 셈이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에 대해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고구마는 다이어트 식품이기 때문에 계절에 상관없이 충분히 잘 팔린다는 조사 끝에 판매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고 해명했다.
치킨을 판매하는 편의점 점주들도 기껏 튀겨놓은 상품들이 잘 팔리지 않아 손해를 보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매장에서는 위생문제 등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유통기한을 최대한 늘려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밝혀졌다.
실제로 기자가 찾은 한 편의점 매장은 당일 튀기는 것이 아니라 어제 팔다 남은 치킨을 계속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매장의 직원은 ‘오늘 튀긴 치킨이 맞냐’는 질문에 “어제 튀겼는데 안 팔려서 계속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점주들의 고충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편의점을 운영하는 본사 매출은 불황 속에서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최근 3년간 CU·GS25·세븐일레븐을 운영하고 있는 BGF리테일·GS리테일·코리아세븐의 매출액(연결)은 각각 ▲2012년 2조8611억원, 2조8595억원, 2조4477억원 ▲2013년 3조761억원, 3조2194억원, 2조5529억원 ▲2014년 3조3031억원, 3조5021억원, 2조6157억원 ▲2015년 4조25765억원, 4조6525억원, 3조3133억원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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