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점포정리·매출구조 개선으로 마이너스 성장 흐름 단절
1·2인가구와 노인인구 특화상품 출시 통해 성장 동력 탑재
식품산업과 농축산업 분야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는 최근 양파파동과 2019년도 상반기 실적보고서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새로운 성장을 이끌어낸 사례는 식품업계의 귀중한 자산이다.
빙그레를 연매출 6000억 원 대 대기업으로 이끌었고 하림을 일개 중소기업에서 30대 재벌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이문용 하림 고문은 오너리스크로 쇠락하던 호식이두마리치킨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하여 신 성장동력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입니다. 준비하고 대비하면 위기 속에서도 더 큰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문용 호식이두마리치킨 대표이사 사장의 일성이다.
이문용 사장은 2018년 6월 건강상의 문제로 하림그룹 총괄사장에서 상임고문으로 물러난 후 올 해 2월 오너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한 채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던 호식이두마리치킨의 경영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문용 사장이 호식이두마리치킨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하림의 고객사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 곳은 100% 하림 닭을 사용하는 곳입니다. 만약 이 곳이 문을 닫게 되면 하림의 매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합니다”라며 호식이두마리치킨의 대표이사로 부임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이 회사가 오너리스크를 완전히 극복하고 경영 안정을 이뤄내면 대표이사 직을 내려놓고 처음으로 돌아가 식품과 외식산업을 위해 봉사하려고 합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생을 위한 개혁 착수
호식이두마리치킨은 지난 2017년 6월 발생한 오너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한 채 끝없이 추락했다.
심지어 지난해 말에는 호식이두마리치킨이 조만간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말까지 회자됐을 정도다. 이 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사람이 바로 이문용 사장이다.
이문용 사장은 2019년 2월 사장으로 취임한 후 가맹점주와의 신뢰구축, 사업 다각화, 직원 교육 시스템 구축 등을 잇따라 시행했다. 그 결과 지난 6월부터 적자경영을 흑자경영으로 돌려놓는데 성공했다.
당시 모든 이들이 호식이두마리치킨의 부진 이유를 오너 최호식 회장의 부적절한 사건 때문이라고 단정하고 있을 때 이문용 사장은 또 다른 이유를 찾아냈고 그 문제들을 하나씩 개선해 나가는데 집중했다.
이문용 사장은 호식이두마리치킨의 부진 이유로 오너리스크와 함께 사업환경 변화에 따른 두 마리 마케팅의 효과 축소, 신성장 사업 등의 발굴 노력 미흡을 지적했다.
이문용 사장은 “치킨 두 마리 마케팅은 3~4인 이상 가구에서 매력적이다. 그러나 현재 1인가구와 맞벌이 2인 가구가 1000만 가구를 넘어섰다. 또 60대 이상 노인인구의 비중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들에게 치킨 두 마리는 오히려 부담이다. ‘두 마리 치킨’ 마케팅과는 별개로 1인 혹은 맞벌이 2인가구와 노인인구를 위한 상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1인·2인가구와 고령인구를 위한 제품 및 마케팅 개발에는 미흡했고 이것이 호식이두마리치킨의 부진을 불러온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 사장은 “1인·2인 가구와 고령인구의 니즈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것이 HMR영역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연초에 HMR영역의 R&D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식품 중소기업 대상 경영 자원봉사의 꿈
이문용 대표는 호식이두마리치킨이 정상화를 이루면 퇴임해 처음의 자세로 되돌아 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의 농업기업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경영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 저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이문용 대표가 바라는 최종 꿈은 빙그레와 하림에서 일궈냈던 성공신화 노하우를 중소기업들에게 실질적으로 아낌없이 전수하는 것이다.
이문용 대표는 1976년 빙그레에 입사한 후 김승연 그룹회장에게 발탁되어 1989년 40세의 나이로 빙그레 김해공장 공장장이 되었다.
이때부터 빙그레는 연매출 30억 규모에서 수직상승해 이문용 공장장이 전무이사로 퇴임한 1999년 연 매출 6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그는 또 2001년 하림의 총괄부사장으로 입사한 후 2018년 6월 퇴임할 때까지 익산의 일개 양계기업에 불과하던 하림을 재계 서열 30위 기업으로 키워내면서 성공신화를 이어갔다.
이문용 대표는 “내가 가진 경영노하우를 대한민국의 중소기업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 대표가 가진 경영노하우는 재벌 대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해 가는 노하우가 아니라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거듭나는 방법이다. 하림이 그랬고 빙그레가 그랬다.
그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가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경영자는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히며 자신이 얻은 이 노하우를 식품·농업·외식 기업에 전수할 의사를 피력했다.
이문용 대표는 “빙그레와 하림에서 얻은 명성으로 강의·방송을 하는 것은 기업들에게 진정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과거의 명성을 모두 내려놓고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낮은 곳을 향할 때 진정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호식이두마리치킨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곳에서 목표하던 바(오너리스크의 완전한 극복)를 이룬다면 더 직접적인 농업·식품분야 중소기업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식품·농축산업 간 수직계열화로 성장 동력 만들어야
이문용 대표는 현재 양파파동 등 농업의 어려움이 드러나고 식품·외식기업들의 경영환경 악화가 확산되는 상황이야말로 식품·외식기업과 농축산업의 수직계열화를 통한 융합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한다.
그는 “지금 닭고기 산업에서 양계업과 식품기업 간 수직계열화가 일어났듯이 식품기업과 농업이 4차 산업혁명에서 융합이 될 수 있다고 한다면 농가들도 가격경쟁에 따라 힘들어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문용 대표는 농업과 식품기업 간 수직계열화 시스템을 갖추려면 “사람 간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문용 대표가 하림과 빙그레에서 보여준 것도 양계업자와 젓소업자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그들의 이익과 입장을 생각해주고 신뢰를 얻는 것이었다.
이문용 대표는 하림신화의 시작은 2003년 익산공장 화재사건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농장주들과 회사는 욕설이 난무하는 등 최악의 분위기였다”고 회상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농장주들의 협의체를 만들어 줄 것, 하림이 농장주들에게 3700여 만 원이던 월 수익을 2억 원까지 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 등을 약속했다. 이 약속을 성실하게 지켜나가는 과정 속에서 양계농장주들과 이문용 사장 간 신뢰가 싹텄고 이를 바탕으로 농장과 하림 간 안정적인 수직계열화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이문용 대표는 하림에서의 성공방식은 빙그레에서 한번 경험했던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40세 나이에 빙그레 김해공장 공장장으로 취임한 후 첫 번째 한 일이 젓소 농장주들을 모아서 그들만의 협의체를 조성해 주고 미래 퇴직금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고 회상한다.
이같은 작업을 통해 쌓아온 신뢰를 밑바탕으로 빙그레가 30억 규모에서 6000억 규모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농·축산업 전체에서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면 정부차원에서 전국 농업과 목축업에 대해 디테일한 통계화 사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문용 대표는 “수직계열화 사업의 개념을 연동해서 식품업체들과 농가들 간 계약재배 형식으로 연동시켜서 만들어가는 시스템을 국가차원에서 구축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농업은 지금보다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통계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라고 전제한 후 통계를 바탕으로 정확하게 재배면적을 계산해 작물들을 바꿔가면서 심을 수 있다면 농업과 식품·외식산업 간 연계를 통해 새로운 발전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문용 대표는 “우리나라 농축산업과 식품·외식기업들이 중소·중견기업에서 대기업, 글로벌기업으로 발전해 나가고 4차산업혁명 시대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새로운 발전모델을 이뤄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