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부회장 변화 몸짓 빨라져 ‘은둔형 CEO’서 현장 경영자로 변신 중국 등 성장성 큰 아시아 공략 진두 지휘 |
보수적인 색채가 강했던 식품명가 롯데가 올해 들어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성을 보이고 국내시장에서는 계열사별 눈에 띄는 행보가 잦아지는 등 취임 10주년을 맞는 신동빈 부회장을 주축으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신 부회장은 대외적인 공식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은둔형 CEO’에서 탈피, 지난 1월 29일 롯데제과와 세계적인 초콜릿브랜드 허쉬(Hershey)사 간의 전략적 제휴 체결현장에도 모습을 드러내는 등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 부회장은 이에 앞서 1월 11~12일 이틀간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식품부문 아시아 지역 법인장과 해외사업 책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롯데 아시아 전략회의’를 개최해 아시아 시장에 대한 향후 계획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그룹 후계자로 점쳐지는 신 부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향후 식품계열사들에 상당한 힘을 실어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신 부회장은 최근 구체적으로 식품부문에 두 가지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은 해외시장 강화와 식품안전 특별대책 수립이다. 이중 식품안전 특별대책은 국내시장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 중국 동남아시장 집중공략 신동빈 부회장은 ‘롯데 아시아 전략회의’에서 올해 안에 동남아시아 지역본사를 설립하고 식품부문의 아시아 지역 판매 확대를 추진하도록 지시했다. 신 부회장의 이 같은 구상은 지난 2월 6일 중국에 ‘낙천투자유한공사(樂天投資有限公社)’가 설립됨으로 가시화됐다. 이 회사는 향후 중국 내 롯데의 음료와 제과사업의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롯데 계열사의 한 고위 인사는 “이미 한국 및 일본롯데의 식품부문 성장이 정체국면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성장을 도모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신 부회장이 아시아시장을 지목한 까닭에 대해서 한 관계자는 “중국과 동남아시아는 세계인구의 절반인 30억의 인구가 살기 때문”이라며 “굳이 품질이나 가격, 브랜드력에서 열세인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을 공략하기 보다는 향후 성장가능성이 매우 큰 아시아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일단 이 같은 신 부회장의 구상은 그동안 중국 및 아시아시장 개척에 적극성을 보여왔던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의 성과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아시아전략회의’ 이후 ‘허쉬’와의 전략적 제휴를 맺음으로써 제일먼저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해외시장에서의 취약한 브랜드력을 극복하는 한편 서로의 노하우를 접목시켜 시너지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책이다. 따라서 향후 이와 유사한 전략적 제휴는 계열사별로 더욱 활발히 진행될 전망이다. 세계적인 초콜릿브랜드인 ‘허쉬’가 롯데와 손잡은 것은 1994년부터 중국시장을 노크해 온 롯데제과의 영업망에 상당한 매력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제과는 지난 1994년 일본 롯데, 중국 사통집단공사 등과 합작으로 베이징에 ‘낙천사통식품유한공사(樂天四通食品有限公社)’를 설립했다. 처음 이 회사는 일본 롯데가 주축이 돼 껌을 주로 취급했다. 하지만 중국에 뿌리 깊은 반일감정으로 인해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에 신격호 회장은 중국과 국민정서가 비슷한 한국롯데를 중국사업의 중심으로 삼아 2002년 자일리톨껌 현지 생산을 지시했다. 이를 기반으로 약 2억8000만 달러에 이르는 중국 껌시장의 80~90%에 이르던 미국 리글리 껌이 지난해 점유율 50%까지 하락하며 롯데는 시장점유율 22%까지 끌어올리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현재 낙천사통공사는 사통집단공사가 분리된 이후 낙천중국공사로 명칭을 바꾸고 한국롯데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이밖에도 2005년에는 중국 칭다오에 금호식품(청도)유한공사를 150억원에 인수해 비스킷류, 스낵류, 초코파이를 생산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7월 인수한 상하이 초콜릿 원액 생산 공장은 이번 ‘허쉬’와의 합작을 통해 올해 4월 시험생산에 들어가 8월부터는 본격적인 제품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곳에서 롯데제과가 생산할 제품은 드림카카오, 가나초콜릿을 비롯해 에어셀, 아몬드볼 등 20여종이고 허쉬는 키세스를 비롯해 너겟, 허쉬초코바, 리스 등 30여종을 생산하게 된다. 롯데제과는 이밖에도 중국 내 공장을 향후 대만, 인도 등 동남아시아에 제품을 수출하는 생산기지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롯데제과는 2004년 5월 인도 남부의 패리스제과를 인수, ‘롯데인디아’로 변경해 껌 생산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필리핀과 베트남 등에도 각각 97년, 98년에 공장을 준공해 동남아 시장의 교두보로 삼고 있다. 한편 롯데칠성은 롯데제과가 설립한 홍콩 지주회사인 롯데푸드홀딩과, 일본롯데와 합작해 ‘낙천투자유한공사’를 설립함으로써 신 부회장의 구상에 보조를 맞췄다. ‘낙천투자유한공사’는 총 281억4000만원이 투자됐으며 롯데칠성, 롯데푸드홀딩, 일본 롯데가 각각 33%, 33%, 34%의 지분을 보유했다. 롯데칠성은 2005년 9월 1200만 달러를 투자해 중국의 베이징화방식품유한공사를 인수 ‘롯데화방음료유한공사’를 출범시켰다. 또한 두 달 뒤인 11월에는 하남성 소재의 뤄허창다실업유한공사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롯데오더리 음료유한공사’로 변경했다. 롯데오더리음료유한공사의 총 자본은 약 4400만 달러로 롯데칠성의 투자자본은 약 2300만 달러 규모였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5월 간판상품인 칠성사이다를 ´낙천칠성기수(樂天七星氣水)´라는 이름으로 중국시장에 런칭하기도 했다. 중국 음료시장은 연간 15조에 달한다. 하지만 아직 한계도 많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중국은 차문화가 강한데다 일반 소비자들의 소득수준도 낮아 음료에 대한 소비가 적다”면서 “큰 욕심을 내기보다는 다양한 제품을 알려 소비증가에 대처해 나가는 한편 중국법인을 동남아 진출의 교두보로 삼아 향후 보폭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식품안전’ 경각심 고취 신 부회장은 해외시장 공략과 함께 국내 시장 수성 전략으로 식품안전 강화를 주문했다. 신 부회장은 최근 일본의 명문 제과업체인 후지야(不二家)가 식품파동을 일으켜 몰락의 과정을 겪는 것을 지켜보면서 식품안전에 대해 더욱 경각심을 가지게 됐다. 신부회장은 지난 1월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그룹 차원의 종합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각 계열사별로 추진돼온 식품안전 시스템은 한층 더 체계화될 전망이다. 롯데중앙연구소 관계자는 “이미 사장단 회의에서 1차 브리핑이 있었고 실무진을 중심으로 한 2차 회의가 예정돼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그룹차원의 대책안이 최종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의 이 같은 구상에 따라 계열사들의 움직임은 더 바빠졌다. 롯데칠성은 올 상반기 중 대전공장에 ‘식품안전센터’를 마련할 계획이다. ‘식품안전센터’는 그동안 각 공장별로 진행돼온 식품안전 시스템을 통합해 총괄하는 조직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식품안전센터에는 연구소 수준의 최신 분석설비를 갖추는 한편 생산 설비도 들여놔 원료에서 완제품까지 시제품을 직접 만들어봄으로써 공정 단계별 발생할지 모를 문제점들을 사전에 발견해 확실히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은 이와 함께 사고발생시 피해확산을 조기에 방지하기 위한 생산이력관리시스템도 강화할 방침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이미 우리는 이러한 시스템을 다 갖췄으며 모의 리콜훈련을 통해 대처능력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은 이밖에도 관능검사요원의 전문성을 높여 제품 생산 최종단계까지 안전에 만전을 기한다는 구상이다. 롯데햄우유는 대표이사 직속 ‘품질안전관리실’을 새로 마련할 방침이다. ‘품질안전관리실’은 품질보증관리와 식품안전관리 업무를 주로 맡을 예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는 지난 2004년부터 추진돼온 품질위생관리 개선 대책의 마지막 단계로서 전사적인 품질관리를 위한 통제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국내법인인 코리아세븐도 비상이 걸렸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우리는 1400여개 매장에 하루 약 70만명의 고객이 방문하고 있어 사고확률이 1만분의 1이라고 할찌라도 하루 60~70건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면서 “지극히 작은 사고하나에도 세븐일레븐 전체에 치명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리아세븐은 특히 가맹점주와 각 매장별 파트타임 근무자들의 교육을 강화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아르바이트생들의 이동이 너무 잦아 위생관리에 허점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면서 “매뉴얼을 통한 교육을 강화하고 매일 매장을 방문해 점포체크표와 장비온도관리표를 작성하는 필드 컨설턴트(FC)들을 활용해 가맹점들을 더욱 긴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또한 지난 9일 전 계열사가 ‘소비자 불만 자율 관리시스템(CCMS)’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러한 안전시스템 구축에 따른 자신감의 표출로 롯데는 향후 소비자 불만을 사전에 파악, 예방하는 데 더욱 주의를 기울이는 한편 소비자와의 분쟁으로 인한 비용 및 손실을 줄이고 소비자 신뢰를 구축, 기업 이미지 향상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롯데 계열사의 한 고위 인사는 “롯데가 그동안 국내시장에 안주하면서 조금 느슨해진 경향이 있었다”면서 “해외시장과 국내시장 모두를 집중공략하면서 올해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류양희 기자 : yoopen@thinkfood.co.kr |
'식품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밥쌀용 수입쌀 19일 올해 첫 공매 (0) | 2007.03.19 |
---|---|
빙과 4개사 아이스크림 가격담합 (0) | 2007.03.19 |
2007년도 식약청 주요업무계획 (0) | 2007.03.06 |
식품업계 M&A 열풍 지속 (0) | 2007.03.06 |
음료업계 '컬러파괴' 마케팅 한창 (0) | 2007.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