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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방사선조사 표시제도②]조사식품 안전성과 정책 방향

곡산 2010. 11. 15. 21:04

[특집-방사선조사 표시제도②]조사식품 안전성과 정책 방향
우주식품 등 사용 불구 수용성 부족
교육·홍보·소통의 장 등 마련할 것
식약청 임무혁 연구관

△임무혁 사무관(식약청 식품기준과)
식품의 안전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조사(2006년)에 따르면 중금속과 잔류농약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지만 방사선 조사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소비자와 과학자들이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르다. 사실은 잔류농약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는데 소비자들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방사선 조사식품은 소비자들이 별로 관심이 없고 정보가 오픈돼 있지 않다. 인터넷에서 키워드 검색해도 관련자료가 거의 없다.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이 정보를 접촉할 기회가 없어 십수년 간 방치돼 있었다.

식품의 방사선 조사란 식품을 일정기간 방사선에너지(이온화에너지)에 노출시켜 필요한 효과를 가져오는 처리방법이다. 전자레인지는 파장이 달라 열이 발생하는데 방사선 식품조사는 열이 발생하지 않아 냉온처리라고도 불리며 품질변화가 적다. 방사선 조사식품은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식량농업기구(FAO), 국제원자력기구(IAEA), 미국식품의약품청(FDA) 등의 50여 년에 걸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안전성 및 건전성을 인정받고 있다. 1980년 이 3개 단체에서는 “평균 10kGy 이하로 조사된 모든 식품은 독성학적 장해를 전혀 일으키지 않으며, 독성실험은 더 이상 필요가 없고 영양학적 및 미생물학적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제적으로 방사선 조사식품은 우주식품, 환자용식품 등에 이용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활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소비자, 생산자 및 식품업계의 방사선 조사식품에 대한 수용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이를 개선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방사선 조사식품 관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식약청은 방사선 조사식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교환 및 의견수렴 등을 확대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방사선 조사가 주는 용어가 마치 방사능에 의해 오염된 것(방사능 오염은 원자력발전소의 핵반응기에서 누출되거나 핵실험에서 발생되는 물질에 의한 것임)으로 오인해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방사선조사 살균방법'은 식품에 열이 거의 발생되지 않고 물리·화학적 변화 없이 원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살균하는 기술로서 주로 식품의 식중독균 살균 및 유해 해충을 사멸시키는 데 이용된다. 역사적으로는 철저한 위생관리가 요구되는 우주식품의 멸균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그 예로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와 미국 우주항공국의 우주인들이 섭취하는 식품을 들 수 있다. 또한, 무균실 등에 격리되는 면역력이 약한 환자식에 사용될 수 있으며, 미국에서는 식중독 방지를 위해 학교 급식 육류에 방사선 조사가 허용돼 있다.

국내에서는 방사선조사식품에 사용되는 감마선에 대해 흡수선량별 식품에 대한 안전성 자료를 검토 후 사용승인을 하고 있다. 국내 방사선 조사식품 허가는 1987년부터 시작해 점차적으로 허용해주고 있다.

초기에는 감자, 양파, 마늘, 밤의 발아억제와 생버섯, 건조버섯의 속도지연을 목적으로 했으며 최근에는 건조어패류와 육류 등 품목에 대해 확대 신청이 접수된 상태다. 소비자 수용성 문제 때문에 우리가 과감히 허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2009년 12월 31일까지는 완제품이 조사됐을 경우에만 표시하도록 돼 있었다. 원재료에 대한 표시는 2007년 고시된 후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0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표시방법은 ‘양파(방사선조사)’, ‘방사선 조사 마늘’ 등 개별 원재료명과 함께 표시하거나 ‘방사선 조사한 원재료(감자, 마늘 등)’처럼 방사선 조사처리한 식품을 일괄 표시할 수 있다.

7월 29일부터는 표시방법을 일부 개정해 어떤 원재료가 방사선 조사처리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방사선 조사처리된 원재료 일부 함유’ 또는 ‘일부 원재료 방사선 조사처리’ 등의 내용으로 표시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식품에서는 이러한 마크와 표시가 된 제품을 아직 본 적이 없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 표시제에 따르면 조사된 완제품이나 반제품에 대해 방사선 조사 표시를 하도록 돼 있다. 미국의 경우 조사된 완제품에만 표시하도록 돼 있다. 국내에서는 2008년 3월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업체에서 방사선 조사된 일부 원료를 사용한 영유아식 사건때문에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크다. 제품 자체를 조사한 것이 아닌 조사된 원료가 혼입됐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행정처분으로 시정명령조치가 내려졌고 영업자들이 자진 회수조치한 사건이었다.

조사가 허가되지 않은 식품에 방사선 조사를 했을 경우에는 식품조사처리기준 위반으로 수입단계에서는 반송 또는 폐기되며, 유통 중인 제품은 회수조치된다. 지난 9월에는 농심에서 자체적으로 원료를 다 확인하지 못했다가 나중에 방사선 조사된 건조파를 발견하고 자체 회수한 바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의 이해증진인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다. 식품이 어떤 목적으로 방사선 처리됐고, 방사선 처리 후 어떤 형태로 품질이 개선됐으며 국제기구와 정부에서 안전성과 타당성을 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방사선 식품에 대한 홍보는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했지만 그렇게 많은 효과를 못 본 것 같다. 학계에서도 홍보에 소홀했던 것 같다. 심지어는 학교에서 방사선 조사식품을 먹지 말라고 교육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방사선은 물질(포장)을 투과해 살균·살충처리가 가능한 에너지로 유용한 에너지인 반면, 방사능 물질은 오염 가능한 위해성 물질이라는 차이점을 소비자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식약청은 방사선 조사식품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열린포럼을 개최했다. 향후 방사선 조사식품의 연구 방향은 현재 5억 원 규모의 연구용역과제가 공고된 상태다.

지금까지 방사선 조사식품 정책(표시 및 기준) 선진화 연구가 정부차원에서 이뤄진 적이 없다. 제대로 해보자는 의미에서 관련 공청회, 전문가 심포지엄, 포럼으로 이해도를 높이고 수입 및 유통식품에 대한 관리방안을 마련하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소비자 인식도 및 수용성 연구를 집중 투자해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정보 제공을 위한 홈페이지도 구축할 계획이다.

방사선 조사식품은 안전하다. 단지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므로 이를 확대하고 연구 포럼 세미나 등을 통한 인프라를 많이 구축할 예정이다. 식약청은 소비자들이 방사선 조사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무조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만큼 조사식품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할 것이다.
정심교 기자 : skfood@thinkfoo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