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유통 24시 전진기지, 동네 어귀 ‘무제한 변신’
카페·물류·노래방·은행·카쉐어링 ‘카멜레온’…기로에 선 상인들 노심초사
김인희기자(ih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12-23 03:35:36
▲ 유통업계 불황 속에서도 편의점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왔다. 거대한 유통 인프라를 바탕으로 편의점은 금융, 카페, 카쉐어링, 노래방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역세권 및 특수상권뿐만 아니라 골목상권까지 편의점이 늘어나며 동네슈퍼를 비롯한 동종업계 소상공인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22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 편의점 시장은 보광그룹 ‘CU’, 롯데그룹 ‘세븐일레븐’, GS그룹 ‘GS2’5 등 대기업 계열 편의점들이 독식하다시피 한 상태다. 대기업 계열 편의점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이미 국민들의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대도시는 물론 어지간한 중소형 도시에서도 편의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편의점들은 기존에 마련해 놓은 우수한 접근성과 편의성 등을 바탕으로 영역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판매 상품 확대에서 벗어나 다양한 생활밀착형 서비스에도 손을 대고 있다. 편의점이 도입하고 있는 서비스로는 금융·카페·노래방·자동차렌탈·택배 등이 있다.
하지만 편의점들의 이 같은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은 편이다. 특히 이들 편의점 주변에서 유사 업종의 점포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매출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소상공인들 중 상당수는 편의점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 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적합업종’은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에 의해 대기업이 진출하는 것이 금지·제한되는 업종을 뜻한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진출을 막아 중소기업이나 중소상인들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게 제도의 취지다.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대기업의 신규출점 제한, 출점가능지역 제한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거대한 유통망 딛고 성장한 골목 내 유통공룡…무섭게 다가온 ‘생활 밀착형’
최근 롯데그룹의 편의점 브랜드 세븐일레븐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주인공으로 빈번하게 거론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도시락 편의점’과 ‘카페형 편의점’ 등을 각각 운영 중이다. 이들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긴 했지만 그에 반해 식당·카페 등을 운영하는 인근 소상공인들의 반발 목소리는 유독 높은 편이었다.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세븐일레븐 ‘도시락 편의점’은 지난 2014년 지하철 2호선 역삼역 인근 세븐일레븐 ‘KT강남점’에서 첫 선을 보였다. 지난해 8월에는 ‘도시락 카페’ 2호점인 서울 중구 명동 인근의 ‘중국대사관점’을 열었다.
‘도시락 카페’가 접목된 KT강남점의 경우 1층은 일반 편의점 형태를, 2층은 식사 또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 공간으로 꾸며져 있는 게 특징이다. 매장 2층은 일반 카페나 다름없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제성과 편의성, 두 가지를 모두 누릴 수 있는 셈이다.
▲ 편의점 내부에 테이블을 마련하는 것을 넘어 휴게공간을 확대한 카페형 편의점이 등장했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2년간 도시락카페, 카페형편의점을 선보이면서 단순 커피 제품 판매를 넘어 식음료서비스까지 제공하고 나섰다. ⓒ스카이데일리
세븐일레븐 홍보팀 관계자는 “직장인 및 인근에 거주하는 1인가구가 많다는 점을 공략해 최초 도시락 카페를 개설했다”며 “도시락 문화가 각광받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편의점에서는 고객들이 도시락을 먹기에 불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서비스 차원에서 휴게공간을 늘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고객들의 반응도 긍정적인 편이었다. 편의점 카페를 이용 중이던 회사원 윤대영 씨는 “인근에 있던 커피프랜차이즈 전문점을 갈까 고민했지만 가격도 저렴하고 한곳에서 식사와 음료를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히 고객들의 반응만으로 무조건 좋게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목소리가 상당했다. 도시락 카페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인근에서 슈퍼마켓이나 식당, 카페 등을 운영하는 상인들 사이에서는 골목상권 침해를 우려하는 여론이 무성했다.
실제로 KT강남점이 있는 테헤란로39길을 중심으로 테헤란로37길, 언주로97·99길 등 역삼역 인근 골목에는 주택가가 형성돼 있다. 주택가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에는 미용실·의류매장·슈퍼·식당·카페 등 다양한 점포들이 들어서 있다.
해당 지역 내 상인들 중 상당수는 같은 업종 간에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접목시킨 편의점까지 등장해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기존 동네 슈퍼였던 매장들은 이미 편의점으로 바뀌었고, 현재 남은 동네 마트는 가게를 내놓은 상황이다.
업력이 20년 된 우리마트 대표 김일순(가명·83)씨는 한 달 매출이 점포 월세를 내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러 가게를 내놓은 케이스다. 그는 “최근 근처에 있던 미래마트도 대기업 편의점으로 바뀌었다”며 “같은 품목을 판매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다양한 형태의 공간에 서비스까지 다양해지니 동네 슈퍼를 운영하는 상인들은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근 지역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한 상인에 따르면 개인 카페 점포가 있는 골목상권을 비롯해 대로변까지 카페는 약 10곳, 편의점은 약 5곳에 달한다. 도시락 카페가 오픈하던 당시 일대 상권에 긴장감이 나돌았던 배경이다. 특히 식당에서는 1000원짜리 커피를 서비스로 제공하는 등 경쟁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이 상인은 “현재 운영 중인 카페에서도 대표상품인 아메리카노 가격을 3년 전 가격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임대료 등 각종 비용의 상승으로 가게 운영이 어려운데도 도시락 편의점이 생기는 바람에 가격에 손을 댈 수 없는 실정이다”고 토로했다.
▲ 역삼역 인근 골목상권 일대는 주택가 주변으로 포진했던 동네슈퍼·마트 등이 대기업 빅3 편의점에 밀려 사라지거나 점포를 부동산에 내놓은 상황이었다. 또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 대형 프랜차이즈 전문점의 가맹점주 등은 도시락카페·카페형 편의점 등장으로 업종 경쟁이 가열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서울 중구 회현동 남대문 시장길로 이어지는 골목 한 편에 ‘카페형 편의점’인 ‘남대문카페점’을 처음 선보였다. 이곳 역시 오픈한 지 불과 한 달여 밖에 안됐지만 주변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교롭게도 남대문카페점이 들어서기 이전부터 바로 맞닿아 있는 양 건물에는 이미 소규모 카페가 2곳이나 들어서 있었다.
남대문카페점 바로 옆 ‘chcolate&coffee’ 매장의 점주는 “바로 옆에 대기업 계열의 카페형 편의점이 들어와 운영 자체가 곤란하게 됐다”며 “기존에는 같은 업종이더라도 상인 간 이웃 개념이 강해 서로의 영역을 인정해줬지만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편의점은 이웃 개념이 없다”고 토로했다.
세븐일레븐 홍보팀 관계자는 ‘카페형 편의점’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관련해 “카페형 편의점은 이름만 카페일 뿐 일반 카페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밖에도 세븐일레븐은 최근 롯데 하이마트 쇼핑몰에서 구매한 상품을 하이마트 매장뿐만 아니라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언제든지 받아 볼 수 있는 ‘편의점 픽업 서비스’도 시작했다. 사실상 택배 기능을 도입한 것과 다름없다는 게 동종업계의 시각이다.
노래방 및 자동차 렌탈 CU편의점 등장, 중소업체·소상공인 ‘긴장모드’ 돌입
세븐일레븐·GS25 등과 함께 국내 편의점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CU’ 역시 상품 판매 외에 다양한 서비스를 새롭게 도입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BGF리테일은 지난해 6월 배달전문업체 ‘부탁해’와 업무협약을 맺어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지난 6월에는 신한은행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서울대서연점에 영업점 창구 수준의 은행업무가 가능한 디지털키오스크를 배치했다. 7월에는 노래방 프랜차이즈 ‘秀노래방’과 손잡고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젊음의 거리에 ‘CU럭셔리秀노래연습장점’을 열었다.
한 달 후인 8월에는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쏘카(Socar)와 손잡고 업계 최초 자동차 렌탈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온라인쇼핑사이트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일부 매장에 ‘11번가’ 배송상품의 보관 및 수령이 가능한 전자락커를 설치했다.
그런데 CU 역시 새로운 서비스 도입 과정에서 소상공인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7월 도입한 ‘노래방 편의점’에 대해 홍대인근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업주들의 불만 여론이 점차 고조되고 있었다.
▲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최근 역세권, 특수상권, 주거지역 등 입점하는 일반 로드샵 콘셉트와 다른 가맹점 형태를 선보였다. 지난 7월 홍대에 위치한 노래방 수노래방과 가맹 계약을 맺었다. 소비자들은 노래방과 함께 편의점을 이용할 수 있어 간편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인근 노래방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스카이데일리
‘편의점 노래방’은 편의점이 노래방 건물 1층에 입점한 형태로 돼 있다. ‘편의점 노래방’ 직원에 따름녀 노래방 업주가 가맹점 형식으로 편의점을 함께 운영하는 형태다. 노래방 계산대에서 편의점 상품 계산까지 한 번에 관리하는 방식이라고 인식하면 편하다. 다른 노래방의 경우 다양한 먹거리를 접하기 어렵지만 해당 매장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
편의점의 하루 평균 고객 수는 오픈 한 달 만에 1000여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반 점포 보다 2~3배 높은 수준이다. 아직 한 곳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확장 가능성을 짐작케 만드는 대목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평가다.
그러나 이는 주변 골목상권에 입점한 노래방 업계의 눈초리가 곱지 않은 배경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지하 1층이나 지상 2층에 위치한 기존 노래방들은 편의점까지 갖춘 노래방에게 경쟁력 측면에서 크게 밀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까슈노래방연습장 관계자는 “럭셔리秀노래방은 시간대별로 가격도 달라서 고객 선호도가 높은 상황인데 거기에 대기업 계열 편의점까지 가세하니 다른 노래방들이 경계할 수 밖에 없다”며 “인근 노래방들 간에 고객 유치 경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CU가 도입한 자동차 렌탈 서비스 역시 중소 렌트카 업계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경쟁이 점화된 자동차 렌탈 업계에 거대한 유통망을 거느린 편의점까지 가세한데 대해 중소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BGF리테일은 지난 8월 자동차 렌탈 서비스 업체인 쏘카와 업무협약을 맺고 관련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현재 자신이 있는 위치와 가까운 주차장에서 차량을 시간단위로 빌릴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BGF리테일은 앞으로 해당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S중소렌트카 업체 대표는 “쏘카의 자동차 렌탈 서비스가 시간당 4000원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자 렌트카 업계의 가격 경쟁도 심화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편의점 마저 해당 업체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게 되면 사실상 중소업체들은 길거리에 나앉을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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