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수유역 인근 먹자골목 안으로 들어서자 갈비집이 눈에 들어온다. 이 집에서 판매하는 돼지갈비는 국내산으로, 불고기·갈비탕은 호주산으로 메뉴판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확인한 결과 원산지 표시는 허위로 기재돼 있었다. 돼지갈비는 캐나다산과 국내산을 혼합했으며, 불고기와 갈비탕 역시 미국산 소고기가 호주산으로 둔갑해있었다.
최근 미국산 소 BSE(소해면상뇌증) 발병에 따른 소비자의 불안이 점차 커지자 정부는 5월부터 수입산 쇠고기 원산지 단속을 강화해 소비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 서울사무소에서는 단속강화 선포 첫날인 1일 기자들과 서울시 수유역 인근 먹자골목 내 음식점과 정육점 등으로 단속현장을 동행 취재하는 시간을 가졌다.
원산지 표시 위반업소를 찾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먹자골목 내 ‘00갈비’는 메뉴판과 실제 원산지는 대부분 불일치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업주의 태도. 오히려 억울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나섰다.
업주는 “국내산을 수입산으로 속여 판 것도 아니고 동일한 가격대의 수입산 제품 명시를 잠시 착각한 것 뿐인데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이냐”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원산지 표시 위반이다. 특히 최근 미국산 소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이 가중된 만큼 미국산을 호주산으로 명시한 것은 다소 의도된 행동이라는 것이 품관원 단속반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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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업소에서 판매되는 돼지갈비는 국내산으로 표기돼 있었으나, 확인 결과 캐나다산 목살과 국내산 돼지갈비 부위를 혼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
실제 해당 업소 메뉴판에는 LA갈비를 제외하고 미국산으로 명시돼 있는 메뉴는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거래내역서에는 대부분 미국산 소고기를 납품하고 있었다. 오히려 호주산은 찾아볼 수 없었다.
품관원 단속반 기동반장 송금숙 팀장은 “적발 업소는 미국산보다 호주산을 선호하는 소비심리를 겨냥한 상술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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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지 표시 위반에 대한 확인서를 작성하는 품관원 단속반 관계자. 해당 업손는 ' 7년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다. |
돼지고기도 문제가 됐다. 해당 업소는 캐나다산 목살과 국내산 돼지갈비 부위를 7:3 비율로 혼합해서 팔고 있었다. 메뉴판에는 국내산이라 버젓이 기재돼 있다. 국내산 돼지고기의 가격은 kg당 1만3000원, 수입산은 kg당 7000원으로, 가격이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원산지 표시 허위 기재로 폭리를 취한 것이다. 업주는 이마저도 부정하고 있다.
“메뉴판을 보면 목살에 대해 수입산 돼지고기로 명시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전언. 하지만 메뉴판에는 캐나다산 돼지고기가 덴마크산으로 둔갑해 있었다. 결국 해당 업소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 받게 됐다.
또 다른 적발업소는 정육점. 해당 업소는 국내산 돼지 앞다리살 부위로 명시돼 있는 곳에 미국산을 뒤편 구석에 위장 판매한 혐의다. 또한 소불고기 부위에 대해서도 호주산으로 명시했지만 실상은 미국산으로 드러났다. 해당 업소 역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 부과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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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소 메뉴판에 명시된 원산지와 거래명세표간 원산지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업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불고기, 갈비탕 등의 원산지는 미국이다. |
갈비집 등 ‘미국산 쇠고기’ 호주산 둔갑 판매 돼지고기는 국산에 수입산 섞어 폭리 취해
고기 구워지면 전문가도 식별하기 어려워 안일한 준법 의식에 벌금 처벌…실효성 적어
◇ 국내산 앞다리살 무리에 미국산이 ‘덩그러니’
이처럼 축산물 원산지 표시 단속강화 첫날 위반 업소는 무더기로 적발됐다. 기자가 이날 동행한 단속현장 4곳 중 2곳에서 적발됐다. 정부에서 대대적인 단속강화를 한다고 홍보까지 했지만 무용지물이다.
이러한 데에는 업주들의 안일함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업소에 공급되는 수입산 고기는 매일 원산지가 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업주가 꼼꼼하게 관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같은 수입산으로 인식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작 이들은 이러한 행위가 잘못인지 모르는 경우도 다반사다.
실제 이번 단속현장에서도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허위 판매하는 경우보다는 미국산 수입제품이 소비자에게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호주산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처벌의 기준이 약하다는 평가도 지적되고 있다. 원산지 표시 위반은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해당 지역에 따라 과징금의 차이가 발생하며 이 역시도 100만 원~500만 원 사이에 책정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처벌의 기준이 약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것.
가장 큰 문제는 국내산과 수입산 제품의 비교가 힘들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차치하더라도 전문가들도 구별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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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반이 진열된 육류의 개체식별 번호와 원산지 증명서·거래명세서를 꼼꼼히 대조하고 있다. |
품관원 단속반 관계자는 “수입산의 경우 진공상태에서 들여와 녹이기 때문에 국내산보다 육색이 더욱 진하긴 하다. 하지만 실제 육안으로 식별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개체식별번호가 있는 정육점 등은 양호하다. 품관원에서 도입하고 있는 이력추적제를 통해 현장에서 원산지, 등급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일반 음식점의 경우 국내산과 수입산의 비교는 사실상 육안으로 힘들다. 특히 손님 테이블로 넘어가 고기가 구워지게 되면 식별은 불가능하다. 굽기 전도 사정은 비슷하다. 물론 수입산이 국내산보다 더 검붉은 색을 띠고는 있지만 소비자가 이를 파악하긴 쉽지 않다.
송 팀장은 “음식점의 경우는 육안으로 식별이 힘들어 단속 시 원산지 증명서, 거래명세서 등을 꼼꼼히 대조해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소비자가 고기의 원산지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메뉴판에 표시된 원산지 표시뿐 이다.
송 팀장은 “원산지 표시는 소비자를 위해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확한 표기를 하지 않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단속은 정부에서 소비자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실시한 대책마련이다. 하지만 무더기로 발생하는 위반 업소로 인해 오히려 소비자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속적인 단속으로 원산지 위반 업소가 소멸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