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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제조·식문화 지각 변동…‘푸드테크 2.0’이 바꾼 K-푸드 지형도

곡산 2026. 3. 12. 07:24
식품 제조·식문화 지각 변동…‘푸드테크 2.0’이 바꾼 K-푸드 지형도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6.03.11 07:54

AI가 식단 제안·지능형 로봇 조리…생산·유통선 효율 높이고 수익 증가
삼성 AI 냉장고, 요리법 보여주고 영양 분석까지
CJ 김치 품질 균일화…풀무원은 잔반 문제 해결
유통사 적정 재고 산출 식재료 폐기율 15% 낮춰
 

올해 초 열린 ‘CES 2026’을 기점으로 푸드테크 산업이 단순 조리 자동화를 넘어선 ‘푸드테크 2.0’ 시대에 본격 진입했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생성형 AI의 초개인화 알고리즘과 고도화된 로보틱스 기술이 결합한 ‘피지컬 AI(Physical AI)’다. 과거의 기술이 볶거나 튀기는 단편적인 노동 대체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AI가 인간의 생체 데이터를 분석해 식단을 제안하고, 이를 지능형 로봇이 실제 조리에 반영하는 지능화된 식문화가 정착됐기 때문이다.

‘푸드테크 2.0’ 현장 사례. (사진 좌측 상단부터 하단, 우측) 풀무원의 리뷰 분석 시스템 ‘AIRS’, 제이코스로보텍의 무인 튀김 로봇, CJ제일제당의 대화형 AI 검색 서비스 ‘파이’ 등은단순 조리 자동화를 넘어 데이터 분석과 생성형 AI로 맞춤형 서비스와 ESG 경영을 실현하는 ‘푸드테크 2.0’의 진화를 한눈에 보여준다. (사진=각 사)

 

이러한 진화는 수치로도 명확히 입증된다. 광주연구원 등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 규모는 2022년 247조원 수준에서 2030년 478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급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글로벌 음식료 제조 로봇 시장은 연평균 13.1%의 고성장을 기록하며 2026년 올해 약 40억 달러(약 5조3000억 원) 규모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만성적인 외식·농업 인력난, 그리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안전 관리 강화 기조가 맞물려 기계 및 솔루션 도입이 가속화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푸드테크 연관 시장 규모가 약 5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후위기와 식량안보, 고물가라는 3중고를 돌파할 해법으로 첨단 기술이 선택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푸드테크 2.0’ 트렌드는 단발적인 글로벌 전시회의 화두를 넘어, 이미 국내 주요 식품 대기업과 대형 유통사들의 실제 산업 현장을 관통하는 최우선 생존 전략이자 핵심 경쟁력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특히 대기업들은 AI를 경영 효율화와 서비스 차별화의 핵심 동력으로 활용해 고객의 일상을 관리하는 ‘케어 컴패니언(Care Companion)’ 비전을 구체화하며 서비스 차별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 선두에 선 삼성전자의 2026년형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는 구글의 최신 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탑재해 주방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내부에 장착된 고해상도 카메라와 ‘비전 AI’가 반찬통의 내용물이나 손글씨 유통기한 라벨 등 비정형 데이터를 완벽히 분석해 내며, 자연어로 이뤄진 일상적인 지시에도 맥락을 파악해 즉각 요리법을 화면에 띄워준다.

 

특히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된 ‘삼성 헬스’ 생태계를 통해 개인의 생체 데이터와 바이오리듬에 맞춘 영양 주치의 역할까지 해낸다. 냉장고가 사용자의 수면 질이나 운동량을 인지해 맞춤형 식단을 제안하고, 이를 선택하면 인덕션과 오븐으로 데이터가 즉시 전송돼 최적의 온도와 조리 시간이 자동 설정된다. 단순한 식품 보관고를 넘어 식재료 관리부터 건강 분석, 조리까지 이어지는 완벽한 ‘엔드 투 엔드’(End-to-End) 지능화 라인이 구축된 것.

 

제조 현장의 지능화도 빠르게 이뤄졌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김치’의 핵심 공정인 배추 선별에 딥러닝 기반 ‘비전 AI 분석 시스템’을 투입해 품질 균일화를 달성했다. 과거 작업자의 육안에 의존하던 선별 방식을 고해상도 카메라와 AI 분석으로 대체해, 겉면만 봐서는 알 수 없는 내부 ‘속썩음’이나 ‘공동 현상’까지 88% 이상의 정확도로 포착해 낸다. 이 시스템 덕분에 원재료 투입 단계부터 배추를 엄격히 규격화하며 생산 효율성이 15% 이상 개선됐으며, 전 세계 어디서나 일관된 김치 맛을 선봬 K-푸드의 신뢰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또한 자사몰인 ‘CJ더마켓’에 생성형 AI 기술 기반의 대화형 자연어 검색 서비스 ‘파이’(Fai)를 도입해 소비자와의 접점에서도 AI 활용을 본격화했다. 기존 키워드 검색을 넘어 자연어 질문에도 AI가 의도를 파악해 영양성분, 건강 트렌드, 개인의 검색 패턴 등에 맞춘 제품 큐레이션을 제공한다. 소비자가 묻기 전에 맞춤형 상품을 제안하는 지능화된 탐색 경험을 선봬 고객 편의성을 대폭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풀무원은 ‘AI 식수 예측 시스템’과 고객 리뷰 분석 시스템인 ‘AIRS’를 연동해 급식 및 외식 현장의 고질적인 잔반 문제를 해결했다. 날씨, 요일, 메뉴 선호도 등 40여 가지 변수를 복합 연산해 수요를 정밀하게 예측함으로써, 식재료 폐기량을 기존 대비 15% 이상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단순 비용 절감을 넘어 연간 수천 톤의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ESG 경영 모델이 됐으며, 품절 없는 안정적 공급을 통해 이용자 만족도 또한 20% 이상 상승하는 결과를 얻었다.

 

대형 유통사들 역시 생성형 AI 기반의 통합 수요 예측 시스템을 도입해 신선식품 재고 관리의 난제를 극복했다. 롯데마트와 GS25 등은 과거 판매 데이터에 기온, 상권 특성, 행사 정보 등 수백 가지 변수를 결합한 AI 발주 시스템을 가동해 식재료 폐기율을 15% 이상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CU는 ‘스마트 발주’ 시스템을 통해 상품별 최적 재고량을 산출하고 있으며, 현대백화점은 명절 등 물량이 급증하는 시기의 재고 소진율을 극대화해 수익성을 높였다. 이는 유통 단계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기업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탄소 배출 저감이라는 ESG 경영의 핵심 가치를 실현한 사례로 꼽힌다.

 

대기업들의 주도 아래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면, 전문성을 갖춘 K-스타트업들의 활약 또한 눈부시다. 이들은 CES 2026 무대는 물론 국내 다양한 외식·농업 현장에 AI 기반의 혁신 기술을 선봬 ‘푸드테크 2.0’ 생태계 확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 C-Lab 출신 로닉(RONIK)은 외식업용 자동 조리 로봇 솔루션을 선봬 CES 2026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기존 로봇이 볶기나 튀기기 등 특정 단계에만 집중했다면, 로닉의 ‘CUBE’ 로봇은 계량·분할·투입 등 전처리와 식재료 핸들링까지 자동화해 공정 전반을 커버한다. 모듈형 구조인 이 로봇은 샐러드와 포케 등 정량 계량이 중요한 메뉴부터 시작해 향후 찌개류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이미 대학 캠퍼스와 백화점에서 상용화됐으며, 배달 플랫폼 연동을 통해 24시간 무인 조리 매장 시대를 앞당겼다는 평이다.

 

특히 독자적인 기술로 국내 외식 산업의 새로운 척도를 제시한 사례도 돋보인다. 제이코스로보텍은 단순 조리 자동화를 넘어 맛과 위생의 핵심인 기름 상태까지 데이터로 관리하는 완전 무인 로봇 시스템을 선봬 외식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제이코스로보텍이 개발한 스마트 산패 센서 통합 플랫폼은 조리 온도와 시간, 기름의 산가 지수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프라이데이터’(FryData™)를 기반으로 로봇이 스스로 튀김 품질을 판단하게 해 진정한 무인화를 구현했다. 2025년 NET 신기술 인증을 획득한 이 기술은 튀김 공정을 감각 산업에서 데이터 산업으로 전환해 매장별 품질 편차를 최소화하고 프랜차이즈의 표준화를 이끌 핵심 인프라로 평가받고 있다.

 

농식품 스타트업 새팜(Saefarm)은 위성 데이터를 활용한 AI 스마트팜 솔루션으로 ‘CES 2026 혁신상’을 수상했다. 220개 위성 데이터를 분석해 작물 생육과 토양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이 기술은 농가 운영비를 약 18% 절감하고 수확량을 20% 증가시키는 효과를 증명했다. 이는 기후위기와 식량안보 대응 관점에서 데이터 기반 농업의 중요성을 일깨운 사례로 주목받았다.

 

결과적으로 이번 CES 2026 무대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목을 끈 것은 물론, 국내 산업 현장과 독자적인 신기술 인증(NET) 등을 통해 내실 있는 기술력을 입증한 K-스타트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다방면에서 역량을 키워온 K-푸드테크는 이제 단순한 산업 보조를 넘어 기후·인력난·고물가 이슈를 해결하는 핵심 ‘수출형 산업’으로 포지셔닝됐다.

 

업계 관계자는 “전시회에서 주목받은 혁신 기술들은 물론, 국내 기업들이 자체 도입한 AI 솔루션 모두 실용성을 인정받고 있다”며 “푸드테크 2.0은 이제 우리 일상의 인프라가 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