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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경영권 승계 시한폭탄 되나..해외사업에 명운①

곡산 2014. 6. 18. 11:06

롯데,경영권 승계 시한폭탄 되나..해외사업에 명운①

입력시간 | 2014.06.18 08:18 | 민재용 기자

`韓-신동빈, 日-신동주`라는 후계구도 공식 깨져
연이은 안전사고로 제2롯데월드 사업 차질
공격적 진출한 해외사업도 난항

▲롯데백화점 명동본점(사진제공=롯데백화점)
[편집자 주]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성장을 멈추지 않았던 유통업체의 성장 엔진이 꺼지고 있다. 국내 유통 시장 포화 문제의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졌던 해외 시장에서도 손실이 지속되자 유통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성장이 둔화되자 그동안 가려졌던 후계구도, 안전사고 등 내외부 리스크도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다. 유통업체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셈이다.

유통업계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기 위해 총 3편에 걸쳐 주요 유통업체들이 현재 처한 위기 상황과 극복해야 할 과제를 살펴본다.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똑같은 일이 8달째 계속되고 있다. 이쯤 되면 단순한 투자라기 보다는 동생의 기득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형의 의지로 보인다”(한 시장 관계자)

‘장남은 일본, 차남은 한국’으로 정리된 줄 알았던 롯데그룹의 후계구도 공식이 깨지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최근 일련의 움직임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제공=롯데그룹)
◇꺼지지 않은 불씨..롯데쇼핑은 누구 손에

롯데그룹의 최대 난제는 정리되지 않은 경영권 승계 문제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8월부터 매달 10억원을 들여 롯데제과 지분을 매입해 오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3.48%이던 신 부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율은 현재 3.85%로 높아졌다.

그정도 지분율에 롯데그룹 후계구도가 변하겠냐는 의심이 들겠지만 그룹내 롯데제과(004990)의 위상과 신 부회장의 지분 매입 이유를 알고나면 얘기는 달라진다. 롯데제과는 롯데그룹의 모체회사인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데다 한국 내 핵심 회사인 롯데쇼핑(023530)의 지분 7.9%를 가지고 있어 롯데 지배구조상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

원래 롯데제과의 지분율은 동생인 신동빈 회장이 4.88%, 형인 신동주 부회장이 3.48%로 1.4%포인트 차이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동생인 신 회장이 롯데쇼핑이 보유한 주식 6500(0.46%)주를 매입하면서 형제 사이의 지분 격차는 1.86%로 0.46%포인트 벌어졌다.

형인 신 부회장이 롯데제과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도 이무렵이다. 신 부회장은 매달 10억원을 투자해 롯데제과 지분을 약 0.04%씩 높이며 동생과의 지분 격차를 줄이고 있다. 신 부회장이 지분을 살 때마다 롯데그룹은 ‘단순한 투자차원의 지분 매입’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염두해 둔 신 부회장의 계산된 행동이라는데 더 무계를 두고 있다.

롯데쇼핑 주주 구성을 봐도 후계구도 문제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경영을 실제 맡고 있는 신동빈 회장의 지분율은 13.46%로 신동주 부회장의 지분율 13.45%보다 불과 0.01%높다. 신격호 회장이 롯데제과의 개인 최대주주(6.83%)로서 형제 간의 중심을 잡고 있지만 그가 92세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균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동주 부회장이 동생의 한국 기득권을 인정한다면 굳이 기존의 지분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롯데제과 지분을 살 이유가 없다”며 “신 부회장의 연이은 롯데제과 지분 매입은 롯데쇼핑을 포함한 한국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 지분현황(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판은 벌렸으나..꿰지지 않는 구슬

“각사 대표가 안전관리 직접 챙겨라”
▲제2롯데월드 조감도(사진제공=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최근 계열사 대표에게 메일을 통해 안전을 기업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두라고 지시했다. 쇼핑그룹의 총수가 안전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지난달 잠실 제2롯데월드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복합쇼핑몰 개장이 늦어진 것과 관련이 깊다.

롯데쇼핑은 당초 2016년 완공예정인 제2롯데월드내 저층부 3개동을 조기 개장해 복합쇼핑몰을 열 계획이었지만 해당 공사장에서 화재와 근로자 사망사고 등 안전사고가 4차례 발생하면서 서울시로부터 사용승인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최근 서울시에 제2롯데월드 저층부에 대한 임시사용 승인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을 강조하고 있는 서울시가 승인 신청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인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올해 1조 2500억원을 투자해 총 8개의 점포를 내겠다는 롯데의 점포 확장계획의 수정은 불가피해진다.

공격적으로 확대한 해외 사업의 부진도 롯데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롯데쇼핑은 포화 된 국내 시장을 피해 5년 전부터 발 빠르게 해외로 보폭을 넓혔지만 아직까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중국에 5개, 인도네시아와 러시아에 각각 1개씩 총 7개의 해외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중국 107개, 인도네시아 37개, 베트남 7개 등 총 151개의 해외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해외점포의 매출액은 약 580억원으로 전년대비 146%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850억원을 기록해 전년(400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롯데마트의 해외점포 매출도 전년대비 소폭 늘었으나 영업손실은 830억원으로 전년대비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러한 해외 사업 부진으로 롯데쇼핑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8855억원으로 전년 대비 23.5% 감소했다.

문제는 해외 점포의 실적이 단기간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주무대인 중국의 소비 심리는 여전히 침체돼 있으며 중국 정부의 규제, 로컬 업체와의 경쟁은 갈수록 심화 되고 있다.

홍성수 NH농협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외 사업의 손실 축소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것은 롯데에 큰 부담”이라며 “상승 전환을 이끌 요인이 나타나지 않아 당분간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