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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라면 스프 속 ‘비프향’도 위험…EU 복합식품 규제 비상

곡산 2026. 6. 26. 12:41
[핫이슈] 라면 스프 속 ‘비프향’도 위험…EU 복합식품 규제 비상
  •  이지현 기자
  •  승인 2026.06.26 10:10

고기성분 1g만 들어가도 통관 거부…‘비건화’와 공급망 컴플라이언스가 유럽시장 관건
열처리 가금육, 수출길 열렸지만 TRACES 등록·위생증명서·항생제 규제까지 4중 관문 넘어야

K-푸드의 유럽 수출이 본격 확대되는 가운데, EU의 복합식품 규제가 국내 식품기업들의 새로운 통상 장벽으로 부상하고 있다.

EU는 가축 전염병의 역내 유입을 막고 공중보건을 확보하기 위해 동물성 원료가 포함된 제3국산 식품에 세계 최고 수준의 위생·검역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라면 스프, 만두소, 소스, 즉석식품 등에 우육이나 돈육 성분이 단 1g이라도 포함될 경우 통관이 거부될 수 있어 수출기업들의 세밀한 원료 점검이 요구된다.

한국은 2023년 12월 EU와의 위생·검역 협상을 통해 열처리 가금육 수출길을 열었지만,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여전히 EU 수입 승인국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유럽 수출용 제품에 대해 우육·돈육 성분을 식물성 원료로 대체하는 ‘비건화’ 전략과 함께, 원료 공급망 전반의 EU 규정 준수 체계를 갖춰야 하는 상황이다.

■ 동물성 원료 0.01%만 들어가도 ‘복합식품’ 규제 대상

EU에서 말하는 복합식품은 가공된 동물성 원료가 식물성 원료와 함께 들어간 가공식품을 의미한다. 문제는 그 함량이 극히 미량이라도 규제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라면 스프 속 비프 시즈닝, 돈골 추출분말, 돈지, 소스류에 들어간 육류 엑기스, 제과류의 유제품, 수산물 기반 소스류의 멸치·굴·가쓰오부시 원료 등이 모두 검역 대상이 될 수 있다.

KOTRA 암스테르담무역관에 따르면 EU 복합식품 수입 규제는 크게 △수입 승인 국가 여부 △동물위생증명서 △오염물질 기준 △항생제 규제 등 4대 장벽으로 구성된다.

비건 식품을 포함한 모든 농식품은 기본적으로 식품 내 오염물질 최대 허용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여기에 동물성 원료가 포함되는 순간, 수입 승인 국가 화이트리스트와 동물위생증명서, TRACES-NT 등록, 항생제 규제까지 추가로 적용된다.

■ 한국산 우육·돈육 EU 수입 불가…라면·소스류 특히 주의

현재 한국은 EU의 소고기와 돼지고기 수입 승인국 명단에 올라 있지 않다. 이는 해당 원료가 들어간 식품은 위생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원천적으로 EU 수입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유럽 수출용 라면, 우동, 짬뽕, 냉동만두, 불고기 소스, 즉석 볶음밥 등은 스프나 소스, 후레이크, 육수 베이스에 우육·돈육 성분이 혼입됐는지 전수 점검해야 한다.

특히 국내 식품업계에서 흔히 사용하는 비프향 시즈닝, 돈골분말, 포크 엑기스, 돈지 등은 함량이 작더라도 통관 리스크가 크다. EU 수출을 목표로 한다면 이들 원료를 버섯, 해조류, 효모추출물, 식물성 단백질 등으로 대체하는 레시피 전환이 불가피하다.

결국 유럽 시장에서 K-푸드의 첫 번째 전략은 “규제를 뚫는 것”이 아니라 “규제 대상 원료를 빼고 바꾸는 것”이 될 수 있다.

■ 열처리 가금육, 길 열렸지만 ‘승인 작업장’ 증명이 핵심

가금육은 상황이 다르다. 한국산 열처리 가금육은 2023년 12월 EU 수입이 최종 타결되면서 수출길이 열렸다.

이는 중심온도 70도 이상 열처리 등 가축전염병 리스크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EU가 제한적 수입을 허용한 결과다. 이에 따라 닭고기 원료를 활용한 일부 만두, 간편식, 조제식품 등은 유럽 수출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단순히 닭고기 원료를 사용한다고 해서 수출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EU가 승인한 한국 내 도축장과 가공장에서 유래한 원료여야 하며, 이를 입증하는 동물위생증명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EU 통합 검역 시스템인 TRACES-NT에 관련 시설과 수입 신고 정보가 사전에 등록돼야 한다. 현지 수입업자는 전자 공동수입신고서인 CHED-P를 작성하고 선적 서류와 연동해야 정상 통관이 가능하다.

[자료: EU 집행위원회, KOTRA 암스테르담무역관 분석]

■ 라면·만두·소스·제과류…K-푸드 주력 품목 대부분 영향권

EU 복합식품 규제는 국내 식품기업의 주력 수출 품목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라면과 우동, 짬뽕 등 면류는 스프와 후레이크에 포함된 육류 성분이 핵심 리스크다. 우육·돈육 성분이 들어가면 통관이 거부될 수 있다.

소스류는 더 복잡하다. 불고기 소스, 떡볶이 소스, 굴소스, 액젓 등은 수산물·계란·동물성 추출물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원료를 제조한 1차 가공업체가 EU 승인 시설로 등록돼 있어야 한다.

제과류 역시 예외가 아니다. 우유 함유 스낵, 치즈 과자, 꿀 베이스 과자 등은 한국산 유제품이나 벌꿀 원료 사용이 제한될 수 있다. 한국이 해당 원료의 EU 승인국이 아니기 때문에, EU 회원국산 또는 EU 승인국산 원료를 사용했다는 증빙이 필요하다.

냉동만두와 즉석 볶음밥 등 조제식품은 가금육 사용 여부와 원료 증명서, 시설 등록 여부를 모두 확인해야 한다.

[자료: EU집위원회, KATI농식품수출정보, 농림축산식품부]

■ 네덜란드 NVWA, 위험도 따라 서류·현물 검역 차등 적용

네덜란드는 유럽의 핵심 물류 관문이다. 로테르담항과 스키폴공항을 통해 EU 전역으로 식품이 유통되는 만큼, 네덜란드 식품소비재안전청(NVWA)의 검역 기준은 국내 수출기업이 반드시 파악해야 할 실무 기준이다.

NVWA는 복합식품을 식육 포함 여부와 보관 온도에 따라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으로 나눠 관리한다.

육류 성분이 포함됐거나 냉장·냉동 보관이 필요한 식품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이 경우 한국 식약처 등 정부기관이 보증하는 공식 위생증명서 원본이 필요하며, 원료 도축장부터 최종 가공공장까지 모든 생산시설이 EU 승인 수출작업장으로 등록돼 있어야 한다.

반면 육류 성분이 없고 수산물, 유제품, 계란 등만 포함된 상온 제품은 상대적으로 완화된 절차가 적용된다. 정부 공식증명서 대신 수입업자나 제조업체가 성분을 확인하고 서명하는 사설인증서 또는 자체확인서로 통관이 가능하다.

다만 서류 절차만 완화될 뿐, 해당 동물성 원료의 생산국과 시설이 EU 승인 및 TRACES-NT 등록을 마쳐야 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 2026년 항생제 규제까지…가금육·수산물도 안심 못해

EU의 복합식품 규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026년 9월 3일부터는 수입 동물성 식품에 대한 항생제 규제가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EU는 성장 촉진 목적의 항생제 사용과 인체용 주요 항생제 사용을 엄격히 제한한다. 이 규제는 수산물, 가금육 등 현재 수출 가능성이 열린 품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양식 수산물과 가금육 원료를 사용하는 기업은 원료 공급 농가와 가공장의 항생제 사용 관리 체계를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 규제 시행 이후에는 단순히 최종 제품의 안전성만으로는 부족하고, 원료 생산 단계의 항생제 관리 이력까지 요구될 가능성이 높다.

[자료: EU 집행위원회(EUR-Lex), 농림축산식품부, KATI 종합 분석 및 KOTRA 재구성]

■ EU 수출 해법은 ‘비건화’와 ‘공급망 증명력’

K-푸드 기업이 EU 복합식품 규제를 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는 비건화다. 우육·돈육처럼 수입이 원천 차단된 원료는 식물성 원료로 대체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버섯, 해조류, 효모추출물, 식물성 단백질, 발효소재 등을 활용해 기존의 감칠맛과 풍미를 구현하는 기술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둘째는 공급망 컴플라이언스다. 허용된 가금육과 수산물 원료라 하더라도 1차 원료 공급업체가 EU 승인 시설인지, TRACES-NT에 등록돼 있는지, 동물위생증명서 발급이 가능한지 완제품 수출기업이 직접 확인해야 한다.

이제 유럽 수출 경쟁력은 맛과 브랜드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원료 단계부터 최종 제품까지 규정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 시스템, 협력사 관리 능력이 곧 시장 진입 능력이 되고 있다.

■ 시사점

EU 복합식품 규제는 K-푸드에 위기이자 기회다.

우육·돈육 성분이 들어간 기존 제품은 통관 장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지만, 이를 계기로 유럽형 비건 레시피와 클린라벨 제품을 개발한다면 오히려 주류 유통시장 진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라면, 만두, 소스, 간편식 등 K-푸드 대표 품목은 이미 유럽 소비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남은 과제는 제품의 매력을 규제 언어로 증명하는 일이다.

EU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이제 '맛있는 제품'에서 더 나아가 '통관 가능한 제품', '추적 가능한 제품', '규제 변화에 선제 대응한 제품'이어야 한다.

까다로운 EU의 4대 검역 장벽을 초기 제품 기획 단계부터 반영하는 기업만이 네덜란드를 거점으로 EU 27개국 시장을 본격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