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판례氏] "사내커플이 잘못인가요"..퇴사 강요 사직서 "무효"
[the L] 퇴사하고 싶지 않은 직원들에게 사직 강요해 받은 사직서와 절차 지키지 않은 해고는 무효머니투데이 송민경 (변호사) 기자 입력2016.04.0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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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송민경 (변호사) 기자] [[the L] 퇴사하고 싶지 않은 직원들에게 사직 강요해 받은 사직서와 절차 지키지 않은 해고는 무효]
최근 강원도 원주의 한 농협에서 부부 사원이 대상으로 포함돼 있는 명예퇴직 안내문을 모든 직원한테 보내고 사내부부인데도 그만두지 않는 여직원에게 엉뚱한 곳으로 발령을 내는 등의 사건이 벌어졌다. 해당 직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내결혼을 한 이후로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며 억울한 사연을 털어놨다.
또 대구지역 주류업체인 금복주는 결혼하는 여직원에게 퇴사를 강요해 문제가 됐다. 그뿐 아니라 회사 창사 후 지난 58년간 결혼한 여성노동자는 모두 퇴직 당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비난 여론이 커지고 불매운동까지 시작됐다. 이 업체는 뒤늦게 개선을 약속했지만 잘 지켜질 것인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회사가 사내부부 중 한 명에게 사직을 강요해 사직서를 받아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있다.
사내부부인 직원들에게 사직서 제출 강요하면 사직서와 해고 모두 무효B사는 1997년 12월 외환위기로 인한 경영난과 모기업의 부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 후 각 영업소의 소장들은 사내부부인 직원들에게 둘 중 하나가 사직할 것을 여러 번 권유했다. 그 결과 사내부부 88쌍 중 86쌍의 한쪽 배우자가 모두 사직서를 제출하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유지담 대법관)는 2002년 7월 A씨 등 부부사원들이 B사 측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이 스스로 사표를 내는 '의원면직' 형식으로 회사를 떠났더라도 그것이 B사의 강요행위 때문이라면 실질적으로 부당해고에 해당해 해고는 무효다"고 판결했다. (2002다19292 판결)
재판부는 "A씨 등에게 B사의 중간관리자들이 계속 또는 반복적으로 행한 퇴직권유·종용행위는 우월한 지위에 있는 회사의 강요행위에 해당한다"며 "B사의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했다면 그 사직서는 '비진의표시(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사직서 제출의 형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B사가 직원을 내보낸 일방적인 해고에 해당한단 얘기다.
사직 강요당해 낸 사직서는 진의 아닌 의사표시로 무효비진의표시란 진의 아닌 의사표시를 말한다. 말하는 사람이 자신의 생각과 하는 말이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하는 말을 의미한다. 민법은 진의 아닌 의사표시도 유효하다고 본다. 다만 상대방이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B사는 실제로 사직을 하고 싶지 않은 직원들에게 사직서 제출을 할 수밖에 없도록 강요했다. B사의 직원들이 퇴사하고 싶지 않지만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한다. 이때 B사는 직원에게 퇴사를 강요했으므로 직원들이 사직을 하고 싶지 않았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사직서는 무효가 된다.
사직서가 무효이므로 B사는 자신들이 정당한 절차에 따라 해고를 했음을 주장해야 한다. B사는 △ A씨 등을 해고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고 △ 정당한 징계절차를 밟아 해고했다는 등 근로기준법에 따른 정리해고의 요건을 갖춘 정당한 해고임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해고는 부당해고가 돼 무효다.
다만 사내부부 중 한 명을 해고했다고 해서 무조건 부당해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회사가 해고의 요건과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사내부부인 직원들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강요했고 그 해고가 정당한 해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 판결팁=회사가 직원에게 사직서 제출을 강요해 받아낸 사직서는 무효다. 이렇게 받은 사직서로 해고하는 경우 회사가 직원을 해고한 것에 해당한다. 따로 정당하게 해고했다는 점을 회사가 입증하지 못하면 부당해고가 돼 그 해고 자체가 무효가 된다.
◇ 관련 조항
민법 제107조(진의 아닌 의사표시)
① 의사표시는 표의자가 진의아님을 알고 한 것이라도 그 효력이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아님을 알았거나 이를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
②전항의 의사표시의 무효는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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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경 (변호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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