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웰빙

"라면 건강하게 먹는 법 있지만, 자주 먹으면 안 좋아"

곡산 2017. 6. 1. 07:29

"라면 건강하게 먹는 법 있지만, 자주 먹으면 안 좋아"

안광호 기자 입력 2017.05.31 21:35

[경향신문] ㆍ‘라면완전정복’ 펴낸 라면 덕후 지영준씨
ㆍ식사 대용으로는 부적합, 소비자 입장에서 참고할 책 없어
ㆍ방부제·MSG 쓴다는 건 오해…편의점 용기면 가격엔 불만

‘라면 덕후’ 지영준씨가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다양한 라면에 대한 시식 후기와 평점 등을 담아 펴낸 책 <라면완전정복>을 손으로 가리키며 웃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라면 맛에 대한 평가를 담은 ‘한국판 미슐랭 가이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청주교육대에 4학년으로 재학 중인 지영준씨(28)는 자칭 ‘라면 덕후’다. 지금까지 그가 맛본 라면은 국내외 600종류가 넘는다. 군 제대 후 3~4년간 매주 평균 6~7종류의 라면을 맛봤다. 그는 라면을 먹고 난 후 맛에 대한 평가를 블로그에 남기고 있다. TV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유명세를 얻고 있는 지씨가 최근 라면 가이드북이라 할 수 있는 <라면완전정복>(북레시피)을 펴냈다. 지난달 18일 만난 지씨는 “우리처럼 라면을 많이 먹는 나라가 없는데도, 소비자 입장에서 라면의 맛과 특징을 참고할 만한 책이나 전문가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한 해 팔린 라면은 약 36억5000만개(2015년 기준)이다. 한 사람당 세계 최고 수준인 76개를 먹을 만큼 누구나 부담없이 즐기는 인기 식품이다. 지씨는 책에 시식 후기와 평점, 그리고 제품 성분과 국내 라면 제조사에 대한 역사 등을 담았다. 맛있게 끓이는 법, 건강을 생각한 조리법, 입맛이나 날씨, 기분에 따라 어울리는 라면, 그리고 라면에 대한 오해와 진실도 소개하고 있다.


지씨는 어릴 때부터 라면을 좋아했다고 한다.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으면서 간편하게 한 끼 때울 수 있는 라면이 취향에 맞았다. 그렇게 단순히 좋아하던 차원에서 ‘덕후’의 수준까지 이른 건 군 생활 때였다. “전방에서 행정병으로 근무했는데, 보통 2~3일에 한 번씩 밤샘 당직근무를 했죠. 밤중에 출출할 때면 PX에서 사온 과자나 라면 등으로 허기를 달랬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라면을 많이 먹게 됐고, 또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생겨났습니다.”


PX 라면으로는 성이 안 찼다. ‘보다 새로운 맛’을 찾으려 인터넷을 뒤졌고, 먹고 싶은 라면은 목록을 만들어 휴가 때 직접 사서 먹곤 했다. 라면에 대한 평가는 이때부터 조금씩 글로 남겼고, 제대를 앞두고 ‘라면완전정복’이라는 블로그를 개설했다. 국내외 수백 종류 라면의 맛에 대한 정보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포털에도 라면 시식 후기와 특집 기사를 연재하게 됐다. 댓글에는 “쉽게 구하기 힘든 라면이지만, 맛이 궁금하다”는 의견과 함께 “시식 후기를 남겨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의 뜨거운 관심은 <라면완전정복>의 출간으로 이어졌다. 그는 평점의 주된 요소인 ‘맛’을 5점 만점 기준으로 구분했고, 이외에 가격, 구입 편리성, 인지도 등도 반영했다. 맛은 ‘매운맛’으로만 5단계로 구분했다. 지씨는 “매운맛은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매운 정도에 따라 아예 못 먹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매운맛만 평가했다”고 밝혔다. 그가 좋아하는 라면 가운데 하나는 맵기로 유명세를 얻은 볶음면이다. “워낙 매운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라면은 시식 후기와 상관없이 대량으로 사놓고 먹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외에도 추천하고 싶은 라면, 다이어트 라면 등도 책에 담았다.


그는 평점을 매기면서 나름의 원칙을 세웠다.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공복’이 아닌, 식사를 마치고 2~3시간 후 라면을 먹는다. 허기를 채우는 데서 오는 쾌감을 배제하고 맛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함이다. 구하기 힘든 해외 제품은 주로 인터넷으로 주문해 해결하지만, 외국에 나갈 일이 생기면 미리 구입할 라면들을 적어놓고, 현지에서 20~30가지를 한꺼번에 사서 가져온다.


라면을 ‘건강하게 먹는 법’도 중요하다. 지씨는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 국물은 되도록 적게 먹고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과 같은 영양소를 액상수프만으로는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가급적 식사용이 아닌 간식으로 먹는 게 좋다”고 했다. 밤에 라면을 먹으면 얼굴이 붓기 마련이다. 그는 “수프를 반만 넣고 끓인 후 국물을 조금만 먹거나, 나트륨 배출을 돕는 칼륨이 많이 포함된 우유나 바나나를 함께 먹는 것도 좋다”고 했다. 기름에 튀긴 유탕면은 한 번 끓인 후 물을 버리고 새로 끓인 물에 조리하면 지방 섭취를 줄일 수 있지만, 맛은 떨어진다.


그는 라면에 관한 오해도 바로잡았다. 지씨는 “라면이 건강식품은 아니지만,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것들이 많다”며 “대표적인 게 방부제나 MSG(화학 조미료)와 관련된 것인데, 요즘 라면엔 이런 것들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열량이 높고 고지방 식품이어서 너무 자주 먹는 건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했다.


요즘 출시되는 라면의 가격은 다소 불만스럽다. 지씨는 “고급스러운 라면들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건 좋지만, 편의점 용기면이 개당 2000원이 넘어가는 건 소비자 입장에서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올해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지씨는 “시험을 마친 후 기회가 되면 이번 <라면완전정복>에 담지 못한 세계의 다양한 라면들을 더 많이 구해서 사람들에게 맛에 대한 정보를 알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