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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을 만드는 정성으로 여는 수출길, 경천식품

곡산 2016. 11. 29. 08:06
제목 김을 만드는 정성으로 여는 수출길, 경천식품
게시일2016-09-21 작성자 김주선
국가 캐나다
기업명 경천식품

 

김을 만드는 정성으로 여는 수출길, 경천식품

- 자연이 인간에게 준 선물을 드립니다 -

 

 

 

□ 경천식품 사장님?

 

나를 본 사람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서른넷이라는 젊은 나이에 CEO라는 사실에 놀라고, ‘김태윤’이라는 이름을 듣고 남성인 줄 알았는데 여성이어서 당황한다. 그런데 내가 우리 회사를 소개하면 한번 더 놀란다.

 

“무슨 사업을 하시죠?”

“‘경천식품’은 맛있는 김을 만들어서 팝니다.”

 

사람들은 젊은 여성 CEO와 김의 조합을 의아하게 생각하지만 ‘경천식품’에서 만드는 제품을 소개하는 나의 목소리는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나에게 김은 소중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 김 만드는 가업, 그 정성을 잇는다

 

들기름, 참기름에 굵은 소금을 숭덩숭덩 뿌려 살짝 구워도 맛있고, 생김으로 먹어도 맛있는 김. 맛도 좋지만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서 ‘자연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로 불리는 김은 한국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그런데 식탁에 김이 오르기 위해서는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김 포자를 뿌리는 추분(秋分)이면 김발에 김이 잘 붙기를 기원하는 고사를 지낼 만큼 포자 착생이 어려운 김은 ‘뜬구름 같은 풀’이란 뜻의 ‘운초(雲草)’라 불린다. 착생이 된 후에도 할 일이 많다. 김은 겨울이 제철이기 때문에 김을 양식하는 사람들은 추운 겨울날, 바다에 나가 차디찬 바다 속에서 자라는 원초를 일일이 채취한다. 육지로 돌아온 뒤에는 깨끗한 물로 여러 번 씻어낸 다음, 짧게 토막을 내고 손으로 김발(김 원료를 한지를 뜨듯이 얇게 뜨는 것)을 떠서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말린다. 이 과정이 얼마나 힘들면 옛말에 ‘해태(海苔, 김) 고장에 딸 시집보낸 심정’이라는 말이 다 있을까?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해태(물김) 양식장’을 한 아버지는 이렇게 고된 일을 하면서도 김 먹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얇디 얇은 김에 깊고 깊은 정성을 더했고, 그 모습을 보며 자란 나는 2006년 가업을 이어받아 김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 敬天愛人의 마음으로

 

1989년부터 조미김, 참기름, 볶음깨를 유통한 우리 회사는 1999년 ‘경천산업’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기업 활동을 시작했다. 국내 최초로 ‘재래김’을 ‘구이김’으로 만들어 유통한 ‘경천산업’은 맛있는 김을 만드는 회사로 소비자의 사랑을 받았다. 사실 ‘경천산업’이라는 이름도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한다’는 ‘경천애인(敬天愛人)’을 바탕으로 안전하고, 깨끗하고, 맛있는 식품을 만든다는 뜻이다. 그 정신을 이어받아 2006년 회사를 맡은 나는 기업명을 ‘경천식품’으로 바꾸고, 더 좋은 식품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좋은 김은 김을 키우는 양식장에서부터 품질이 좌우된다. 그래서 물김 양식장을 철저히 관리하는 ‘경천식품’은 물김 포자를 뿌린 뒤, 김이 그물망에 촘촘히 붙어 무럭무럭~ 자라면 품질 좋은 물김만을 엄선해서 자동 채취기로 수확해, 회사 직영 건조장으로 옮긴다. 이곳에서 500톤의 깨끗한 물로 가득한 물탱크에 넣어 쉬지 않고 회전시키며 물김을 이물질이 없어질 때까지 씻고, 또 씻는다.

 

그 뒤 거대한 건조기에 들어가 물김 고유의 맛과 영양이 살아있도록 건조된 생김은 100장씩 자동 컨베이어를 타고 건조기 밖으로 이송된다. 이 중 또다시 영양 많고 맛 좋은 생김만을 선별해서 직영 냉동 창고에서 보관하는 ‘경천식품’은 구이김을 만들 때도 매일 매일 생산에 필요한 만큼만 출고한다. 그래야 신선한 상태로 유지돼서 생김을 생산한 시점과 똑같은 맛과 영양 상태를 지킬 수 있다. 이처럼 원재료 보관에 많은 정성을 쏟는데, 구이김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소홀할까? 최고의 원초를 더 맛있게 만들기 위해서 ‘경천식품’은 질 좋은 통깨를 전통방식으로 짠 시골 참기름, 시골 들기름을 발라 두 번 굽고, 미세먼지 한 조각도 남지 않도록 까다롭고 철저하게 위생관리를 한다. 소비자에게 김을 파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감사와 정성을 드린다’는 마음으로 김을 만드는 우리 회사는 광고 한 번 안 하고도 소비자가 먼저 찾는 회사로 유명하다. 수출 또한 캐나다, 중국, 미국, 말레이시아, 일본, 뉴질랜드, 베트남으로 하고 있다.

 

 

□ 첫눈에 끌린 KOTRA 지사화사업

 

본래 ‘경천식품’은 국내 소비자를 위해서 김을 키우고, 만드는 곳이었기 때문에 수출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식품박람회’에 참가할 때마다 ‘김을 수입하고 싶다’는 무역업체가 꽤 많았다. 여러 차례 거래 요청을 받다가 중국으로 김을 간접 수출하면서 해외 소비자들에게 ‘경천식품’ 김을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

 

‘수출을 하겠다’는 뜻은 세웠지만 직접 수출은 어떻게 하는지, 무역의 토대가 약했던 나는 KOTRA에서 시행하는 수출지원 사업 중 만족도가 가장 높다는 ‘지사화사업’에 관심을 가졌다. KOTRA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여러 무역관에서 하고 있는 지사화사업 사례를 살펴보던 중,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캐나다 토론토 무역관! 토론토 시장을 소개한 글도 알기 쉽고,

 우리 회사 같은 식품회사도 많이 이용하고,

 여기라면 무역을 잘 모르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첫눈에 반한 것처럼 토론토 무역관에 마음이 끌린 나는 2013년 12월 지사화사업을 신청했고, 캐나다를 시작으로 북미 시장에 직접 진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예상대로 토론토 무역관은 토론토에서 김은 어떻게 판매되고 어떤 바이어와 거래해야 하며, 수출을 위해서는 어떤 테스트를 받아야 하고, 소비자에게 우리 제품을 알리기 위해서는 어떤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지, 수출의 모든 과정을 세세히 알려줬다. 특히 토론토 무역관은 바이어 발굴에 힘을 쏟았다. 이민의 무게 중심이 유럽에서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는 캐나다는 아시아계 이민자가 많아서 조미김에 익숙한 시장이다. 그런 만큼 동포들이 운영하는 한인 유통망에는 이미 많은 한국 김이 진출해 있었다.

 

후발주자인 ‘경천식품’을 위해 바이어 방향을 아시아계 유통망으로 잡은 토론토 무역관은 캐나다 최대 유통 소매업체인 Loblaw Companies Limited사의 자회사이자, 캐나다에서 가장 큰 화교계 유통 도·소매 업체인 ‘T&T’에 우리 회사를 소개했다.

 

하지만 많은 김 제조 기업을 알고 있는 ‘T&T’는 우리 회사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 만남에 소극적인 바이어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 토론토 무역관은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경천식품’의 맛과 정성을 소개했고, 미팅에 응할 때까지 기다렸다. 토론토 무역관의 정성에 ‘T&T’는 2014년 ‘서울국제식품전’에서 ‘경천식품’과 1:1 상담을 하기로 했다.

 

기대를 가졌던 첫 만남은 명함을 주고받는 것으로 끝났지만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김을 양식할 때도 포자가 나오는 시기에 포자가 붙을 재료를 바다에 설치하고 채묘(採苗)하며 키워가듯, 수출 시장도 시간을 들여서 착실하게 키워가자는 마음으로 그해 가을 토론토 무역관에서 개최한 ‘캐나다 대형 유통 진출 로드쇼’에 참석하고, 행사 종료 후에는 사무실을 찾아가 교감을 나누며 만남을 이어갔다. 노력의 결실은 이듬해 수확할 수 있었다. 2015년 5월 ‘서울국제식품전’에서 다시 만난 ‘T&T’와 ‘경천식품’은 비즈니스 파트너로 발전했고 그해 11월 말 시작되는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 기획 상품에 우리 회사의 김을 포함하기로 했다.

 

□ 수출의 단계 단계를 함께 하다

 

성사의 기쁨도 잠시, 11월까지 캐나다로 김을 보내기 위해서는 제품 라벨링, 알러지 테스트, 영어와 프랑스어 이중 언어 표기, 패키지 디자인 등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게다가 처음하는 직접 수출이다보니 실수가 속출했다. 그때마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시차가 14시간이나 나는 토론토 무역관에 전화를 했다.

 

“‘경천식품’ 김태윤입니다.

 제가 잠을 깨웠죠? 너무 죄송한데요.

 영어와 불어 중 어떤 언어로 설명할지 몰라서요.

 이걸 해결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

 

한밤중에 걸려온 전화에도 친절하게 방법을 알려주고, 출고 전날에는 라벨의 오타까지 찾아준 덕에 ‘경천식품’의 김은 무사히 토론토로 향할 수 있었다.

 

 

□ 날개가 튼튼해야 멀리 날 수 있다

 

캐나다 수출길을 연 ‘경천식품’은 현재 T&T Supermarket 25개 매장에 제품을 진열하고 있다. 반응이 좋아서 우리나라 제1의 김 수출국인 미국 진출도 곧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첫 수출부터 KOTRA라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빠르게, 상승의 나래를 편 ‘경천식품’. 수출의 날개를 더 크고 튼튼하게 만들어서, 더 멀리 날아가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출처: 지사화 우수 사례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