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시장동향

이마트보다 싼 700마켓 떴다

곡산 2008. 3. 19. 16:45
이마트보다 싼 700마켓 떴다
면목동 등 12개 매장 생필품 700개 초저가 판매

지난 17일 저녁 8시께 서울 면목동 `700마켓` 매장. 350㎡(100여 평)쯤 되어 보이는 매장에서 고객 6~7명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한쪽 벽에는 `700마켓은 신선하고 맛있는 상품을 매일 싸게 드리는 우리 동네 최고 할인점입니다`라는 대형 홍보문구가 눈길을 끈다. 고객이 고른 상품은 과일 라면 과자류 등.

1만5000원어치 물건을 산 주부 김 모씨(38ㆍ면목6동)는 "근처에 사는데 일주일에 서너 차례 들른다"며 "물건 종류는 많지 않지만 값이 저렴해서 좋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근처에서 가장 싼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초저가격 내세워

= 물가 상승이 최대 걱정거리로 떠오른 가운데 초저가격을 지향하는 가격파괴형 점포인 `700마켓`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 점포 수가 많지 않아 지명도는 크게 떨어지지만 전국 최저 가격에 물건을 판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점포 주변 지역 주민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다.

18일 판매가격을 국내 대표 대형마트인 이마트와 비교해 보면 700마켓 강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참이슬(360㎖) 1병은 920원으로 이마트(940원)보다 20원 싸고, 맥심 모카커피(1.2㎏)는 9500원으로 이마트(1만1100원)보다 1600원 저렴하다. 오뚜기 딸기잼(300g)은 1850원으로 130원, CJ 찰밀가루(1㎏)는 1890원으로 90원 싸다.

빙그레 5000 투게더(900㎖) 아이스크림은 2250원으로 이마트(3800원)보다 무려 1550원 덜 받고 있다. 이 밖에 여러 제품이 조금 낮거나 비슷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조항준 700마켓 상무는 "우리나라 어느 점포보다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팔고 있다"고 강조했다.

◆ 원가 줄여 저렴한 가격 유지

= 농수산홈쇼핑이 운영하는 700마켓은 국내 첫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Hard Discount Store)`로 평가받는다.

이 업태는 말 그대로 가격할인을 회사 정책 결정 때 최우선 순위에 올려 놓는다. 다시 말해 상품가격에 전가되는 비용 요소를 최소화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익을 가격할인 형태로 고객에게 돌려주는 개념이다.

700마켓은 먼저 매장 인테리어나 진열에 돈을 들이지 않는다. 진열대는 10~20년 전에나 볼 수 있는 투박한 선반 모양이고, 일손이 덜 가도록 상품은 박스째 진열한다. 매장 위치도 도심 외곽 지역 이면도로 쪽에 마련해 임차료를 줄이고 있다.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점포당 점원은 5명 정도만 둔다. 점포 광고나 홍보는 신문 전단지가 전부다.

조 상무는 "심지어 매장 형광등도 어둡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로만 켜 놓는다"고 설명했다.

◆ 정착까진 장애물 많아

= 700마켓은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700개 정도 상품만 취급하고 있다. 팔리는 것만 집중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이마트가 수만 개를 판매하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상품 구색이 변변치 않다 보니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상품 폭은 크게 좁다. 소비자 불만도 이 부분에 모아진다.

점포 수가 적어 가격 혜택을 누리는 소비자도 극히 제한적이다. 700마켓은 2006년 10월 1호점(수원 성대점)이 출범한 이래 지금까지 서울 1곳을 포함해 수도권에만 12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적은 점포 수는 자체브랜드(PB) 상품 확보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가격 혜택을 확대하려면 PB 상품을 늘려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점포 수가 크게 적은 것이다. 이에 따라 700마켓 측은 올해 상반기 중 매장 최적화 작업 등을 거쳐 점포 수 확대 계획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최근 국내 경기가 어렵고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는 점에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유통업태로 판단한다"며 "다만 얼마나 빠르게 점포 수를 늘려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진성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