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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욕의 제빵기업…강남 최고가 주택에 900억대 재력

곡산 2016. 7. 18. 14:39

영욕의 제빵기업…강남 최고가 주택에 900억대 재력

김정운 일가 기린그룹 90년대말 해체…국토부 공지시가, 아들 소유주택 강남 1위

정성문기자(mooni@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02-05 15:01:20

▲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김형준 기린건축 대표가 서울시 강남구에서 가장 비싼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대표가 소유한 단독주택은 국토부 공시가격 조사 결과 46억8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사진 속 마당을 포함한 왼쪽 필지가 김 대표 소유이고 오른쪽 붉은 주택은 그의 모친 소유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김형준(48) 기린건축 대표가 서울시 강남구에서 공시지가 기준 가장 비싼 단독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대표는 김정운(76) 전 기린그룹 회장과 구순회(74) 전 기린건축 이사 부부의 장남이다.
 
김 대표가 소유한 주택은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명품거리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해당 주택 주위에는 청담동 고급빌라의 산실 효성빌라, 이니그마빌 등이 있다. 이 주택은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조사 결과 46억8000만원으로 강남구에서 공시지가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에는 1983년 김 대표의 외숙부로 추정되는 구모씨가 소유했던 기록이 있다. 1997년 8월 김 대표와 김 전 회장의 차남 김형규(47) 기린건축 이사가 해당 주택을 증여 받았다.
 
1983년 준공된 이 1층 주택은 토지면적 640.4㎡(약 194평), 연면적 123.6㎡(약 36평)이다. 토지면적에 비해 작은 주택이 지어진 곳이다. 주택 내부는 높은 담벼락으로 둘러져 있어 외부에서는 볼 수 없도록 돼 있다.
 
이 주택 바로 옆에는 구순회 전 이사가 소유한 주택이 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1987년 구 전 이사가 매입했다. 이 주택은 토지면적 788.3㎡(약 238평), 연면적 491.9㎡(약 149평), 지상 2층이다. 청담동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청담동 주택에는 김정운 회장 부부가 살고 있다.
 
김 대표 소유 주택과 관련해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신문을 통해서 김형준 대표 집이 강남구에서 가장 가격이 높은 것을 알았다”며 “비록 필지는 2개지만 사실상 하나의 주택으로 김 대표의 주택은 김 전 회장 부부의 앞마당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청담동의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이곳의 표준단독주택 공시가인 46억8000만원을 3.3㎡(1평)으로 환산하면 평당 2500만원 수준이지만 실제 거래되는 금액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며 “김 회장 일가가 보유한 부동산이 실제로 거래된다면 평당 6000만원으로 약 259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 김정운 전 기린그룹 회장 [사진=조선인물DB]
김형준 대표 일가가 경영하는 기린건축은 회사명의로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빌딩 두 채를 소유했다. 건설경기 침체와 맞물려 사업 활동이 주춤했던 기린건축은 2012년 감사보고서를 마지막으로 공시를 하지 않았다. 당시 주주는 김형준 대표 58.25%, 김형규 이사 39.25%, 구순회 전 이사 2.5%로 주식 100%를 일가가 소유했다.
 
이곳은 하나의 필지에 빌딩 두 채를 올린 곳이다. 총 토지면적은 2733.3㎡(약 827평), 총 연면적은 4668㎡(약 1422평)이다. 기린건축백화점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1동은 연면적 3665㎡(약 1109평), 2동은 연면적 1002㎡(약 303평)다.
 
빌딩 시세와 관련해 이승진 원빌딩 팀장은 “인근 매매 사례를 봤을 때, 이곳은 3.3㎡당 8000만원 수준이다”며 “이 빌딩 두 채는 660억원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 일가의 알려진 부동산은 청담동 주택 2건, 논현동 빌딩 2건 등으로 가치는 약 919억원으로 추정됐다.
 
잘나가던 제빵기업…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줄줄이 부도
 
기린그룹의 모태는 1969년 설립된 三立(삼입)식품이다. 김정운 전 기린그룹 회장은 당시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쌀에서 빵으로 식습관이 점차 바뀔 것으로 판단하고 빵 제조업 회사인 삼입식품을 차렸다.
 
김 전 회장은 ‘삼립’이라는 상표를 쓰는 것이 시장 개척에 유리하다고 판단을 하고, 서울의 三立(삼립)식품공업(현 삼립식품)과 약정을 맺고 양산빵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부산 경남지역의 대표적인 양산빵 업체로 성장해 오다 1981년부터 종합식품회사로서 성장하기 위해 법인명을 기린으로 변경했다.
 
김 전 회장은 대구·경북지역을 집중 공략했다. 대구로 진입한 기린은 1982년 ‘본젤라또’ 아이스크림 생산을 개시하고, 제과점 사업 특화를 위해 같은 해 밀탑사업부를 만든다.
 
밀탑제과는 우수한 기술과 마케팅으로 단숨에 대구를 점령했다. 전국 최초 셀프 서비스를 도입해 손님이 직접 빵을 고르게 하고, 자동제빵시스템의 도입했다. 당시 국내에는 생크림 케이크가 없었는데, 일본의 제빵 기술자를 불러와 생크림 기술을 배워 국내 최초로 생크림케이크를 팔았다.
 
매장에서는 시간마다 갓 구워낸 빵을 냈다고 한다. 이런 고급화 전략으로 다른 곳보다 비싼 가격에 빵을 팔았지만 대구와 영남 지역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 기린건축은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기린건축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기린건축 백화점 건물은 기린건축 소유이며 기린건축의 대표자는 김형준 대표다. 부동산관계자에 따르면 논현동 요지에 있는 기린건축백화점 필지의 가치는 660억원이다. ⓒ스카이데일리
 
제과 기업은 사세가 커지자, 사업 다각화를 진행했다. 기린은 1976년 운송업체인 삼정산업을 인수했다. 연이어 1978년 식품포장용기회사인 기린화학을 인수했다. 이로써 식품의 제조·포장·운송까지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하나의 회사에서 모든 공정이 가능하다보니 원가절감이 용이해지며 회사는 승승장구했다고 알려졌다.
 
다각화한 사업이 안정을 찾자 기린은 1979년 실내 장식품과 건축자재를 판매하는 기린건축을 설립했다. 1980년 건설업을 주로 영위하는 기린산업, 1985년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 기린시스템을 설립했다. 1989년 식품제조가공업을 하는 기린RTI를 설립했다.
 
1989년 상장기업이 된 기린은 경영 합리화를 단행했다. 그러나 기린의 운명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무리한 확장, 매출부진, 자금난을 겪은 기린그룹은 결국 부도를 냈다. 1998년 기린화학 부도를 시작으로, 1999년 삼정산업, 2009년 기린산업 등이 부도가 나거나 다른 회사에 인수가 됐다. 지주회사격인 기린 역시 2009년 롯데제과에 인수·합병됐다. 롯데제과는 현재도 기린이라는 브랜드로 빵을 생산하고 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한때 국내 양산빵 기준 매출 3위에 빛나던 기린그룹은 현재 기린건축만 남아 빛바랜 과거의 영광을 이어가는 중이다”고 말했다.

1979년 설립된 기린건축은 현재 서울 강남구 논현동 본사 사옥에서 장식품과 건축자재를 한 번에 구입할 수 있는 건축자재·장식 백화점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