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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이마트 식품매장을 찾은 주부가 코카콜라와 이마트콜라를 비교해 보고 있다. 사진 이마트 제공
[이허브] 마트에서 코카콜라(1.8ℓ, 1370원) 옆에 이마트 콜라(1.5ℓ, 790원)가 있다면 소비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이마트 콜라는 해태음료를 제조사로 두고 있으며 전 세계 월마트 콜라 브랜드에도 납품하고 있는 코트사(社) 원액을 사용했다.
마찬가지로 농심 신라면(120g×5, 2600원) 코너 옆에 이마트 자체 브랜드 ‘맛으로 승부하는 라면(120g×5, 2340원)’이 진열돼 있고 동서식품 맥심 모카골드(2160g, 1만9400원)와 이마트 모카믹스(2160g, 1만5890원)가 경쟁을 벌인다면?
대형 할인점 업체들이 ‘자체 상품’(PB 또는 PL)을 대거 출시하고 있다.
PB(Private Brand)란 유통업체가 기획상품을 제조업체로부터 저렴하게 받아 자체 상표를 붙여 파는 상품을 말한다. 품목도 생필품에서 의류, 가전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들은 유통업체가 직접 상품을 기획판매함으로써 ‘언제나 싼 물건을 공급한다’는 할인점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필품 제조업체들은 마진을 남기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며 술렁이고 있다.PL(Private Label)상품이란?
PB(Private Brand)상품이라고도 한다. 유통업체가 자체적으로 기획 개발해서 판매하는 상품으로 협력 제조회사와 계약을 맺고 물건을 공급 받는다. 매장에서는 유통업체 브랜드를 붙여 판다.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방식으로, 영국의 막스앤드스펜서의 경우 자체 브랜드 비중이 100%다.
이마트 3000가지 품목 판매 중
이마트가 최근 내놓은 PL 상품은 6개 브랜드 3000여 품목이다.
신선식품에 적용되는 ‘후레쉬’, 프리미엄 생활용품 등에 적용되는 ‘베스트셀렉트’, 가공식품일상용품에 붙는 ‘이마트’, 저가 실속형 브랜드인 ‘해피초이스’, 가정주방용품인 ‘러빙홈’, 가전문화상품의 ‘플러스메이트’다. 이 중 베스트셀렉트는 제조사의 브랜드 상품보다 품질이 월등한 브랜드며, 해피초이스는 가장 가격이 저렴한 실속형 브랜드다.
이들 상품은 같은 급의 일반 브랜드 상품보다 20∼40% 싸다는 게 이마트 측의 설명이다.
이마트 이경상 대표는 “이마트의 상품판매 축을 PL 쪽으로 옮겨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매출의 10% 미만인 PL상품 비중을 2010년 23%, 2017년 3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선진 유통업체들의 PL상품 비중은 미국의 월마트가 40%, 영국의 테스코가 50%, 영국 백화점 막스앤드스펜서가 100%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할인점들도 자체 상표를 갈수록 키우고 있다.
2001년 자체 상품을 처음으로 내놓은 홈플러스는 작년 3500여가지 품목으로 전체 매출의 18%(7200억원)를 올린 데 이어 올해는 이 비중이 2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2월 말 현재 와이즐렉과 베이직아이콘 등 7개 브랜드에서 총 5400여 품목의 상품을 선보이고 있는 롯데마트도 올해 총 매출의 14%(6000억원)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진열대에서 ‘1위 상품’과 한판
지난 3일 서울의 한 이마트 점포. 거침없는 PL상품 판촉 공세가 펼쳐졌다.
‘크리넥스 미용티슈’ 바로 옆에는 ‘이마트 베스트셀렉트 미용티슈’가 쌓여 있고 세제코너 ‘퍼펙트하나로’ 옆에는 ‘이마트한스푼’이 놓여 있었다. 거의 모든 이마트 PL상품들이 가장 잘 팔리는 내셔널브랜드(NB제조업체 브랜드) 바로 옆에 자리 잡거나 아니면 아예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한 진열 형태였다.
이런 자신감에 힘입어 이마트 PB상품은 순조로운 판매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3일간 판매량 추이를 보면 이마트태양초고추장(3㎏ 9900원)은 5873개로 순창찰고추장(3㎏ 1만6400원) 1064개를 훌쩍 뛰어넘었다. 코카콜라(1.8ℓ 1630원, 7826개 판매)보다 이마트콜라(1.5ℓ 790원, 1만6792개 판매)를 집어드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대표적인 1위 NB상품의 벽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신라면(120g 5개 2600원)의 판매량은 이 기간 7만4421봉지에 달했지만 이마트 맛으로 승부하는 라면(120g 5개 2340∼2520원)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3만1626봉지였다. 맥심모카믹스(180입 1만8400원, 2만2268팩 판매)와 이마트모카믹스(180입 1만5890원, 2698팩 판매)의 차이도 무려 8배에 달했다. 이는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 때문이다.
주부 김미숙(43)씨는 “PL휴지는 질이 안 좋아 보인다”며 “값 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원래 쓰던 크리넥스 휴지를 계속 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친 가격인하 제조사들 울상
자체 상표 확대 등을 통한 대형마트들의 가격 내리기 전략에 제조업체들은 긴장하고 있다. 대형마트들이 자체 상표 점유율을 높이면서 판매가격 주도권까지 확보하게 되면 가격 할인 부담은 결국 제조업체들에 넘어올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마트는 자사에 납품하는 식품업체 등의 제품에 자체 상표를 붙여 동급 내셔널 브랜드보다 20∼40% 싸게 팔겠다는 ‘가격파괴 전략’을 선언하면서 대대적인 가격 내리기 공세를 펴고 있다.
홈플러스도 최근 올 한 해 동안 ‘물가 안정 캠페인’을 진행키로 하고 전국 66개 매장에서 PB상품 5300여종의 가격을 내렸다. 특히 최근 원자재값 상승으로 제품 가격이 오른 라면과 밀가루를 비롯한 가공식품과 가정용품 등 600여종의 가격을 평균 12% 인하했다.
이에 따라 ‘알뜰상품 라면’은 개당 350원에서 310원으로 11.4%, ‘프리미엄 우리밀 밀가루’(500g)는 1470원에서 1410원으로 4.1% 내렸으며 ‘좋은상품 저온살균우유’(1.8ℓ)는 3360원에서 3040원으로, ‘좋은상품 얼음골 샘물’은 650원에서 600원으로 각각 9.5%, 7.7% 싸졌다.
이와 함께 봄 신상품 의류 4700여종도 작년보다 20%가량 낮은 가격대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주요 대형마트들의 가격인하 정책이 이어지자, 그동안 자체 브랜드로 대형할인점에 입점 판매하거나 납품하는 업체들이 큰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대형마트들의 자체 상표 확대와 함께 가격 내리기 공세가 확산되면 매출 순위 1∼2위 제조업체들조차 가격 협상력을 잃어 유통업체에 장악되고 결국에는 대형마트들이 국외 아웃소싱에 나서 매장이 동남아 저가 상품으로 채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식품협회는 “유통업체는 판촉행사 때 매대 사용료, 전단지 인쇄비, 판촉도우미 인건비, 광고판 비용 등의 부담을 납품업체에 수시로 전가하고 입점업체들에는 자체 할인행사를 강요하고 있다”며 “납품업체는 이들의 가격 인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어 적정 이윤 확보를 위해 대체상품 출시, 중량 조절, 생산비 절감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까지 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마트는 “이마트 자체 상표의 93%가 중소기업 제품인 만큼, 유통업체의 ‘자체 상표 확대’는 중소 납품업체도 매출을 늘리고 성장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이라며 “결국은 소비자들이 스스로 어떤 것이 유리한지 판단하고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마트 등 ‘상생 마케팅’ 본받아야
미국에서 유통업체와 제조업체 간의 대표적인 파트너십으로 손꼽히는 월마트와 P&G의 관계도 처음부터 순탄치만은 않았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양사는 납품가격 문제로 치열한 공방을 벌이며 신경전을 벌였다.
그러나 양사 대표자 간에 마음을 터 놓은 대화가 지속되면서 신뢰를 쌓게돼 업무 전반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월마트는 생생한 매장 상품판매 데이터를 제공하고, P&G 또한 월마트 본사 주변에 전속 ‘커스터머 팀(customer team)’의 거점을 만들어 매장 실정에 맞는 상품 배송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한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가격체계를 구축하고 매장 인테리어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 결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양사의 가격 정책이 성공을 거두며 현재 P&G의 매출에서 월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15%에 이를 정도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월마트는 이외에도 존슨앤존슨, 켈로그, 코카콜라 등 유수 기업들과도 파트너십을 구축해 협력 회사들이 자사 상품의 판매상황을 실시간으로 검색해 분석, 대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PL공습, 간판제품들 시장지키기 안간힘
대형 유통업체의 자체 상품과 제조업체 간판 상품의 시장 지배력 다툼이 가시화되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대형 유통업체들의 ‘PL 공습’에 품질로 정면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롯데제과는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최고의 품질, 초우량 제품 공급을 통해 PL상품의 저가공세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껌, 초콜릿 등 간판 상품의 경우 원료 구입부터 가공까지 품질의 차별화를 유지해 PL상품을 따돌린다는 계획이다.
드림카카오, 자일리톨휘바 등 대표 브랜드들은 경쟁상품과 품질 등에서 큰 차이가 나 PL상품과의 경쟁에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농심 신라면은 1986년 출시된 이래 150여개 상품이 각축을 벌이는 라면 시장에서 20%가 넘는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농심은 PL라면 출시에 대해 “싼 제품을 찾는 사람도 있고 기호에 따라 제품을 찾는 사람도 있다”며 상대적으로 느긋한 자세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 라면은 ‘국민 라면’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라며 “더 좋은 제품 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는 간판 브랜드의 맛과 포장 등 제품 이미지를 보완하는 브랜드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원두커피음료 ‘칸타타’, 건강차음료 ‘오늘의 차’, 곧 출시할 예정인 ‘해양심층수’ 등 새로운 간판 제품을 집중 육성해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무균 충전화 생산 시스템을 이용한 품질 차별화를 통해 음료시장의 주도권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 기사입력 2008.03.31 (월) 16:19, 최종수정 2008.03.31 (월)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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