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시사

커피믹스 카제인’ 2차전, 전문가 “불필요한 소모전

곡산 2012. 3. 20. 07:57

산업뉴스커피/다류
‘커피믹스 카제인’ 2차전, 전문가 “불필요한 소모전”안전한 식품 원료…AID값 설정 안돼

남양유업 공세에 ‘노이즈 마케팅’ 지적
김현옥 기자  |  hykim996@thinf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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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3.20  02: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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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이 커피믹스의 카제인 성분을 계속해서 문제 삼고 있는데 대해 대다수 식품업계, 학계 전문가는 물론 정부당국자들도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천연성분을 갖고 쓸데없는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양유업이 천연 우유의 성분인 ‘카제인’이나 ‘카제인나트륨’을 마치 인체에 유해한 합성첨가물인양 왜곡시켜 소비자들의 첨가물 기피심리를 이용해 자사제품을 알리려는 얄팍한 노이즈 마케팅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2010년 12월 동서식품이 주도하던 커피믹스 시장에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를 들고 진출하면서 톱모델을 기용한 대대적 광고와 함께 ‘커피는 좋지만 프림은 걱정된다’ ‘화학적 합성품인 카제인나트륨을 뺐다’는 문구를 사용하며 기존 제품에 흠집을 내는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그 과정에서 남양유업은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프렌치카페 커피믹스 광고가 비방광고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식약청은 당시 남양유업이 애초부터 카제인나트륨을 사용한 적이 없으면서도 ‘뺏다’는 표현을 사용한 점과 그 동안 사용하지 않은 성분을 강조해서 다른 업체의 제품을 오해하게 하는 것은 식품위생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비방광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남양유업은 ‘카제인나트륨 대신 우유를 넣었다’ 내용의 문구로 대체해 논란이 해소된 듯했으나, 이번에는 2월초 동서식품이 새롭게 선보인 ‘맥심 화이트골드’에 여전히 카제인 성분이 들어있음에도 이를 뺀 것처럼 허위 광고했다며 지난 15일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해 다시 불을 지폈다.

   
 △카제인 함유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는 남양유업 ‘프렌치카페 카페믹스(왼쪽)오 동서식품의 ‘맥심 화이트골드’
남양유업은 보도 자료에서 동서식품이 남양의 커피시장 진출 이후 소비자 이탈이 심해지자 자사의 컨셉을 모방한 ‘맥심 화이트골드’ 제품을 출시하면서 ‘카제인을 무지방우유로 대체한 제품’이라고 홍보했으나 사실과 달리 1.4% 정도의 카제인을 사용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따라서 동서식품이 맥심 화이트 골드를 출시하면서 커피크리머의 3%를 차지하는 천연 카제인을 무지방 우유로 '대체'했다고 밝힌 내용은 허위라는 것이 남양 측의 주장이다.

남양유업은 인천 부평구 보건소 위생과에 문의하면 동서식품의 품목제조보고서를 통해 카제인 사용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서식품의 광고가 소비자 기만적 광고에 해당된다는 법무법인의 자문에 따라 해당광고를 관계 당국에 신고하는 등 강경한 대응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동서식품은 “카제인을 대체해 무지방우유만을 넣었다고 말한 사실이 없으며, 커피의 풍미를 향상시키고 용해성을 높이기 위해 천연 카제인을 사용했다”고 반박했다.

동서 측은 오히려 남양유업의 무지방우유 커피믹스는 크리머 전체를 무지방우유로 대체한 것이 아니고 1.5% 미만의 극히 적은 양을 사용했을 뿐으로 건강이나 영양학적으로 더 우수하다고 말할 수 없는데, 소비자들은 지난 1년 동안 경쟁사의 공격적 광고홍보로 인해 잘못 오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동서는 또 남양유업 측에서 자료로 제시한 품목제조보고서는 기업 제조 기밀사항으로 자사 외 회사에서 이를 입수하는 것은 불법 사항이며, 더 나아가 이를 공개하는 것은 기업 윤리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카제인나트륨, 카제인 등 일반인에게 낯선 전문 용어를 써가며 혼란스럽게 하는 네거티브 마케팅으로 사실을 왜곡해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행위를 지속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에 대해 학계 및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볼썽사납다는 반응이다.

카제인은 우유로부터 얻어지는 우유단백질의 일종으로, 유화제나 영양강화제 등의 목적으로 치즈, 커피크리머, 분유 등의 원료로 쓰이는데, 아기들이 먹는 남양유업의 분유제품에도 카제인을 사용하고 있으면서 이를 문제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황당하다는 표정이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식품과학자들의 모임인 식품안전연구원(회장 이형주 서울대 식품공학부 교수)은 13일 “커피믹스 카제인은 매우 안전한 식품원료”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커피믹스에 카제인을 넣는 이유는 식물성 야자유가 주성분인 식물성 크림의 풍미를 더해주고, 단백질 공급원뿐 아니라 물에 잘 풀어지도록 도와주는 유화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제인은 일일섭취허용량인 ADI(Acceptable Daily Intake)값이 설정되어 있지 않는 안전한 원료로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식품첨가물로 분류돼 있고 영국을 포함한 유럽 및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에서는 일반식품으로 구분되어 있다. 또한, FAO/WHO 산하 Codex에서도 카제인 및 카제인나트륨을 “Milk powder and cream powder (plain)"에 포함해 ‘Food category’로 분류하고 있다. 카제인을 식품첨가물로 분류한 우리나라에서 조차 이의 사용기준은 사용량 및 사용대상 식품에 제한 없이 사용이 가능한 식품 원료중의 하나이다.

고려대 생명과학부 이광원 교수는 “우유의 대표적인 성분인 카제인이나 카제인 나트륨을 사용한 커피크림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소비자들의 식품첨가물에 대한 우려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의 일종”이라며 “단순히 식품이냐 식품첨가물이냐는 분류상의 논쟁으로 소비자에게 왜곡된 인식을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