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호 기자
- 승인 2025.04.25 10:09
트럼프 발언에 정체성 여론 확산…‘바이 커네이디언’ 운동
팀홀튼 등 자국 브랜드 강조…맥도날드 현지 원재료 부각
건강·지속 가능성 관심 많아 식물성 만두 등 출시 활발
다양한 인종 모여 서남아 향신료·인도 양념 탄두리 사용도
캐나다 패스트푸드 및 간편식 시장이 맛으로만 평가받는 시대를 지나, 실용성과 가치 소비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졌으며, 건강과 윤리, 지역과 소비자 정체성 등이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최근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미국 일부로 합병하겠다는 발언으로 인해 ‘바이 캐네이디언(Buy Canadian)’을 외치는 애국 소비 운동이 확산하면서 캐나다산 원재료 사용과 생산 제품에 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현지 시장
코트라 밴쿠버무역관에 따르면, 캐나다의 패스트푸드 및 간편식 시장은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요와 유통 체계를 유지한 시장이다.
패스트푸드 시장은 비대면 배달을 통해 빠르게 수요를 회복했고, 이동이 제한되던 시기에도 식료품점은 방문 가능한 필수 운영 사업체로 지정되면서 간편식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뉴 노멀’의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도 변함없이 캐나다인 식탁을 책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시장 성장세에서도 확인된다. IBIS World에 따르면, 캐나다 패스트푸드 시장 수익은 2020년 344억 달러에서 307억 달러로 감소했으나, 바로 그다음 해 317억 달러로 반등 후 2023년에는 359억 달러까지 회복했다. 또한 이 시장은 그 이후로도 연평균 3.8% 성장률로 꾸준히 성장해 2029년에는 약 391억 달러 수익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간편식 시장 역시 유사한 배경에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 2030년에는 시장 규모가 101억 9000만 캐나다달러에 이를 것으로 스타티스타(Statista)는 전망하고 있다.
● 중요해지는 ‘가성비’ 전략
고물가 속 외식비 부담이 커지자, 현지 패스트푸드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정부 보조금과 외부 활동 제한으로 축적된 소비 여력이 시장 수요를 회복시켰으나, 이후 급등한 물가와 금리, 인플레이션 등의 여파로 소비자 지출이 위축되면서 업계는 다시금 고객 확보 전략을 모색하게 됐다. 수요 회복이 기대에 못 미치자 현지 패스트푸드 업계는 ‘가성비’에 집중한 다양한 홍보를 통해 소비자 회귀를 유도하고 있다.
간편식 시장에서도 가격 민감도는 여전히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스타티스타의 캐나다 간편식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소비자들이 간편식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로 ‘가성비’를 선택한 응답 비율이 2022년과 2024년 모두 1위를 차지했으며, 그 비중은 2년 사이 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물가 기조 속에서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2025년 2월 조사에서는, 간편식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이유로 ‘가격이 너무 비싸서’라는 응답이 47%에 달했다. 반면 ‘제품 종류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는 답은 12%에 그쳤는데, 이는 간편식 구매 의향이 있는 소비자층에게는 가격이 결정적 요인임을 시사한다. 즉 기업의 저가 전략은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실제 소비자 요구에 기반을 둔 선택이다.
● 애국 소비 운동 '바이 캐네이디언’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가 펜타닐의 미국 유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일부 캐나다산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했다. 또한 캐나다에게 미국의 51번째 주가 될 것을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되면서, 자국 경제와 정체성을 지키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산 제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와 함께 ‘바이 캐네이디언(Buy Canadian)’ 애국 소비 운동이 주목받고 있다.

이 운동은 패스트푸드와 간편식 시장에서도 반영되고 있다.
캐나다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팀홀튼과 피자 피자(Pizza Pizza)는 자사 웹사이트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캐나다 브랜드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화이트 스팟(White Spot) 역시 매장 입구에 ‘Thank you for supporting Canadian’이라는 문구가 적힌 입간판을 설치해 소비자들의 애국 소비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재밌는 점은 미국계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날드도 이와 같은 흐름에 맞춰, ‘100% Canadian beef’, ‘sauce made with Canadian maple syrup’ 등 캐나다산 원재료 사용을 강조하는 문구를 현지 매장 메뉴판과 광고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캐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높아진 자국 브랜드 선호 흐름에 대응하고, 브랜드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간편식의 주요 유통 채널인 식료품점도 자국산 제품 강조에 적극적이다. 자사 웹사이트와 오프라인 매장들을 이용하여 자국산 제품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예컨대, 씨티마켓 매장에서는 ‘Proudly selling 1000s of Canadian products everyday’라는 문구가 매장 곳곳에 반복 노출되며, 제품 가격표의 단풍잎 마크를 통해 제품의 캐나다산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간편식 제품 포장지에서도 캐나다를 상징하는 단풍잎 마크와 ’Made in Canada’ 문구가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 다국적 식탁, 메뉴 전략도 세계화 중
캐나다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권이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공존하는 ‘모자이크(Mosaic)’ 사회다. 이러한 특성은 식문화 전반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다양한 국가의 음식이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환경 속에서, 패스트푸드와 간편식 시장 역시 다문화 소비층을 겨냥한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서남아시아계 이민자와 유학생이 증가함에 따라, 서남아시아 전통 조리법과 향신료를 활용한 메뉴가 새롭게 출시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메뉴가 서남아시아 전문 음식점이 아닌 에이앤더블유(A&W)와 서브웨이처럼 햄버거나 샌드위치 등 서양식 메뉴를 주로 다뤄온 북미권 패스트푸드 브랜드에서 등장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에이앤더블유는 서남아시아에서 널리 사용되는 향신료 마살라를 활용한 ‘마살라 베기 버거(Masala Veggie Burger)’를 선보였고, 서브웨이는 탄두리 양념을 사용한 ‘탄두리 트위스트(Tandoori Twist)’를 포함해 세계 각국의 맛을 담은 ‘글로벌리 인스파이드(Globally Inspired)’ 샌드위치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는 기존 서양식 브랜드들조차, 캐나다의 다문화 정체성에 맞춰 메뉴 다변화를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흐름이다.
간편식 시장도 마찬가지다. 대형 식료품점의 냉동 진열대나 자체 간편식 코너에는 멕시코, 태국, 중국, 인도 등 다양한 국가의 요리가 한 브랜드 내에서 함께 진열되어 판매된다. 인도의 버터 치킨커리, 태국의 팟타이, 그리스의 수블라키, 멕시코의 타코처럼 다양한 메뉴가 함께 구성되어 있으며, 특정 국가 음식에 국한되지 않는 글로벌 콘셉트가 점차 표준화되고 있다. 이는 다문화 사회인 캐나다의 소비자층을 넓게 포괄하려는 전략적 흐름으로 해석된다.
● 늘고 있는 플렉시테리언
건강과 생태적 차원의 지속 가능성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지 소비자들의 식사 선택 기준도 변화하고 있다.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캐나다 소비자들은 식물성 식품, 첨가물 없는 ‘클린 라벨’ 제품, 윤리적으로 생산된 원료 등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제품을 점점 더 선호하고 있다. 또한 완전한 채식주의는 아니지만 가능한 식물성 음식을 섭취하고 육류 소비를 줄이려는 플렉시테리언 인구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캐나다 내 ‘의식 있는 소비주의’ 확산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응해 캐나다 패스트푸드 업계는 식물성 기반 메뉴 확대에 나섰다.
A&W는 콩을 주재료로 만든 패티의 ‘비욘드 미트 버거(Beyond Meat Burger)’를 고정 메뉴로 운영 중이다. 맥도날드는 당근, 완두콩, 호박 등 채소로 만든 패티의 ‘맥베지(McVeggie)’ 샌드위치를 캐나다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캐나다 서부 기반의 핫도그 체인인 자파 덕(Japadog)은 채소 소시지를, 태국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타이 익스프레스(Thai Express)는 주재료와 소스까지 비건식으로 바꿀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등 대부분의 패스트푸드 브랜드들이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식물성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간편식 시장에서도 건강과 지속 가능성을 내세운 제품 출시가 활발하다. 특히 식물성 재료를 사용해 동물성 식품과 유사한 맛과 식감을 구현한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어, 가딘(Gardein)은 식물성 단백질로 소고기 식감을 낸 덮밥 제품을, 플랜트 업(Plant Up)은 닭고기 없이 닭고기 맛을 구현한 100% 식물성 만두를 선보였다. 이 외에도 닥터 프레이거나(Dr. Praeger’s)의 채소 패티 버거, 다이아(Daiya)의 귀리 크림 치즈 피자, 콜리파워(Caulipower)의 콜리플라워 도우 피자 등 식물성 원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으며, 대부분 비건, 글루텐프리, Non-GMO 등 다양한 라벨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 기술과 공정, 윤리의 균형 중시
대표적인 예로, 건강한 패스트푸드를 지향하는 현지 프랜차이즈 프레시(Freshii)는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퍼시(Percy)’라는 비대면 판매원 시스템을 2022년 도입했다. 퍼시는 주문 계산대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니카라과에서 원격으로 근무하는 직원과 연결되는 방식으로 운영됐으며, 해당 직원의 임금은 시간당 3.75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프레시는 시스템 도입 직후부터 소비자와 노동 단체는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캐나다 내 고용 기회 축소에 대한 우려, 저임금 외주 인력에 대한 노동권 침해 가능성, 글로벌 기업의 고용 회피 전략이라는 비판이 이어졌고, 브랜드 이미지 실추로 이어졌다. 결국 프레시는 짧은 기간 내 퍼시 시스템을 철수하고 기존의 대면 주문 방식으로 돌아갔다.
이 사례는 단순한 운영 효율성보다 공정성, 고용 윤리,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중시하는 캐나다 소비자 감수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비용 절감을 위한 기술 도입이 사회적 가치와 충돌할 경우, 브랜드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디지털 기술에 대한 소비자 수용성은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의견도 있다. 무역관이 인터뷰한 현지인들은 “최근 패스트푸드 매장에서도 팁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 키오스크 이용 시 부담감이 줄어 마음이 편하다”라고 답하거나 “앱이나 키오스크를 이용하면 주문을 기다릴 필요가 없고 메뉴를 가까이 볼 수 있어 편리하다”라고 말했다. 이는 캐나다 소비자들이 기술 자체에 거부감을 갖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편의성과 효용성을 기준으로 수용 여부를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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