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서영 기자
- 승인 2026.03.03 07:54
대상 2000톤 공장 완공 이어 현지 업체 인수
비건김치 등 맞춤형 개발…‘종가’ 최대 수출국
CJ 국내·현지 생산 이원화에 시즈닝 등 변형
한인 마트 넘어 B2B 외식 채널로 공급 확대
K-푸드의 상징인 김치가 미국 정부의 공식 식단 가이드라인에 포함되며 단순한 유행을 넘어 현지 주류 식문화로 급격히 편입됐다. 미 정부가 김치를 건강을 위한 권장 식품으로 명시함에 따라 국내 김치업계의 북미 시장 공략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돼 기대를 모은다.
현지 시각 지난 1월 7일 미국 보건복지부(HHS)와 농무부(USDA)는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미국인을 위한 식단 지침(DGA) 2026”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초가공식품(UPF)과 설탕 섭취를 대폭 줄이고 자연 상태에 가까운 ‘진짜 식품’(Real Food)을 섭취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장내 미생물 생태계인 마이크로바이옴 건강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김치가 사우어크라우트 등과 함께 장 건강을 돕는 대표적 발효식품으로 공식 권고됐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HHS 장관은 발표 현장에서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영양학적 가치가 입증된 김치와 같은 식품을 일상 식단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침에 따르면 장 건강 유지를 위해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을 1회 섭취 시 40~60g 수준으로 섭취할 것이 권장됐다
.
미 연방 정부의 식단 지침은 학교 급식, 군대 식단, 저소득층 영양 지원 프로그램(SNAP) 등의 식단 편성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업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침 발표 직후 뉴욕 맨해튼 등 일부 공립학교에서는 김장 체험 행사와 함께 김치 급식 도입을 위한 설문이 진행되는 등 공공 급식 시장 진출이 가시화됐다.

이에 따라 대상, CJ제일제당 등 국내 주요 김치업체들의 현지화 전략도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전체 김치 수출 시장에서 대미 수출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관세청 등에 따르면 일본향 수출은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감소세를 보인 반면, 미국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2025년 1~11월 기준 전체 수출 비중의 26.5%를 차지했다.
이러한 미국 시장의 성장은 대상이 주도하고 있다. 폭발적인 현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상은 대규모 현지 생산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가동 중이다. 2022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에 약 200억 원을 투입해 연간 2000톤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춘 김치 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2023년에는 현지 식품업체인 럭키푸즈를 인수하며 생산 기반을 추가로 확보했다. 국내 생산 물량 수출과 현지 거점 생산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관세 및 물류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원재료 수급에서도 유연하고 안정적인 운영 체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탄탄한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서구권 소비자의 입맛을 정조준한 맞춤형 제품 라인업도 대폭 확대했다.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인을 위해 오리지널 김치 외에도 ‘백김치’, ‘비건 김치’ 등을 선봬 현지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나아가 배추를 넘어 현지인들에게 친숙한 양배추, 비트 등을 활용한 이색 김치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며 심리적 진입 장벽을 크게 낮췄다. 이러한 원재료 조달부터 생산, 유통까지 이어지는 현지화 시스템은 최근 미 정부의 권장 식단 등재와 맞물려 메인스트림 유통 채널 진입을 가속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 덕분에 대상의 김치 수출 지형도 확연히 달라졌다. 대상의 전체 김치 수출액 중 미국 비중은 2018년 12%에서 2024년 38%까지 급증했다. 그 결과 40여 년간 부동의 1위였던 일본을 제치고 2023년부터 미국이 ‘종가’ 김치의 최대 수출국으로 올라서며 북미 시장 안착을 증명했다.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국내 전체 김치 수출 물량의 57%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성과를 냈으며, 현지 가격 경쟁 심화 등 견제 속에서도 굳건한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역시 글로벌 브랜드 ‘비비고’를 앞세워 미주 김치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한국 생산 제품과 현지 생산 제품을 이원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 중이다. 특유의 발효 냄새나 식감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현지 소비자를 겨냥해, 김치를 전통적인 ‘반찬’ 형태에 국한하지 않고 일상 식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변형 제품으로 접근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김치의 풍미를 살린 ‘김치 스프레드’, 가루형 시즈닝인 ‘김치 킥’ 등으로 형태와 용도를 파격적으로 바꾸고 활용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혔다. 이와 더불어 현지 입맛에 맞춰 맵기와 단맛을 조절한 소스류를 튜브형 등의 편리한 용기로 개발해 서구식 일상 요리에도 한식의 맛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독자적인 시즈닝 베이스와 특허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를 적용해 영양 기능을 살린 비건 김치를 선봬는 등 글로벌 웰빙 수요에도 적극적으로 부응하고 있다.
이러한 파격적인 제품 다변화는 기존 한인 마트를 넘어 현지 메인스트림 및 글로벌 B2B(기업 간 거래) 외식 채널까지 영토를 확장하는 강력한 무기가 됐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의 현지화된 소스는 해외 퀵서비스 레스토랑 체인의 쌈장 소스 도입이나 일식 체인의 돼지고기 양념장 활용처럼 B2B 채널로 속속 진입하고 있다. 김치를 원물 그대로 수출하는 1차원적 접근을 넘어, 한식의 풍미를 글로벌 식문화의 기본 양념으로 각인시키는 고도화된 전략이 뚜렷한 성과를 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비비고 김치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호주 등 50개국 이상으로 수출 영토를 넓히며 해외 매출의 가파른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 정부의 공식 인정을 통해 김치가 일시적 유행인 에스닉 푸드를 넘어 건강을 위한 필수 식품으로 안착했다”며 “공공 급식이라는 거대 시장 진출의 정책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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