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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쟁사는 풀무원, CJ가 아니라 ‘비욘드미트’다”

곡산 2021. 8. 28. 10:04

“우리 경쟁사는 풀무원, CJ가 아니라 ‘비욘드미트’다”

  •  김다은 기자
  •  승인 2021.08.26 08:35
  •  호수 727

대체육 소비는 우리 음식 소비량 중에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육류를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비건 라이프스타일은 음식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생활 전체를 바꾸는 것이다.

대체육을 만드는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의 민금채 대표.ⓒ시사IN 조남진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의 민금채 대표가 대체육을 만들게 된 계기는 조금 특이하다. 맛과 영양에는 문제가 없지만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의 재고를 줄이고자 한 게 그 시작이다. 외국 출장 중에 콩과 곡물을 넣어 만든 식물성 패티를 맛본 뒤 민 대표는 본격적으로 대체육 개발에 뛰어들었다. 현재 지구인컴퍼니는 현미·귀리·견과류로 만드는 국내 최초 식물성 고기 브랜드 ‘언리미트(Unlimeat)’를 론칭해 슬라이스, 버거 패티, 민스, 풀드 바비큐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는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으며 시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코로나19 이후로 국내외 대체육 시장이 성장했다고 한다. 체감하기에 어떤가?

지난해부터 해외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에 홍콩, 중국, 미국, 오스트레일리아에 수출했고 이번 달엔 베트남과 타이완에도 수출을 시작했다. 홍콩은 대부분의 식재료를 수입하는 나라다. 코로나19 이후 고기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대체육에 주목할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에선 거의 한 달간 고기가 없어서 판매를 못하는 상황까지 갔다. 이를 계기로 대체육 업체들이 시장을 확대할 기회를 얻었다. 이번의 경험을 통해 소비자들이 만족감을 느끼고 시장에서 대체육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아직 국내는 대체육을 경험하는 초기 단계에 가까운데, 올해 2분기부터 소비자들이 제품을 많이 찾는 걸 실감한다.

 

시장 반응을 구체적으로 느끼는 사례가 있나?

매출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바이럴(입소문)’이 늘고 있다. 최근 이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확언할 수 있는 건 매월 매출의 성장률이 200~300%씩 늘어나고 있는 데다가 소비자들의 자발적 바이럴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먹어야 맛있더라, 하는 식으로 레시피를 공유한다.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한 경험 자체를 즐기고 그걸 자발적으로 퍼트리는 거다. B2B로는 최근에 인바운드 마케팅(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는 마케팅) 제안이 많이 들어온다. 소비자의 식습관 유형에 따라서 환자식, 회복식, 다이어트 도시락같이 굉장히 세분화된 제안을 한다.

국내 최초 식물성 고기 브랜드인 ‘언리미트’.ⓒ시사IN 조남진

 

1세대 콩고기와 확실히 맛의 차이가 느껴지는데, 어떤 기술을 쓰나?

우리는 슬라이스 고기에 최적화된 TVP(Textured Vegetable Protein, 조직식물단백질)를 직접 만든다. 고기의 조직감이나 식감, 질감을 만들기 위해 직접 설계한 특수 설비를 사용해 단백질 압출성형 방식을 적용한다. 우리의 특허 기술이다. 패티와 슬라이스는 기술개발 포인트가 전혀 다르다. 패티는 육즙, 컬러감, 구울 때 지글지글 굽히는 시즐링 같은 것이 중요한데 슬라이스는 쫄깃한 조직감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 작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팝업숍을 열었는데 임파서블버거의 개발자와 배양육 회사인 멤피스의 마케팅디렉터가 왔다. 자신들이 연구를 포기한 슬라이스 같은 제품을 어떻게 만들어냈는지 신기해했다.

 

새로 짓는 ‘클린 미트 팩토리’도 친환경적인 노력의 일환인가?

내년 6월에 완공된다. 제품을 만드는 전 과정을 100% 식물성으로 하는 우리나라 최초 공장이 될 거다. 현재 지구인컴퍼니에서도 대체육 원료에 들어가야 하는 식물성 소스, 식물성 지방을 OEM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클린 미트 팩토리가 생기면 이 과정을 직접 할 수 있게 된다. 탄소 절감을 위한 단계도 밟아나갈 예정이다. 설비를 제작할 때 물과 전기 사용량을 20~40%가량 덜 들어가는 구조로 설계했다. 들기름 찌꺼기인 들깨박이나 쌀의 부산물인 미강 같은 국내 원료를 쓰려는 것도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거다. 다만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다가 ‘맛있는 음식을 저렴하게 만든다’는 식품회사로서의 본질을 놓치진 않으려고 한다. 사회적 가치는 그 회사가 구축하는 시스템 안에 반영할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친환경적인 노력을 인정받는 건 실제 공장에서 저감한 탄소의 수치로 말하면 된다. ‘탄소 저감을 한다, 고기보다 친환경적이다’ 이렇게 마케팅하지 않는다. 조용히 원료를 바꾸고 공장에서 물 사용량을 줄이면서 현실적인 방법을 도입하는 데 집중한다.

 

‘환경을 위한 기업’ 같은 프레임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 사실 ‘언리미트’를 론칭하고 축산업 관계자들로부터 항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우리는 환경을 위해 고기를 먹지 말고 대체육을 먹으라고 홍보하지 않는다. 그렇게 이분법으로 접근한다면 기존 산업의 문제를 계속 들춰내야 하는데 그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축산업 분야에서도 다양한 혁신을 하고 있고 그런 노력을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 오히려 축산업에 식물성 고기가 하나의 카테고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고기를 먹는 것과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있지만 다만 칼로리가 낮고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이 없어서 덜 부담스럽다는 또 다른 선택지로 보면 좋겠다.

 

대기업이 대체육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데, 스타트업으로선 위협이 되지 않나?

자금력이나 규모 면에서 대기업과 경쟁하기 어렵겠지만 자신 있는 건, 대기업은 대체육이 많은 아이템 중 하나이지만 우리는 이게 전부라는 거다. 전속력을 다해 달리면서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또 대기업과 달리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받고 빠르게 그 니즈를 반영한 제품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미국의 ‘비욘드버거’ 버전이 업그레이드되는 속도가 평균 2년이다. 우리는 4개월 정도다. 올 10월에 햄버거패티 3.0이 나온다. 그리고 우리 경쟁사는 풀무원, CJ가 아니고 ‘임파서블푸드’와 ‘비욘드미트’다. 해외시장에서 그들의 움직임을 더 주목하고 있다.

 

대체육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사실 음식만 바꾸는 건 아니라고 본다. 비건 라이프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다. 생활 전체를 바꾸는 사람이 느는 거다. 우리 음식 소비량 중에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게 쌀과 육류다.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는 걸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전에도 식물성 음식은 있었다. 두유 같은 대체 단백질 음료도 있었고 채식 음식도 있었다. 그런데 그게 세상의 식탁을 바꾸진 못했다. 식물성 고기는 가장 많이 소비하는 음식을 건강하게 바꾸면서 나와 지구의 건강을 같이 챙긴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