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사

삼성 남매 1라운드는 에버랜드에서 [2009.03.20 제752호]

곡산 2009. 4. 4. 13:53

삼성 남매 1라운드는 에버랜드에서 [2009.03.20 제752호]
용인 본사에 이부진 전무 임원실 마련… 그간 진행된 이재용 후계 구도 뒤흔드는 신호탄인가
이태희 정혁준 임주환 
   
지난 2월 초, 경기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삼성에버랜드 본사에는 임원실이 새로 만들어졌다. 방 주인은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였다. 삼성에버랜드 임직원들에게는 이부진 전무에게 보고할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이부진 전무는 서울 태평로의 사무실에서 삼성에버랜드 임직원들의 보고를 정기적으로 받기 시작했다. 더불어 삼성그룹 내부에서 ‘이부진 전무가 삼성에버랜드 경영에 참여한다’ ‘이재용 후계 체제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삼성그룹 장녀인 이부진(39) 호텔신라 전무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오빠 이재용(41) 삼성전자 전무와 이부진 전무의 경쟁 구도로 가는 것일까.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편집자

» 영동고속도로에서 ‘꿈의 동산’ 에버랜드로 들어가는 마성톨게이트 입구. 이부진 전무는 삼성 에버랜드를 거쳐 삼성그룹의 중심까지 거머쥐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사진 <한겨레21> 김정효 기자

삼성그룹은 1월19일 정기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자녀들도 포함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부사장 승진에서 누락됐다.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는 전무로 승진했다. 많은 이들이 삼성그룹 안에서 이부진 전무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대표적인 ‘이부진맨’도 함께 발령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임원 한 명의 인사가 그 파장을 키웠다. 같은 날 인사에서 호텔신라 경영전략실의 김상필 상무가 삼성에버랜드로 발령났다. 호텔신라 경영전략 총괄담당은 이부진 전무다. 김 상무가 삼성에버랜드에서 맡게 된 역할도 경영지원 담당. 경영지원은 재무와 인사·감사를 맡는다. 삼성의 핵심은 재무와 감사다. ‘관리의 삼성’이란 말은 여기에서 나왔다. 김상필 상무는 삼성그룹 감사팀 출신이다. 고참 부장급에서 호텔신라로 발령날 당시 이부진 전무가 직접 발탁했다고 한다. 대표적인 ‘이부진맨’인 셈이다.


 


삼성그룹 핵심 관계자는 “김상필 상무는 이부진 전무의 직계로 분류되는 인물”이라며 “김 상무가 삼성에버랜드의 경영지원으로 가게 되면서 이부진 전무가 삼성에버랜드 경영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삼성에버랜드 최주현 대표이사는 ‘이재용맨’의 대표로 꼽힌다. 최 대표이사는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장(감사팀장·부사장) 출신이다. 감사팀장은 구조본에서도 재무팀장과 함께 회장을 비롯한 사주 일가를 독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만큼 오너 그룹의 신뢰가 돈독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삼성에버랜드 내부에 ‘이재용맨’과 ‘이부진맨’이 동거하는 체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삼성에버랜드의 임원도 대폭 교체됐다. 삼성그룹은 1월 임원 인사에서 30여 명의 삼성에버랜드 임원 중 16명을 교체했다. 교체폭이 절반에 가까웠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다른 계열사의 임원 교체폭은 10~20% 정도였다. 새로운 임원들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제일기획 등 그룹의 핵심에서 왔다. 삼성에버랜드의 사업 내용을 대대적으로 바꿀 것이란 말이 함께 나왔다.

삼성에버랜드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일들도 이어지고 있다. 2월 중순 20여 명의 삼성그룹 계열사 부·과장들이 삼성에버랜드로 직장을 옮겼다. 역시 삼성전자, 삼성생명, 제일기획 등 각 계열사에서 선발된 정예들이었다. 이들은 전 직장에 사표를 내고 삼성에버랜드에 입사했다. ‘에버랜드맨’으로 바뀐 것이다. 이들이 속한 조직은 ‘신사업개발TF(태스크포스)’였다.

삼성에버랜드 사정에 밝은 삼성의 한 인사는 “이들에게는 삼성에버랜드의 신수종사업을 개발하는 역할이 주어졌다”며 “앞으로 2년 이내에 삼성에버랜드가 삼성그룹의 지주회사에 걸맞은 신사업을 개발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이 팀이 이부진 전무의 지시를 받게 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삼성그룹의 다른 임원은 “이부진 전무가 삼성에버랜드의 식음료 사업과 리조트 사업을 관장하게 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부진 전무가 호텔신라에 입사한 다음해인 2002년 호텔신라에서는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이 모두 교체하는 대수술이 벌어졌다. 삼성에버랜드에서도 만만찮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실제로 2002년 2월 이영일 당시 사장 등 호텔신라 등기이사 6명 전원과 사외이사 2명을 일제히 퇴진시켰다. 호텔신라의 당시 새 대표이사는 허태학 삼성에버랜드 대표이사가 겸직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경영진 교체를 이끈 주역은 이부진 전무라는 해석이 정설이었다고 한다.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취임 20돌을 맞은 2007년 1월2일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에서 열린 삼성그룹 시무식을 마치고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맨 왼쪽)와 이학수 부회장(왼쪽 두 번째) 등과 식장을 나서고 있다. 오른쪽 뒤로 이부진 당시 호텔신라 상무(맨 오른쪽)도 보인다. 사진/뉴시스 김선아 기자

왜 에버랜드인가

삼성그룹의 다른 관계자도 “삼성에버랜드의 식음료 부문의 질이 가격에 비해 낮다는 불만이 제기되면서 BJ(이부진 전무)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이 사업 쪽을 들여다본 것으로 안다”며 “호텔신라에서 고급 식음료 부문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그 덕분에 식음료 부문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에서는 서울 종로타워의 ‘탑클라우드’와 예술의전당 ‘피가로’, 그리고 명품 에르메스의 신사동 사옥 ‘카페 마당’과 리움미술관 카페 등을 대표적인 이부진 전무의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이부진 전무의 삼성에버랜드 진출은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먼저, 왜 삼성에버랜드인가? 자본금 125억원인 삼성에버랜드는 연매출 1조4567억원(2007년) 규모다. 삼성그룹 전체 차원에서 보면 ‘조그맣다’. 사람들도 용인에 있는 놀이동산 에버랜드와 워터파크 캐리비안베이를 운영하는 회사 정도로 알고 있다. 실질적인 내용은 그렇지 않다. 매출 200조원 규모(2008년)인 삼성그룹의 소유권이 달린 회사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그룹의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에 있다. 삼성에버랜드의 최대 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다. 25.1%를 가지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 → 삼성전자 → 삼성카드를 거쳐 다시 삼성에버랜드로 돌아오는 지분출자 구조를 갖추고 있다. 실질적인 삼성그룹의 지주회사인 셈이다. 이부진 전무가 삼성에버랜드의 새로운 사업을 맡게 되는 것은 이런 구조에서 의미를 가진다.

두 번째, 왜 식음료 부문인가? 삼성에버랜드의 매출 구조에서 식음료(FC·Food Culture)사업부와 에너지·자산관리(E&A)사업부가 핵심이다. 삼성에버랜드의 ‘상징’인 리조트 분야는 식음료사업부에서 관장하고 있다. 리조트는 ‘땅’이다. 삼성에버랜드는 부동산 관리회사인 ‘동화부동산’에서 시작한 회사다. 삼성에버랜드는 현재 용인에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규모를 넘는 ‘제2 에버랜드’ 건설을 검토할 정도로 많은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의 노른자위는 ‘리조트=땅’을 관할하는 식음료 부문인 셈이다.

삼성그룹에서는 공식적으로 ‘사실이 와전됐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의 한 임원은 “이부진 신라호텔 전무가 삼성그룹의 대표적 서비스 부문 회사인 신라호텔과 삼성에버랜드의 상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삼성에버랜드의 식음료사업 부문에 참여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단, 삼성에버랜드의 최주현 사장이 주도하는 사업에 이부진 전무가 호텔신라의 업무 파트너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임원은 “삼성그룹은 대부분의 계열사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고 호텔신라 역시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지만, 삼성에버랜드는 리조트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주현 사장이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사업, 신수종사업 강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새로운 사업을 찾고 개발하는 주체는 최 사장이라는 것이다.

이 임원은 “특히 삼성에버랜드의 경우 리조트 내에서 판매하는 식음료의 질이 가격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아서 호텔신라와 함께 이 부문을 개선할 방안을 찾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이부진 전무가 삼성에버랜드와 업무 협의를 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그는 “이런 내용들이 외부로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부진 전무의 삼성에버랜드 경영 참여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 경기 용인시 포곡읍의 삼성에버랜드 본사 전경. 지난 2월에 이부진 전무의 사무실이 마련됐다. 이부진 전무는 아직 공식적으로 삼성에버랜드에 들른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무보고는 모두 서울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사진 <한겨레21> 김정효 기자

‘황제학’ 최적의 선택을 위한 경쟁

하지만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이부진 전무의 행보가 심상찮다는 것을 말해주는 증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그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부진 전무가 지난 연말 사석에서 ‘오빠(이재용 전무)와 경영 능력에서 한번 경쟁해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며 “이부진 전무가 경영 일선에 나서려는 의지가 매우 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삼성그룹의 다른 관계자도 “이재용 전무의 이혼 소송을 전후해 ‘이건희 전 회장이 이재용 전무의 일 처리 방식에 대해 불만족스러워한다’는 말이 돌았다”고 전했다. 삼성그룹의 다른 임원은 “삼성그룹의 후계자에게 전달되는 ‘황제학’의 핵심은 최적의 선택을 위한 경쟁”이라며 “이건희 전 회장도 자신이 배운 황제학에 따라 마지막까지 최선의 선택을 위한 고민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재용 전무와 이부진 전무 사이에 진검승부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전무 후계 체제를 마련하기 위해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변칙증여했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비용을 들였다. 삼성특검과 이건희 전 회장의 경영일선 퇴진 등이 그 대가였다. 지금 와서 이재용 후계 구도를 뒤흔들 이유에 대해 삼성그룹 내부에서 의문을 던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삼성의 소유구조 개편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먼저 삼성그룹은 지난해 4월22일 대국민 성명에 따라 2012~2013년에 다시 한번 그룹의 지배구조를 새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당시 삼성그룹은 “그룹을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지만,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는 약 20조원이 필요하고 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위협받는 문제가 있다”며 “순환출자 문제는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4~5년 내에 매각하는 등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 규모(25.6%)는 이재용 전무 지분(25.1%)을 넘어선다. 현재의 구조에서는 이 지분의 최종소유권자가 진정한 후계자가 된다.

이건희 전 회장 소유 재산의 분배 규모도 정해지지 않았다. 이은정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실장(회계사)은 <기업지배구조연구> 2007년 여름호에서 “삼성그룹은 순환출자 해소와 금융·비금융 계열사의 분리, 그리고 3세들 간의 분할구도를 전제로 소유구조 개편을 해야 한다”며 “여기에 삼성특검 결과 밝혀진 이건희 전 회장의 차명주식과 차명계좌 역시 삼성그룹 소유구조 개편의 주요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건희 전 회장의 차명보유 재산은 2007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4조5373억원에 달한다.

경영권 아닌 재산 분할 요구할 수도

이부진 전무는 새로운 판을 만들 만한 ‘카리스마’을 가졌다는 해석도 있다. 이재용 전무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재계 인사도 “이건희 전 회장은 ‘포스’가 매우 강했는데, 재용(이재용 전무)이의 경우는 그 정도는 안 되는 것 같다”며 “그런데 부진(이부진 전무)이는 아버지 이건희 회장만큼 포스가 강하다는 것이 중평이다”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부진이가 강하게 자신의 몫을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삼성그룹 사람들도 이재용 전무는 한마디로 ‘합리적인 신사’라고 표현한다. 이부진 전무는 ‘리틀 이건희’라고 표현하는 이들이 많다. 아버지의 외곬적인 고집과 추진력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것이다.

이부진 전무가 경영권이 아닌 재산 분할을 요구할 수도 있어 보인다. 이재용 전무가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설 때, 삼성그룹은 어차피 장녀 이부진 전무와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 몫의 재산 분할을 해야 한다. 여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부진 전무가 재산 분할을 이전부터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며 “대법원 판결(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건)이 나온 뒤에 그룹의 지배구조를 새롭게 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송원근 진주산업대 교수(산업경제학)는 “에버랜드의 가족 분할은 삼성그룹 3세들의 연령을 고려할 때 아직 완결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무역학)도 “이부진 전무가 에버랜드 식음료 사업에서 성과를 거두는 상황이 오면 에버랜드 식음료사업 부문을 분할해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그룹은 이병철 전 회장에서 이건희 전 회장으로 넘어오는 단계에서 한솔(이인희), 제일제당(이맹희·현 CJ), 새한(이창희) 그리고 신세계(이명희)로 나뉘는 분할을 겪은 바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어떤 회사

이재용 25%, 이부진 8% 소유한 지주회사

삼성에버랜드는 ‘동화부동산’을 모태로 하는 회사다. 삼성그룹은 1963년 12월23일 부동산관리 전문업체인 동화부동산을 인수했다. 전국에 산재한 삼성그룹 사옥을 관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동화부동산은 신축한 삼성 건물들의 설계와 감리를 주로 맡았다. 삼성은 이와 별도로 1966년 중앙개발을 설립했다. 전주제지 공장 설립과 안양골프장(현 안양베네스트 골프클럽) 공사를 위해 만들어진 회사였다. 삼성은 업무 성격이 비슷한 두 회사를 1967년 합병한다. 중앙개발은 이후 삼성그룹의 부동산 관리와 개발, 그리고 관광 부문을 담당했다. 1976년 용인 자연농원(현 에버랜드)를 만들었다. 중앙개발 시절, 에버랜드와 안양베네스트 관리가 업무의 대부분이었다. 1997년 중앙개발은 에버랜드로 이름을 바꾼다.

이 회사가 삼성의 지주회사가 된 토대는 1996년 마련됐다.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이른바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이다. 지난 2005년 10월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가 내린 판결문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당시 상황은 이렇다.

삼성이 에버랜드를 선택한 이유는 내재가치와 성장 가능성은 높은데, 자본금 규모는 35억3600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목적은 이건희 전 회장의 2세인 이재용·이부진·이서현·이윤형(사망)씨가 세금 부담 없이 에버랜드의 지배권을 취득하는 것.

먼저 에버랜드 이사회는 1996년 10월30일, 주주우선 배정 방식으로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비슷한 시점, 에버랜드 이사회는 제일제당을 제외한 기존 주주들이 모두 CB의 권한을 실권했다고 선언했다. 에버랜드 이사회는 같은 해 12월3일 주당 최저 가격이 8만5천원인 이 회사 CB를 주당 7700원에 이재용씨 남매에게 제3자 배정하기로 결의했다. 실권 CB 96억6181만원어치 중 48억3091만원어치 상당을 이재용씨에게, 16억1030만원 상당을 이부진·이서현·이윤형씨에게 각각 배정했다. 이들은 이를 전량 주식으로 전환해 에버랜드 주식의 64%인 125만4777주(이재용 62만7390주, 이부진·이서현·이윤형 각각 20만9129주)를 가지게 됐다. 이재용씨는 25.1%, 이부진씨는 8.3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방식의 편법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는 시민사회 단체를 중심으로 적법성 문제가 제기됐다. 결국 2000년 6월29일 법학 교수 43명이 이건희 전 회장 등 33명을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의 배임)로 고발했다. 이 문제는 10년을 훌쩍 넘긴 2009년 3월까지 판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1·2심을 거쳐 사건을 넘겨받은 대법원이 5달 넘도록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정혁준 기자 june@hani.co.kr·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