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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세’ 뜨거운 이슈…실효성 찬반 첨예 대립

곡산 2026. 2. 10. 07:28
‘설탕세’ 뜨거운 이슈…실효성 찬반 첨예 대립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6.02.09 07:56

대통령 발언 이후 후폭풍…비싼 대체 감미료 사용 땐 물가 오르고 저소득층 부담
유럽 국가 다수 시행…아시아선 태국 등 일부 도입
영국 당 함량 줄었지만 비만·당뇨 감소 연구 안 나와
부작용도 만만찮아…다른 나라 제품 구매로 몰려
프랑스 효과 없음 인정…덴마크 84년 만에 전면 폐지
 

국민 건강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설탕에도 부담금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해 볼만하다는 대통령 제시안에 업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골자는 담배처럼 설탕에도 부담금을 부과해 설탕 사용을 억제하고 그 재원으로 지역이나 공공의료 강화에 재투자하자는 것이다. 

‘설탕 부담금’에 대한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하면서 논의가 본격화했다. 가당 음료 제조사에 당 함량에 따라 100ℓ당 1000~2만8000원을 부과해 소비를 줄이고, 비만·당뇨 인구를 관리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법안은 식품업계의 반대와 당시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엔 돌아가는 분위기가 다르다. 정치권과 관계 부처를 중심으로 법적·정책적 검토가 시작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다음달 중 ‘설탕 과다 사용 부담금 국회 토론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설탕세 부과를 둘러싼 논의가 시작된 가운데, 건강 증진이라는 기대 효과와 산업 위축 및 물가 상승 우려가 맞물리며 실효성을 둘러싼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사진=식품음료신문)

사실 ‘설탕 부담금’ 제도는 해외에서는 100년 전부터 시행할 정도로 정착된 제도다. 노르웨이가 1922년부터 도입했고, 2011년 헝가리, 2012년 프랑스와 핀란드, 2018년 영국, 아일랜드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제도가 확산되고 있다. 아시아는 2017년 태국, 2018년 필리핀, 2019년 말레이시아에서 시행 중이다.

특히 2016년 세계보건기구 WHO는 소아 비만이나 당뇨 충치 등 다양한 건강 문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설탕 부담금 도입을 공식적으로 권고했고, 현재 120여 개국이 이 제도를 도입한 상태다.

하지만 모든 제도에는 부작용이 발생하듯 해당 국가에서도 설탕 소비나 비만율을 낮추는데는 효과가 있었지만 식품산업 위축, 고용 감소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가장 대표적인 영국의 경우 제도 시행 이후 과세 대상 음료의 평균 당 함량은 47%가량 감소했으나 영국인의 비만·당뇨 유병률 감소로 직결됐다는 연구 결과나 통계는 나오지 않았고, 미국은 일부 도시에서만 제도를 시행하다보니 제도권 범위 밖 지역으로 가당 음료 등을 구매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또 노르웨이는 1922년부터 설탕세를 도입해 사탕·초콜릿·청량음료 등에 대한 세금을 운영했으나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인접 국가로 해당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몰려 문제가 되고 있고, 1930년대부터 제도를 시행하던 덴마크는 이러한 문제점들로 인해 2014년 전면 폐지했다. 프랑스에서도 설탕세 도입이 탄산음료 섭취를 줄이는 데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하고 핀란드도 설탕세 일부가 이미 폐지된 상태다.

우리나라도 식품업계를 비롯한 학계 등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거세다. 긍정적 효과는 충분하지만 부정적 요소가 더욱 많다는 지적이다.

가장 먼저 우려하는 부분은 ‘가격 인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설탕은 거의 모든 식품에 들어가기 때문에 소비를 완전히 줄이기가 어렵다. 결국 기업들이 제품 가격에 이를 전가하면서 체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당류 섭취가 많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경제적 여유가 없는 계층에게는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제로’ 제품에 집중하면 된다는 일부 주장도 있지만 대체 감미료로 사용되는 알룰로스 등은 일반 설탕과 비교해 원가가 3배가량 더 비싸고, 원료 수급도 쉽지 않다”며 “고환율에 따른 원가 상승과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데, 설탕 부담금까지 떠안는다는 것은 다소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학계에서도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식약처를 통해 당류 저감 종합계획을 시행하는 등 다양한 건강 증진 정책과 캠페인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만큼 설탕세와 같은 규제 보다는 업계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식약처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이 가공식품으로 섭취하는 하루 평균 당류는 2019년 36.8g, 2023년 35.5g으로 5년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각각 하루 총열량의 7.6%, 7.7%를 차지하고 있어 WHO 권고기준 이내다.

또 탄산음료류를 통한 당류 섭취량은 최근 3년간 20대 청년층에서 제로칼로리 탄산음료 등 당류가 적은 제품 섭취가 증가하면서 음료류로 섭취하는 당류량은 감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 관련 학과 한 교수는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보다는 현존하는 건강 증진 정책과 캠페인을 강화하고,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국가 정책은 건강세라는 특정 식품 성분에 대한 ‘벌칙’이 아니라 소비자의 전체 식생활 형태 변화를 건전하게 유도하는 ‘신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 원로 교수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식품업계가 초토화되고 있다. 특히 특정 품목을 겨냥하는 발언은 국민들에게 부정적 요소를 심어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앞선 발언으로 식품업계는 서민들에게 부담을 가중해 사익을 챙기는 부도덕한 곳으로 눈 밖에 나고 있다”며 “최근 우리 식품기업은 K-푸드를 앞세워 국부를 창출하는 국가 성장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자칫 산업이 위축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