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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용도별 원유 구매 쿼터’ 초반부터 대립

곡산 2026. 7. 16. 07:30

내년 ‘용도별 원유 구매 쿼터’ 초반부터 대립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6.07.15 07:55

낙농진흥회 첫 회의…‘과잉 물량’ 산정 낙농가-유업계 현격한 의견차
생산자단체, 9만3000톤 과잉 추산…감축 최소화
유업계 “음용유 소비 160만 톤…30만 톤 초과 매입”
원유 물량 줄이되 단가 낮은 가공유용 전환도 난항

올해 낙농 원유 가격이 동결됐음에도 불구하고, 낙농가와 유업계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가격 협상은 무산됐지만, 내년(2027년)부터 적용될 ‘용도별 원유 구매 물량(쿼터)’을 조정하기 위한 협상이 본격화되면서 양측의 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서다.

통상 낙농진흥회는 통계청의 우유 생산비 조사 결과 발표 직후인 6월경에 원유 가격 협상 및 산정 절차를 개시해 왔다. 과거 생산비만 반영하던 ‘원유가격연동제’가 폐지된 후 현재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적용하여 생산비와 시장 상황을 고려해 협상으로 결정한다.

다만 올해(2026년)의 경우 원유 가격 자체에 대한 협상은 진행되지 않고 동결됐다. 낙농진흥회 규정상 전년 대비 생산비 변동률이 ±4% 이상일 때 가격 협상을 발동하게 돼 있으나, 지난해(2025년) 우유 생산비가 전년 대비 0.4% 감소하는 데 그쳐 협상 기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음용유용 원유 가격은 리터당 1084원, 가공유용은 리터당 882원으로 기존 가격이 그대로 유지되며, 2027년에 적용될 원유 가격 역시 동결이 확정됐다.

올해 원유 가격은 생산비 변동 폭이 작아 동결됐으나, 내년(2027년)부터 적용될 용도별 원유 구매 물량(쿼터) 조정을 두고 낙농가와 유업계가 팽팽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낙농가는 생산 기반 붕괴를 막기 위해 '실제 구매량'을 기준으로 물량 감축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유업계는 '제도상 쿼터'를 기준으로 대폭 감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유업계는 흰 우유 소비 급감으로 인해 매년 수억 원에 달하는 분유 재고 적체와 적자를 감당하고 있어 현실적인 수준의 감축이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사진=생성형 AI Gemini)

이처럼 가격은 기존 그대로 묶어두었지만 유업체가 낙농가로부터 얼마큼의 양을 의무적으로 사줄 것인가에 대한 물량 조정 협상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시작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첫 회의를 열고 용도별 원유 물량 조정 협상에 착수했다. 현행 용도별 차등가격제 규정상 사전에 배정된 용도별 원유 물량은 시장 상황을 반영해 2년마다 재조정하도록 돼 있다.

이번 협상은 저출생과 식생활 변화로 흰 우유 소비가 지속해서 감소하는 시장 수요에 맞춰 유업체가 의무적으로 사들여야 하는 음용유(마시는 우유)와 가공유(치즈·버터용)의 구매 쿼터(물량)를 늘리거나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협의를 통해 결정된 조정 물량은 내년(2027년)부터 내후년(2028년)까지 2년간 시장에 적용될 예정이다.

현재 양측은 시장 우유 소비량이 줄어 원유 생산량을 감축해야 한다는 ‘대원칙’에는 뜻을 같이하고 있다. 현재 국산 원유 시장은 감축이 필요한 '과잉 1구간(과잉률 5% 초과)'에 진입한 상태다. 그러나 감축의 척도가 되는 ‘과잉 물량’을 산정하는 기준점을 두고 낙농가와 유업계의 계산법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생산자 단체인 낙농가는 “지난해 실제 유업체가 구매한 음용유 물량(189만톤)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과잉 물량은 약 9.3만톤(과잉률 5.2%) 수준으로 추산된다. 낙농가 측은 사료비와 인건비 등 생산비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소비 감소로 인한 피해가 농가에만 전가돼선 안 되며, 생산 기반 붕괴를 막기 위해 물량 감축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수요자인 유업계는 “제도상 규정된 음용유 쿼터인 88.5%(194.1만톤)를 기준으로 과잉 물량을 산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유업계의 방식대로라면 과잉 물량은 약 14.4만톤(과잉률 8.0%)으로 대폭 늘어난다.

유업계가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배경에는 규정 쿼터와 실제 소비량 사이의 심각한 괴리가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유업체가 낙농가로부터 의무적으로 사들여야 하는 원유 총량은 연간 205만 톤에 달한다. 이 중 음용유가 194만1000톤, 가공유가 10만9000톤을 차지한다. 하지만 낙농 및 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실제 음용유용 원유 소비량은 약 160만 톤 내외로 추산된다. 유업체들로서는 제도에 묶여 매년 약 30만 톤 안팎의 원유를 시장 수요보다 초과해 의무 매입하고 있는 셈이다.

마시지 않고 남은 흰 우유는 유통기한이 짧아 그대로 버릴 수 없어 탈지분유 형태로 장기 보관되는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재정 손실이 발생한다. 국산 탈지분유는 수입산보다 가격이 2~3배 이상 비싸 국내 제과·제빵·카페 업계 등에서 외면받아 창고에 그대로 쌓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유업체의 회계상 재고자산평가손실로 직결돼 경영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 유업체들은 분유 재고를 줄이기 위해 대형마트 등 유통 채널에서 1+1 묶음 판매나 상시 할인 등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영업이익률을 떨어뜨리는 주범이 돼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저출생으로 인한 우유 급식 인구 감소와 대체음료(대두·아몬드·오트 음료), 저렴한 수입 멸균유의 공습으로 사면초가에 놓인 상황”이라며 “시장 수요는 이미 160만톤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는데 과거 기준에 맞춘 쿼터를 유지하라는 것은 유업계에 매년 수백억 원의 적자를 그대로 떠안으라는 소리와 같다”고 토로했다.

현재 협상 테이블에서는 음용유용 원유 물량을 최소 1만4000톤에서 최대 4만3000톤까지 감축하고, 그만큼을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가공유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하지만 양측이 주장하는 최종 감축 규모의 격차가 최대 1만5000톤까지 벌어져 있어 의견 좁히기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낙농가 입장에서는 가격이 저렴한 가공유 물량이 늘어날수록 농가가 받는 평균 수취 단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감산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낙농 단체 대표 2인, 유업계 대표 2인 등으로 구성돼 이번 달 말까지 집중적인 의견 조율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협상을 통해 도출될 최종 용도별 원유 물량 조정안은 내년 1월부터 시장에 전격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