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호 기자
- 승인 2025.04.25 10:17
일본 대기업, 현지 공장 갖춰 직접적 피해 적어
수산 식품, 수입 업체 부담으로 계약 지속 어려워
EU에 20% 관세…프랑스 와인·주류 수출 타격
중국, 미국산 대두·옥수수 등 농산물에 보복 관세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부과가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특히 소비자 물가 상승과 실질 GDP 감소, 경기 불확실성 증가 등 자국 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이 커지고 있지만 관세 부과를 통한 무역 불균형 해소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은 분주한 대책 마련과 함께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우리와 입장이 비슷한 일본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KATI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등 수출 환경 변화 속에서 일본 농림수산식품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한 국가이다. 2024년 일본의 농림수산물·식품 수출액은 사상 최고치인 1조5073억 엔을 기록했으며, 이 중 미국 수출은 전년 대비 17.8% 증가한 2429억 엔에 달해 전체의 약 16.1%를 차지했다.
또한 미국은 2023년까지 1위였던 중국을 제치고 20년 만에 일본 농산물 수출 1위 시장이 되었으며, 특히 수산물과 주류 등은 무관세 혜택을 받아 대미 수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이제 일률적으로 10% 관세가 부과되고, 일본산 소고기처럼 본래 높은 관세율(26.4%)이 부과되던 품목은 추가 관세까지 더해져 50%를 넘는 관세장벽이 형성될 위험에 처해 있다.
특히 2023년 후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이유로 중국이 일본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자, 과잉 재고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으로의 수출이 급증하며 미국 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미국의 관세 부과는 일본 식품 업계에 큰 불확실성과 비용 압박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미국의 관세 부과 결정 직후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고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지난 4월 16일에는 미국 측과 첫 고위급 관세 협의를 진행해 관세 조치 재고를 다시 한번 강력히 요청했다.
이와 별개로 일본 정부는 경제산업성, 외무성, 농림수산성 등이 연계한 관세 대응 종합본부를 꾸려 범정부 대응 체제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미국에 일본산 식품의 관세 면제 또는 추가관세율 인하를 강력히 요구하는 한편 G7 등 다자회의에서 자유무역 원칙을 강조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법적 대응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내부적으로는 정부 차원에서 전국 약 1000개소의 상담창구를 설치하여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영향 상황을 분석 및 지원하고, 수출기업별 자금 현황을 파악해 자금조달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일본 내각은 모든 민간·공적 금융기관에 대하여 자금 융통 협조를 요청했으며, 경제산업성은 일본무역보험공사를 동원하여 이번 관세 조치로 인해 영향을 받는 수출기업에 대하여 자금조달 및 보험 지원 강화를 발표했다.
한편,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해 일본 식품업계는 규모와 업종에 따라 상반된 대응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현지 생산 기반을 갖춘 곳이 많아 직접적인 타격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닛신식품과 큐피, 키코만 등은 이미 미국 현지에 공장을 가동 중이어서 “영향은 거의 없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소스·마요네즈·즉석식품 등을 미국 현지 생산으로 조달함으로써 수출 대신 현지화 전략을 구사해왔기 때문에, 관세 인상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고 있다.
반면, 수출에 직접 의존하는 중소 식품업체들은 큰 충격과 불안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수산 식품 수출 업계는 24%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거래업체의 부담 증가로 계약 지속을 장담할 수 없고, 미국 경기마저 침체돼 소비가 줄어들면 타격이 더욱 클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미 수출 비중이 GDP의 약 1.5%에 불과한 프랑스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충격이 덜하지만, 와인 및 주류 산업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코냑, 아르마냑, 와인 등 해당 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 다만 EU에 대해서도 20% 관세를 부과한 만큼 유럽 연합 차원의 공동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는 미국산 소비재를 직접적으로 많이 수입하지 않고 있어, 트럼프 정부의 이번 관세 조치로 인한 소비재 가격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무역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세계 경제 둔화와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모든 국가에 미칠 것으로 예상돼 이로 인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미국 수출이 막힌 중국이 유럽 수출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위험성이 있어, 중국발 수입 홍수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프랑스 식품산업 중 가장 위협을 받는 분야는 와인 및 주류 산업이다. 2024년 약 24억 유로 상당의 와인이 미국으로 수출되었고, 코냑을 포함한 증류주도 15억 유로가 수출되었다. 하지만 이번 관세 부과로 인해 주류 상품 수출액이 약 8억 유로 감소하고, 유럽 연합 전체에서는 약 16억 유로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현지 업계에서는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뿐만 아니라 해당 산업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관세 압박을 가장 강하게 받는 중국은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는 현재 145%까지 상승했으며, 최근엔 일부 품목에 대해 ‘최대 245% 부과’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중국은 미국을 WTO에 제소하는 한편 125%의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고 있다.
또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벌어진 무역 전쟁에서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 등으로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끈 만큼, 이번에도 미국산 대두와 옥수수 등에 대한 대폭적인 관세 인상과 함께 미국산 가금육 수입금지 조치 등 추가적인 카드를 활용해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일방적인 미국의 초고율 관세 조치에 대한 중국 내 반발 여론도 만만찮다. 실례로 한 식당에서는 ‘미국인 손님에게 서비스 비용 104%를 더 받는다’라는 안내문을 게시해 주목받았으며,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미국 제품 대신 자국산 사용을 선언하는 ‘애국 소비(궈차오)’ 현상이 다시금 확산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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