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현 기자
- 승인 2022.02.14 07:50
농심, 신라면 미국 라인 증설 올해 5000억 목표
삼양식품, 수출 40% 고성장…중동까지 확장
오뚜기, 한류 익숙한 동남아·중화권 공략 박차
수출액 6억 1000만 달러를 돌파하며 전 세계 ‘K-라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 라면이 미국 경제 전문가들이 선정한 코로나19 유망식품으로 꼽히며 올해 역시 글로벌시장에서의 성과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라면업계는 코로나19로 최대 호황을 누렸지만 작년 초부터 팜유, 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의 상승과 해상운임비 등 제반 비용이 크게 상승하며 수익성 측면에 있어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하지만 BTS, 오징어게임 등 한류 열풍을 타고 해외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며 국내에서의 손실을 만회하고 있다.
해외에서 한국 라면이 인기를 끄는 요인은 간편함과 맛, 합리적 가격에 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지구촌 문턱이 높아지며 간단한 가공식품을 이용해 다른 문화권의 새로운 맛과 향을 즐기고자 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주효했다.
실제 미국 대표 이커먼스 아마존에는 ‘신라면’ ‘불닭볶음면’ 등에 대한 현지인들의 다양한 후기가 올라와 있다. ‘맛있다’ ‘맵다’를 넘어서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고 정복한 후 그것을 일상식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신라면 후기는 9000여 개, 불닭볶음면은 6000여 개에 달한다.
국내 라면업계에서도 성장이 멈춘 내수시장보다는 해외시장에 좀 더 비중을 두고 갈수록 높아지는 해외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가 한창이다.
농심은 ‘신라면’에 집중한다. 신라면은 작년 수출액이 총 매출액 중 53%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국내 매출을 넘어섰다. 올해는 해외에서만 매출 50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미국 제2공장에 봉지면 1개 라인과 용기면 2개 라인 등 3개의 생산라인을 추가해 미국과 캐나다는 물론 멕시코와 남미 지역까지 공급량을 늘린다. 제2공장을 가동하면 미국 현지 생산량은 5억 개에서 8억 5000만 개로 증가하면서 미국과 캐나다 합산 북미법인 생산능력은 기존 최대 약 4500억 원에서 40% 이상 추가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멕시코, 남미 등으로 시장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광고와 홍보활동도 펼친다. 미국에서는 ‘신라면의 맛있는 본능(Instinct of Delicious - Shin Ramyun)’이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 광고를 선보여 유튜브 조회수 1400만 건에 달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으며, 캐나다에서는 버스와 노면전차 광고를 진행했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인플루언서, 셰프와 함께 신라면을 맛있게 즐기는 방법을 SNS에서 알리며 판매를 확대하는 등 각국의 코로나19 확산세와 유통 상황에 발맞춰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
농심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한국라면의 맛과 품질이 주목받고 있는 지금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본다”며 “해외 매출을 지속적으로 늘려 회사 전체 매출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겠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최근 4년간 해외부문의 연평균 성장률만 41%에 달한다.
작년 4분기에도 달성한 매출 1928억 원 중 해외 매출은 1249억 원을 차지했다. 최대 수출 지역인 중국과 동남아시아, 미국 매출이 큰 성장세를 보였으며 중동, 중남미, 유럽 등의 매출도 증가했다.
삼양식품은 작년 김정수 총괄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해외사업을 전담토록 했다. 해외시장에 무게를 두겠다는 조치다.
삼양식품은 향후 수출 전진기지가 될 밀양 신공장과 중국, 미국, 일본 현지 판매법인을 통해 수출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작년 미국법인 삼양아메리카를 설립했고, 중국법인 삼양식품상해유한공사 설립을 앞두고 있다. 또 올해 1분기 중 신공장인 밀양 스마트팩토리를 완공한다. 신공장은 총 4개 생산라인으로 연간 생산량은 6억 개 수준이다. 원주·익산의 연간 최대 생산량 12억 개까지 포함하면 총 18억 개의 생산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중동지역 진출을 위한 토대도 마련했다. ‘사르야 제너럴 트레이딩’과 아랍에미리트(UAE) 독점 공급 계약 및 중동 진출 확대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시리아, 레바논 등으로 시장 확대할 방침이다. 삼양식품은 내년까지 중동지역에서만 매출 5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해외보다는 내수에 집중해 왔던 오뚜기도 올해는 해외 시장 진출에 고삐를 당긴다. 현재 미국과 중국, 베트남, 뉴질랜드에 법인을 세워 해외 60여 국에서 판매하고 있지만 경쟁사 제품 대비 인지도가 낮은 상황이다.
올해 오뚜기는 베트남 법인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베트남은 전 세계 라면 소비 5위 국가로 꼽힌다. 경쟁이 치열한 미국, 유럽보다는 한류에 익숙한 동남아시아 및 중화권을 먼저 공략하고 차츰 공략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류에 대한 관심 증가나 특정 미디어 노출로 인한 일시적인 특수에 그치지 않고, 차별화된 신제품 출시 및 기존 제품 판매 증가로 연결될 수 있도록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조리법을 SNS 영상 등을 통해 다양하게 소개해 해외 소비자들이 제품을 완벽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라면업계는 사업의 비중을 해외에 무게를 두고 전략을 짜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를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적기로 보고, 핵심 지역별 판매 채널의 법인화 전략과 생산라인 확보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 오는 18일부터 에틸렌옥사이드(Ethylene Oxide) 물질이 포함된 한국산 라면에 대해 EU의 수입강화 조치가 시행될 예정으로, EU 수출 시 EU의 최대 허용잔류 기준을 준수했다는 시험성적서와 공식증명서 발급이 필요하고, 태국에서는 올해부터 라면에 대해 최대 880억 바트 규모의 소금세를 징수할 계획이어서 주의가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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