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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면 믿다가 발등 찍힌 팔도와 야쿠르트

곡산 2015. 5. 25. 07:14

꼬꼬면 믿다가 발등 찍힌 팔도와 야쿠르트


- 꼬꼬면 열풍 등에 업고 지배구조 정리...실적부진 경영권 승계 발목 잡아

‘팔도는 여름 한 철 라면 장사하는 기업이다.’ 한국야쿠르트의 관계사인 팔도는 흔히 이런 말을 듣는다.

팔도는 비빔면 부분에서 농심 부럽지 않은 강자다. 팔도 비빔면은 시장점유율이 67%에 이른다. 그런데 비빔면을 빼면 팔도는 라면 시장에서 이렇다 할 대표작이 없다. 비빔면은 거의 모든 매출이 여름철에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팔도는 비빔면으로 여름 한 철 장사를 하는 ‘여름 기업’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

팔도는 비빔면을 제외하면 용기면인 왕뚜껑과 도시락 정도가 대표 제품이다. 점유율은 10%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화양연화’ 같은 시절이 있었다. 2011년 꼬꼬면을 출시하며 라면업계에 빅뱅을 일으켰다. 이 꼬꼬면 열풍에 힘입어 한국야쿠르트는 팔도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화근덩어리가 되고 있다.

꼬꼬면의 열풍은 대단했다. 시장에 나온 지 168일 만에 1억 개 판매를 돌파했다.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다. 팔도는 꼬꼬면의 인기로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전남 나주에 공장을 새로 설립했다. 이천 공장도 라인을 증설하는 등 팔도가 사업 확장에 사용한 비용만 20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꼬꼬면의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나주 공장의 봉지면 라인 하나는 가동을 중지했다. 2013년 점유율 1% 아래까지 떨어지며 일부 유통업체에서 퇴출당하는 굴욕을 겪었다. 팔도는 결국 라면 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하지 못하고 다시 업계 4위로 주저앉고 말았다. 지난해 점유율은 8.3%에 그쳤다.

꼬꼬면의 대성공을 거두던 2012년 1월 한국야쿠르트는 팔도를 별도법인으로 분리했다. 김병진 한국야쿠르트 경영기획부문장은 당시 “라면과 음료 사업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 지금이 법인 분리의 최적기”라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의 경영권 승계도 팔도가 법인을 분리한 배경이 됐다. 애초에 법인분리는 포장용기 제조회사인 삼영시스템이 한국야쿠르트 식음료 부분을 인수한 뒤 팔도로 이름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삼영시스템은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의 외아들인 윤호중 전문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다. 팔도는 한국야쿠르트 지분 40.83%를 지니고 있다.

팔도를 별도법인으로 분리하면서 팔도를 윤 전무가 지배하고 팔도가 한국야쿠르트를 지배하는 후계구도를 완성한 것이다. 따라서 당시 팔도의 법인분리에 대해 꼬꼬면을 핑계 삼아 2세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라는 의혹도 받았다. 그런데 팔도가 라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한국야쿠르트의 후계자이자 실질적으로 한국야쿠르트를 장악한 윤 전무의 입지가 흔들리게 된 셈이다.

윤 전무의 고민은 팔도에만 그치지 않는다. 윤 전무는 한국야쿠르트에서 경영지원을 총괄하며 신사업 발굴을 담당하고 있다. 식음료 부문 분리 이후 교육사업과 의료기기사업, 커피전문점 사업 등 신사업을 통해 한국야쿠르트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이에 따라 윤 전무의 경영능력에 대해 의심을 품는 시각도 늘고 있다. 발효유와 건강식품이라는 한국야쿠르트의 본 사업과 신사업들이 유기적 관계가 없이 따로 놀고 있다는 지적도 강하게 나온다.

  
▲ 꼬꼬면의 인기에 힘입어 팔도는 2012년 한국야쿠르트에서 법인 분리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최근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특히 팔도 분사 이후 이런 경향이 뚜렷이 나타난다. 한국야쿠르트는 2010년 매출 1조1425억 원을 달성했으나 사업 분리 후 매출은 956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2013년 매출은 9960억 원으로 2년 동안 고작 4% 성장에 그쳤다. 사업 분리 전 같은 기간 12% 성장한 것에 비하면 성장동력이 예전만 못하다.

윤 전무는 경영능력을 발휘해 한국야쿠르트의 신사업을 궤도에 올려놓고 팔도의 실적을 개선해야 한다. 그는 올해 한국야쿠르트 매출 1조 원 돌파와 팔도 라면 시장 점유율 10% 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꼬꼬면이 지난해 말 리뉴얼된 이후 판매량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비빔면도 지난해 470억 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겨울 판매량이 늘어난 것이 호재였다. 또 다른 제품 도시락도 해외에서 국내의 40배에 이르는 21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선전하고 있다.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