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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식품 업계 경영 압박

곡산 2026. 7. 20. 12:42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식품 업계 경영 압박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6.07.20 07:56

제조 원가 상승·배출권 가격, 실적에 반영돼…수입 단가 인상으로 연결
환경 규제, K-푸드 글로벌 진출에 무역 장벽
미국·EU 유통 체인 ‘전과정 평가’ 데이터 요구
대기업, 탄소중립 목표 생분해 소재 등 사용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K-ETS)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지난 1월을 기점으로 가장 엄격하고 강력한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 운영에 돌입했다. 이번 운영의 핵심은 과거처럼 배출권을 넉넉히 나눠주던 관행을 깨고, 공급 총량을 대폭 줄여 탄소에 실제 ‘높은 가격’을 매기는 구조적 대전환에 있다.

특히 한국의 K-ETS 4단계 진입과 인도, 베트남 등 신흥국의 탄소 가격제(ETS·탄소세) 도입 확산은 국내외 공급망이 얽혀 있는 식품업계에 직접적인 비용 상승과 경영 구조 변화를 강제하고 있다. 식품산업은 제조업 중에서도 마진율이 낮고 원가 변동에 극도로 민감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 이번 탄소 규제 강화는 제품 생산부터 포장, 글로벌 소싱(원료 조달)까지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K-ETS)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에 돌입하며 국내 식품업계가 직면한 생산·포장·조달·수출 등 밸류체인 전반의 원가 상승 압박과 주요 식품 기업들의 탄소중립 대응 전략. (사진=생성형 AI Gemini)

K-ETS는 △생산 단계 △포장 단계 △조달 단계 △수출 단계를 핵심축으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생산 단계에서는 제조 원가 상승과 ‘배출권 비용’이 현실화된다. 식품 가공 공장은 살균, 건조, 냉동 가공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과 스팀(열에너지)을 소비하는데, 4단계 K-ETS는 식품 대기업들의 대형 사업장을 직접 정조준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BM(벤치마킹) 할당 확대 부작용이다. 과거 배출량 기준이 아닌 ‘에너지 효율’ 기준으로 배출권을 주는 BM 방식 비중이 75%로 늘어났다. 설비가 노후화됐거나 공정 효율이 낮은 식품 공장은 무상으로 받는 배출권이 급감해 배출권 추가 구매 비용이 재무제표에 직접 반영된다.

또 비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 상향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맞물리면서 전력 사용에 따른 ‘간접배출(Scope 2)’ 비용 부담이 식품 대기업의 매 분기 실적을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

국내외 재생원료 의무화로 인한 ‘친환경 포장’ 전환도 시급하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플라스틱 및 포장재 규제는 식품업계가 직면한 가장 가시적인 변화다.

국내 생수·음료 제조업체 중 대형 가공업체는 페트병 생산 시 최소 10% 이상의 재생원료(Recycled PET)를 의무 혼입해야 한다. 하지만 재생 페트는 아직까지 공급망이 안정되지 않아 일반 신재 플라스틱보다 단가가 높아 음료 포장재 원가 상승의 주범이 되고 있다.

아울러 재활용이 어려운 복합재질 포장재나 유색 페트병에 대한 EPR 분담금 요율이 대폭 인상돼 기업 입장에서는 매년 지출해야 하는 ‘환경 분담금’ 자체가 고정 비용으로 고착화됐다.

조달도 쉽지 않다. 인도, 베트남 등 주요 신흥국들이 자국 내 탄소세나 ETS를 신설·강화하면서 이들 국가에서 원료를 수입하는 국내 식품업계의 ‘공급망 업스트림(Scope 3)’ 비용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실제 식품의 핵심 원료가 되는 동남아산 전분, 당류, 식물성 유지(팜유 등), 소스류 완제품 등은 해당 국가 제조 공장의 탄소세 비용이 반영돼 국내 수입 단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원구성이 취약한 신흥국 공급업체들이 탄소 규제 대응 비용(측정 시스템 구축, 재생에너지 전환)을 수출 가격에 전가함에 따라 국내 식품사들의 원가 부담은 기후변화로 인한 원두·설탕 가격 변동성과 더불어 가중되는 추세다.

K-푸드의 글로벌 영토 확장에도 적색불이 켜졌다. K-푸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전성기를 맞이한 시점에 도입된 글로벌 탄소 규제는 현지 유통망 진입의 새로운 무역 장벽이 됐기 때문이다.

이미 EU와 미국의 대형 유통 체인(월마트, 카르푸 등)들은 입점하는 한국 식품 대기업들에 제품의 ‘전과정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다. 원료 재배부터 포장, 운송까지 탄소 발자국을 투명하게 증명하지 못하면 매대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오는 8월 시행되는 EU의 포장 규정(빈 공간 40% 제한, PFAS 금지 등)과 결합되면서 유럽으로 수출하는 만두, 라면, 소스류 등 완제품 식품들은 포장 패키징을 전면 재설계해야 하는 연구개발(R&D) 및 물류 전환 비용을 떠안게 됐다.

이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식품업계는 일찌감치 탄소중립에 앞장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2050년 탄소중립 및 제로 웨이스트(Carbon Neutral&Zero Waste) 실현’을 선언했다.

핵심 전략 방향은 △사업장의 탈(脫)탄소 에너지 전환 △제품과 솔루션의 친환경적인 혁신 △공급망 협력사 등 가치사슬 전반의 그린 파트너십 구축 세 가지다. 3대 핵심 전략을 토대로 온실가스, 에너지, 물, 폐기물 등 각 영역별로 12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는 전 사업장의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25% 감축하고, 전력 에너지원은 2030년까지 미주, 유럽 사업장부터 기존 화석연료를 재생, 바이오 에너지로 100% 전환한다.

또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인 PHA를 활용한 제품이나 대체육, 배양육 기반의 식품, 푸드 업사이클링 등 친환경 제품 출시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대상은 정읍시, 한국기후변화연구원과 손잡고 원예 농가 에너지절감 설비 지원 및 획득한 탄소배출권 수익을 농촌 정주여건 향상을 위해 기부하는 데 상호 협력해 나간다.

2050년까지 정읍시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농가 저탄소화를 통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다는 것.

아울러 환경위해요소를 제거하는 사회공헌활동 ‘ZERO’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농업 분야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에너지절감 설비 공기열히트펌프 지원 사업도 전개한다.

오리온은 익산공장을 대상으로 ‘탄소중립설비 지원사업’을 전개한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 업체를 대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설비의 설치비를 지원하는 정부 사업이다.

오리온 익산공장은 배합기 및 오븐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배기 폐열을 활용한 온수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기존 공기압축기를 고효율 공기압축기로 교체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연간 540여 톤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K-ETS 4단계의 핵심은 탄소 감축이 ‘환경적 이미지 제고’ 목적에서 글로벌 규제까지 맞물려 실질적인 제품 원가 상승 압박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라며 “기술 투자를 통해 공정 탄소 배출량을 조기에 떨어뜨린 선도 기업은 배출권 매각을 통해 추가 수익을 올리는 반면 대응이 늦은 기업은 원가 경쟁력을 상실해 제품 가격 인상 압박(밀크플레이션, 슈링크플레이션 등)으로 이어지는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