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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우수농식품생산현장]계란 전문 가공회사 ‘풍림푸드’

곡산 2010. 4. 8. 20:59

[기획-우수농식품생산현장]계란 전문 가공회사 ‘풍림푸드’
안전·신선한 포장란 목표 1등급란 최다 생산
20여 개 거래 농장 대부분 친환경 인증
입고 후 60여 종 항생제·잔류농약 검사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단백질과 비타민D, 비타민B12, 셀레늄 등이 풍부한 식품. 영국의 마가렛 대처 전 총리는 1979년 일주일에 이것 28개를 먹는 단기간 다이어트로 체중 감량에 성공하기도 했다. 최근 연구결과에 의해 체중감량과 시력감퇴 효과까지 입증된 이것은 무엇일까? 바로 계란이다.

오는 6월 미국 학술지 ‘영양과 식품 과학’에 게재될 보고서에 따르면 계란의 영양 구성과 다이어트 역할을 조사한 71편의 논문과 참고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 계란은 건강을 증진시켜주는 한편 비만을 제어해주는 ‘슈퍼식품’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요즘 아무리 영양학적 기능이 높다한들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식품에 손이 가지 않기 마련이다.

최근 농림수산식품부는 계란의 위생관리 강화를 위한 ‘계란 위생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계란판매업소에 대해 등록제가 도입되고, 계란의 포장판매와 유통기한 표시제가 추진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시책에 앞서 이미 자체적인 위생기준으로 안전한 계란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기업이 있어 직접 찾아가 안전한 계란 생산의 노하우에 대해 들어봤다. 충북 진천군 이월면 노원리에 위치한 ‘풍림푸드’가 바로 그곳이다.

‘살아서는 진천에 머물고, 죽어서는 용인에 묻힌다’는 뜻의 생거진천(生居鎭川) 사거용인(死居龍仁)이라는 지명에 맞게 진천은 예로부터 기름진 들이 펼쳐지고 곡물과 임산물이 풍부해 살기 좋은 고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 그런지 풍림푸드는 찾아가는 길에 유난히 식품관련 기업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오후 1시. 막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금 일터로 향하는 직원들로 분주한 가운데 풍림푸드 정영현 대표와 이남규 공장장, 김진철 팀장이 기자들을 반갑게 맞았다.

1992년 설립돼 포장란과 액란, 계란가공제품 등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풍림푸드는 지난해 46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국내 업체 중 1등급란을 가장 많이 생산했다.

이렇게 고품질의 계란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정영현 대표는 거래하는 20여 농장 중 1~2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정부로부터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7~8종류의 항생제와 50여종의 잔류농약 검사를 자체적으로 실시하며 월 2회 충북위생연구소에 의뢰해 정량 검사까지 확인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시중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포장란은 ‘안전’과 ‘신선도’가 생명이라며, 이 때문에 풍림푸드는 입고검사부터 철저히 한다고 했다. 농장별로 30개씩 무작위로 선별해 계란의 신선도를 측정해 입고여부를 판단하는데 이때 계란의 무게, 난황의 색도(1~15) 측정, 신선도 및 항생제 검사 등을 실시한다.

현명한 주부들은 다 알고 있겠지만 신선한 계란은 노른자가 탱탱하며 색이 밝고 노른자 주위의 난백이 물처럼 흐르지 않는다. 이 원리를 이용해서 신선도를 체크한다.

△신선한 계란은 난황이 탱탱하고 농후단백이 잘 흐르지 않는다. 이 원리를 이용해 난황과 농후단백의 높이로 계란의 신선도를 결정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계란껍질(난각)에 미세한 실금이 있는지 파각검사를 실시한다. 미세한 실금이라도 있다면 보관시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실리콘바로 계란의 표면을 두드려 음파를 통해 파각란을 선별해 골라낸다. 여기서 걸러진 건강한 계란은 표면을 식용 오일(Mineral Oil)로 코팅해 도포막을 형성시켜 계란표면의 보호막이 훼손된 것을 보강하고, 계란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살모넬라 균을 제거하기 코팅된 계란의 표면을 천천히 회전시키며 10초 간 자외선(UV) 살균 처리한다.

이어 혈반과 육반이 있는지 엑스선을 이용해 검사한다. 혈반이나 육반은 계란을 깨뜨렸을 때 노른자에 나타나는 핏빛 응어리로 섭취해도 건강에 이상은 없지만 미관상 좋지 않아 다 걸러낸다고 한다. 이러한 혈반이나 육반은 닭이 산란 전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종종 나타난다는 것. 정 대표가 여기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지금 시중에서 구입하는 계란은 모두 연한 갈색을 띠고 있는데 10~15년 전만 해도 시중에는 흰색 계란이 대부분이었다. 계란의 색깔은 곧 닭의 색깔과 관련이 있는데 예전에는 그만큼 흰색 털을 가진 닭이 많았던 것이다.

당시에 흰닭을 많이 키웠던 것은 갈색 털을 가진 품종에 비해 먹이를 적게 먹고 스트레스에도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흰색란 보다는 갈색란에 영양가가 더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계란의 소비 패턴이 변했다고 한다.

또 소비자들이 계란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무정란과 유정란의 차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계란 전문가나 영양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들의 영양학적인 차이는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대형 마트에서 판촉행사를 진행하면 소비자들이 붉은 색을 띠는 경쟁사 유정란이 영양가가 더 높은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오뚜기에서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붉은색 계란을 생산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단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계란은 오직 신선도 외에는 계란을 차별화할 요인이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오뚜기에 포장란을 납품하면서 1등급란 외에 제품의 다양화를 실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때는 유정란, 유기농란, 목초액란 등 다양한 포장란 제품이 출시되고 있는 것에 편승해 오뚜기와 함께 강황을 사료에 첨가해 연구를 했지만 강황 성분이 계란으로 나오는 것은 극히 미량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모든 검사를 마친 계란은 계란 표면에 포장업체명과 포장날짜를 인쇄한다. 풍림푸드는 농장에서 계란을 받아서 포장하고 오뚜기에 납품하기까지 만 하루가 넘지 않기 때문에 포장날짜와 산란날짜는 하루 정도 차이에 불과하다고 이남규 공장장은 강조했다.


이어 풍림푸드 매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액란 생산공정을 둘러봤다. 지난 2006년 정부로부터 액란 부문에 HACCP 인증을 획득하고 난백, 전란, 난황 제품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액란은 계란을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해 용도에 맞게 사용하기 간편해 대형 급식소나 프랜차이즈 등에서 많이 사용된다. 또 마요네즈와 게맛살, 제과 등 가공제품의 원료로도 쓰인다.

액란을 만드는 계란도 포장란과 마찬가지로 철저한 입고검사를 거쳐야 한다. 입고검사를 거친 계란은 차아염소산나트륨 150~200ppm이 희석된 물로 살균과정을 거친다. 살균 설비는 우유를 생산할 때 사용하는 설비와 동일한데 난황은 63℃에서 난백은 60℃에서 3분 30초 간 살균하며 이는 국제적으로 동일한 방법이다.

다음에는 계란을 깨뜨리는 할란과정을 거쳐야 한다. 액란 생산에서는 이 과정이 중요하다고 한다. 같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계란을 처리하는지에 따라 생산성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할란기는 계란을 일일이 손으로 깰 수 없기 때문에 사용하는 기계로 칼날이 위에서 충격을 주어 깨뜨린다음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해 운반한다. 현재 풍림푸드에는 총 4대의 할란기가 있는데 작업량이 많은 날은 하루에 80만개 정도를 처리한다고 한다.

분리된 노른자와 흰자위는 여과를 통해 껍질 등 이물질을 걸러내고 비살균제품은 가염(가당)을 해서 냉각시킨다. 그래야만 해동했을 때 원래의 형태로 복원할 수 있다고 한다.

액란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난각(계란껍질)의 60%는 다시 세척과 살균과정을 거쳐 난각칼슘으로 재가공돼 사용된다. 이쯤되면 계란은 하나 버릴것이 없는 식품이란 생각이 든다.

정 대표는 계란이 완전식품이라고 하기에는 딱 하나 칼슘 성분이 부족한데, 바로 난각을 통해 칼슘을 보충할 수 있다며 진정한 완전식품이라고 강조했다.

깨끗하게 세척과 살균을 거친 난각은 파쇄 과정을 거쳐 칼슘제품으로 가공되는데, 천연칼슘이면서 흡수율 높다. 정 대표는 우유에서 추출하는 유청칼슘 흡수율이 50%인데 비해 난각칼슘 흡수율이 40% 정도라며 유청칼슘 보다 생산비가 적게 들어 경제적 이득이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이 난각칼슘을 이용해 밥을 지을 때 넣어 성장기 어린이들의 칼슘흡수를 돕는 ‘밥으로 먹는 칼슘’이란 제품을 개발했지만 밥속에 분산되지 않고 밑에 가라앉는 경향이 있어, 이를 개선해 다시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이미 난각칼슘을 초콜릿 과자 등에 사용하고 있을 정도여서 향후 국내 시장 전망을 밝게해주는 분야이기도 하다.

보호막 입혀 살균통해 살모넬라균 제거
난황 등 가공식품 원료 액란도 HACCP 환경서 생산


풍림푸드는 외식업체나 대형 급식소에서 사용하는 계란구이, 계란부침 등 다양한 계란가공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요즘 편의점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김밥과 도시락에 들어가는 계란이 대부분 이곳에서 생산되고 있다. 또한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 전문점 등 샌드위치 종류를 판매하는 곳에서도 이곳 풍림푸드에서 생산한 계란가공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김진철 팀장은 말했다.

김 팀장은 또 우리나라의 경우 1인당 연간 계란 소비량이 190개 정도로 적은 반면 미국은 280개, 일본이나 이스라엘 등 소비가 많은 나라는 320개 정도를 섭취한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은 도시락 문화와 샌드위치 문화가 발달해 계란 소비가 많은 편인데 가나에푸드사는 계란말이 제품 매출만 25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시장이 크다.

정 대표는 앞으로 분말란 생산에 더 주력할 계획이라면서 올 6월이면 국내 최초 분말란 전용공장이 완공된다고 말했다. 난백분, 전란분, 난황분으로 구분되는 분말란은 흰자와 노른자를 나눠 8~9배 정도 농축한 것으로 주로 햄이나 소세지, 맛살에 사용되며 맛보다는 물성을 개선해 식감을 좋게 하는데 이용된다.

국내 분말란 시장은 난백분, 전란분, 난황분을 합쳐 80억 원 정도의 규모로 5년전까지만 해도 유럽산이 대세였으나 최근 들어 중국산과 우크라이나산이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다.

풍림푸드는 6월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300톤 정도를 생산해 국내 수요 600톤 중 절반을 공급할 계획이다.

계란가공제품 공정까지 둘러보고 나니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계란이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근처 마트에 가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계란이 이렇게 많은 과정을 거친다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계란이 우리가 먹는 식품 전반에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최고의 도시락 반찬이었고, 아버지 밥상에만 오를 정도로 귀하디 귀했던 계란, 이제는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됐지만 계란이 가진 영양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우유에 버금갈 정도로 완전식품이라는 연구결과가 속속 드러나고 있고 계란이 들어가지 않은 식품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동안은 무심코 먹어 왔던 계란의 영양가치를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김현옥기자:hykim996@thinkfood.co.kr

최승근 기자 : skchoi@thinkfoo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