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와 식생활 대전환의 파고, 국산 곡물의 생존 전략은?
- 나명옥 기자
- 승인 2026.02.03 09:26
가공용 쌀 100만 톤 시대, 국산 콩 고부가가치화 절실
쌀값 회복 속 가공용 수요 급증, 콩·감자는 기후 위기·재고 부담 이중고
[2026 농업전망] 농경연 박한울 박사, 국내 곡물 수급 동향·전망 발표
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와 공급망 불안 속에서 우리 식탁의 기초가 되는 주요 곡물의 수급 지도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한울 박사가 ‘2026 농업전망’에서 발표한 국내 곡물 수급 동향과 전망에 따르면, 국내 곡물 시장은 생산 구조의 급변과 소비 패턴의 양극화라는 거대한 파고를 맞이하고 있다. 쌀은 가격 회복과 함께 가공식품이라는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는 반면, 콩은 과잉 생산에 따른 재고 문제, 감자는 기상 악화로 인한 수급 불안정이라는 각기 다른 숙제를 안고 있다. 우리 농업의 현주소와 2026년 이후의 중장기 미래를 심층 분석한다.
20만 원 선 회복한 쌀값, ‘밥’ 대신 ‘간편식’이 시장 이끈다
2025년 쌀 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가격’이었다. 지난 수년간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산지 쌀값은 2025년 들어 80kg 기준 20만 원 선을 회복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이는 2024년산 재고 감소와 2025년산 신곡의 출하 지연, 그리고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격리 조치가 맞물린 결과다.
소비자 “쌀은 여전히 가성비 최고의 식품”
흥미로운 점은 쌀값 상승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다. 농업관측센터 조사 결과, 소비자의 51.4%가 현재 쌀 가격을 ‘저렴하거나 적정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라면(830원/120g), 즉석밥(535원/100g), 냉동피자(2,400원/100g) 등 주요 대체 제품과 비교했을 때, 밥 한 공기(300원/100g)의 가격은 압도적으로 낮아, 소비자들은 여전히 쌀을 경제적인 식품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쌀값 상승이 실제 구매량 감소로 이어진다는 응답도 22.1%에 불과해 가계 부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2026년 전망 및 가공용 쌀의 부상
2026년 벼 재배 의향 면적은 전년 대비 0.4% 소폭 감소한 67만 5000ha로 전망되며, 생산량 또한 354만 톤 수준으로 예측된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가공용 쌀’ 시장의 성장이다. 식용 쌀 소비는 2026년 256만 톤에서 2035년 225만 톤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이나, 간편식 수요 확대에 힘입어 가공 소비는 같은 기간 88만 톤에서 105만 톤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쏟아지는 국산 콩, ‘안전성’과 ‘편의성’으로 승부해야
콩 시장은 현재 ‘과잉 생산’과 ‘낮은 가격 경쟁력’이라는 이중고에 시각이 쏠려 있다. 2025년 전략작물직불제 확대 시행으로 논콩 재배면적이 17%나 급증하면서 전체 생산량은 15만 6000톤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곧 재고 급증으로 이어져 농가와 정부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수입 콩과의 가격 격차 3.4배, 돌파구는?
국산 콩(4800원/kg)은 수입 콩(1400원/kg)보다 약 3.4배 비싸다. 이 때문에 식품 원료 시장에서 국산 콩 비중은 여전히 5.4%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들이 국산 콩 가공품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성(68.0%)’이다.
박 박사는 특히 30대 이하 젊은 층이 ‘조리 및 섭취의 편의성(29.2%)’과 ‘새로운 맛(26.4%)’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국산 콩 제품의 고부가가치화가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감자, 기상 이변에 춤추는 가격, 안정적 공급망 확보가 관건
감자는 기후 변화의 영향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품목이다. 2025년산 감자 생산량은 봄철 저온과 여름철 폭염, 집중호우가 반복되면서 전년 대비 13.4% 급감한 52만 2000톤에 그쳤다. 이로 인해 감자 가격은 연중 평년 및 전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금(金)자’ 논란을 빚기도 했다.
2026년 공급 부족 지속, 생산 회복 기대
2026년 상반기까지는 저장 물량 부족으로 인해 감자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최근 높은 가격 형성으로 농가들의 재배 의향은 높아져, 2026년 노지 봄감자와 고랭지 감자 재배 의향 면적은 각각 1.8%, 2.6%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지 면적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생산량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안정적인 생산 기반 유지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데이터로 본 우리 농업의 과제
박한울 박사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곡물 수급의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짐작할 수 있다. 쌀은 식용 중심에서 가공용 중심으로의 체질 개선이 진행 중이며, 콩은 안전성을 무기로 한 신시장 개척이, 감자는 기후 회복력 강화가 핵심이다. 2026년 농업은 단순히 작물을 기르는 단계를 넘어, 소비자의 니즈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기후 데이터에 기반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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