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간식 시장 성공 열쇠는 ‘경험의 일관성’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6.06.26 10:20
Z세대, 취향 맞는 디자인·세계관에 몰입
초콜릿 과자‘파이노미’다람쥐 캐릭터 접목
유라쿠제과 ‘우유’ 콘셉트 색깔·풍미 일체화
산토리 탄산음료, 기분 전환 음료로 포지셔닝
맛·형태 차별화 넘어 감정·행동 등 경험 설계
최근 일본 간식 시장은 품질과 가격 중심의 고전적 경쟁을 넘어, 소비자의 기억과 감정을 설계하는 ‘경험 경쟁’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또한 캐릭터로 세계관을 구축하고, 소비 장면을 상품화하며, 먹는 행동 자체를 콘텐츠로 만드는 현지 기업들의 전략은 일본 주류 소비층으로 떠오른 Z세대의 가치 소비와 맞물려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본지는 코트라 나고야무역관이 전한 일본 간식 시장의 최신 트렌드를 통해 현지 소비자의 선택 기준을 살펴보고, 일본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식품기업들이 어떤 관점으로 브랜드 경험을 일관되게 설계해야 하는지 짚어본다.

시장 규모의 확대와 달라진 소비 기준
최근 일본 간식 시장이 맛과 가격, 품질이라는 전통적인 기준을 넘어 ‘제품이 제공하는 경험 전체’가 승패를 가르는 새로운 경쟁 국면에 진입했다.
수많은 신제품이 쏟아지는 현지 유통 현장에서 소비자들은 SNS와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광고와 후기, 신제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한다. 또한 정보 확산 속도가 빨라진 만큼 소비자의 관심과 움직이는 속도도 한층 더 빨라졌다.
이러한 경쟁 환경에서는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핵심 경쟁력은 ‘소비자가 제품을 발견하고, 구매하고, 섭취한 뒤 다시 떠올리는 전 과정의 경험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일본 총무성 가계조사에 따르면, 2인 이상 가구의 과자류·음료류 연간 지출액은 2019년 14만5643엔에서 2025년 18만838엔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제품 간 경쟁 또한 치열해진 것은 자명하다. 그러므로 "왜 이 제품이어야 하는가"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기획 역량이 크게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트렌드를 주도하는 Z세대가 있다. 덴츠PR컨설팅 조사에서 Z세대가 특정 브랜드에 공감하는 가장 큰 이유로 ‘디자인과 세계관의 일치’를 꼽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소비자가 간식을 단순한 식품이 아닌, 개인의 취향과 문화를 대변하는 하나의 콘텐츠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제품 자체의 스펙보다 그 제품이 품고 있는 스토리와 경험에 공감할 때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도 강화될 수 있다.
일본 식품업계의 ‘경험 설계’ 전략
이에 따라 일본 식품기업들은 맛의 차별화 경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비자의 기억과 감정, 행동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① 캐릭터와 세계관으로 브랜드를 콘텐츠화
대표 사례는 롯데의 초콜릿 과자 ‘파이노미’다. 1979년 출시된 파이노미는 오랜 기간 사랑받아 온 장수 브랜드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존 제품 자산에 새로운 콘텐츠 요소를 결합하며 젊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패키지 속 다람쥐 캐릭터 각각에 이름과 역할을 부여하고, 총 14개 캐릭터가 등장하는 ‘오시노모리’라는 세계관을 구축했다. 소비자가 자신만의 ‘최애 캐릭터’를 찾고 응원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패키지 안에는 만화가 삽입되고 굿즈와 애니메이션 콘텐츠도 확대됐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파이노미를 단순한 과자가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콘텐츠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는 브랜드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가 참여하고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② 하나의 콘셉트로 기억을 만든다
유라쿠제과의 ‘밀크마니아’는 경험 설계의 또 다른 사례다. 유라쿠제과는 강렬한 이미지의 기존 브랜드 블랙썬더와 차별화하기 위해 ‘우유’를 핵심 콘셉트로 설정했다.
제품명인 밀크마니아부터 흰색 중심의 패키지 디자인, 소 캐릭터, 제품의 풍미까지 모든 요소를 하나의 메시지로 연결했다. 소비자는 제품을 보는 순간 우유의 부드러움과 디저트 같은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중요한 점은 우유 맛 자체가 아니라 우유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브랜드 경험 전체가 일관되게 설계됐다는 점이다. 제품명, 색상, 캐릭터, 패키지, 실제 섭취 경험이 하나의 방향성을 유지할 때 소비자의 기억 속에 더욱 선명하게 자리 잡을 수 있다.
③ 감정을 상품으로 만든다
최근 일본 식품업계는 기능보다 감정에 주목하고 있다.
산토리의 ‘길티 탄산 NOPE’는 건강과 절제가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작은 일탈의 욕구를 콘셉트로 활용했다. 일반적인 탄산음료가 맛과 청량감을 강조하는 반면 NOPE는 ‘오늘만큼은 나를 조금 풀어주자’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정 음식과 함께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 기분 전환을 위한 음료로 포지셔닝한 것이다.
가메다제과의 ‘해피탄 밤에 자꾸 손이 가는 마늘맛’도 비슷하다. 강한 마늘 향과 자극적인 맛, 그리고 밤늦게 간식을 먹을 때 느끼는 소소한 죄책감을 하나의 소비 장면으로 연결했다.
이처럼 일본 기업들은 소비자가 제품을 언제, 어떤 감정으로 찾게 되는지까지 함께 설계하고 있다.
④ 먹는 행동 자체를 콘텐츠화
최근 일본 간식 시장에서 주목받는 또 다른 흐름은 식감과 섭취 방식의 콘텐츠화다.
롯데의 크런키는 바삭한 식감으로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상자를 반으로 접어 여는 ‘파킷토 오픈’ 방식을 도입했다. 제품을 먹기 전부터 바삭함을 연상하도록 만든 것이다.
모리나가 유업의 아이스크림 ‘바리체’ 역시 두꺼운 초콜릿 층을 스푼으로 깨면서 먹는 구조를 적용했다. 소비자는 단순히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이 아니라 ‘깨서 먹는 재미’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전략은 SNS 환경에서 더욱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열고, 깨고, 씹고, 촬영하는 과정 자체가 콘텐츠가 되면서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제품 경험을 공유하게 된다.
맛의 혁신과 경험의 설계
한국 간식 시장은 새로운 맛과 형태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매운맛 스낵, 이색 조합, 한정판 제품, 협업 상품 등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내는 주요 전략이었다. 제품 자체의 차별화와 화제성 확보가 경쟁력의 핵심이었다.
반면 일본은 맛의 차별화를 넘어 소비 경험 전체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캐릭터와 세계관을 구축하고, 감정을 콘셉트로 활용하며, 제품을 먹는 행동까지 브랜드 경험으로 관리한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순간부터 SNS에 공유하고 기억하는 과정까지 하나의 설계 대상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K-푸드 소비층 역시 기존 주부층 중심에서 Z세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들은 음식 자체보다 디자인과 비주얼, SNS 공유 가치, 체험 요소에 더욱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일본 시장 성공 열쇠는 경험의 일관성
일본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히 국내 히트상품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본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캐릭터와 스토리로 즐거움을 제공할 것인지, 특정 소재를 중심으로 콘셉트를 구축할 것인지, 감정과 소비 장면을 설계할 것인지, 또는 섭취 방식 자체를 차별화할 것인지에 따라 제품 개발과 패키지, 마케팅 전략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일본 간식시장의 경쟁력은 맛 그 자체가 아니라 경험의 일관성에서 나온다.
제품명과 패키지, 캐릭터, 스토리, 섭취 방식이 하나의 메시지로 연결될 때 소비자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
한국 간식 시장이 새로운 맛을 만드는 경쟁이라면 일본 간식 시장은 기억에 남는 경험을 만드는 경쟁에 가깝다.
앞으로 일본 시장에서 성공하는 브랜드는 맛있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가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고 공유하고 싶어지는 경험을 설계하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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