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사

[제650호] ‘홈에버 삼킨’ 홈플러스 세 갈래 고민

곡산 2008. 10. 22. 08:31

[제650호] ‘홈에버 삼킨’ 홈플러스 세 갈래 고민
| 2008·06·24 09:40 |
홈플러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날름 집어 삼킨 홈에버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우려했던 인수 후폭풍이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 홈플러스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의기양양했다. 홈에버를 발판 삼아 대형마트 업계를 휩쓸겠다고 큰소리쳤다. 이도 잠시. 요즘 홈플러스 내부 분위기는 축 늘어져 있다. 어떤 속사정이 있을까.

룰루랄라~땡처리 덥석 ‘탈날라’

지난달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이랜드그룹 계열 홈에버를 인수했다. 인수금액은 이랜드 지분 1백%(1조원)와 부채(1조3천억원)를 포함해 2조3천억원이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의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현재 이마트의 점포수는 1백12개. 기존 67개의 매장을 갖고 있던 홈플러스는 홈에버 인수로 모두 1백2개의 매장을 갖게 됐다. 5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3위 롯데마트와는 확연한 격차다.
매출 면에선 지난해 홈플러스가 올린 매출은 6조2천억원으로, 홈에버 매출액(2조3천억원)을 합치면 8조5천억원 정도다. 이마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10조5천억원 수준이다. 홈플러스 측은 “대형마트 선두주자 이마트와의 경쟁이 이제는 해볼 만하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도 잠시. 그동안 우려됐던 홈에버 인수 후폭풍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홈플러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가장 먼저 노조 문제가 걸림돌이다. 홈플러스는 비정규직을 포함한 홈에버 직원 5천5백명 모두 고용 승계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노조는 기존 강경 입장을 접지 않고 있다. 노조는 이랜드와 홈플러스가 홈에버 매각을 발표한 직후부터 고용승계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1년째 해직 항의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노조 측은 “지난달 말 면담 요청 공문을 발송했는데 홈플러스가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등 이런저런 핑계로 거부하고 있다”며 “홈플러스 매장에서 투쟁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공교롭게도 홈플러스가 핑계거리로 내세운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도 골칫거리다. 현재 이 작업은 홈플러스와 홈에버 매장의 상권 중첩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심사는 이랜드의 까르푸 인수와 이마트의 월마트 인수시 소용된 기간을 적용하면 2∼3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금 사정이 그렇다. 홈플러스는 홈에버 인수대금 2조3천억원 가운데 1조3천억원을 부채로 떠안고 1조원은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영국 테스코 본사로부터 유상증자 방식으로 5천억원을 조달할 방침.
문제는 외부에서 차입하기로 한 나머지 5천억원이다. 5천억원을 차입할 경우 연간 이자(6% 내외 금리 적용)만 3백억원 정도다. 부채비율도 4백%대에서 5백%대까지 높아진다. 홈플러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2백80억원)을 감안하면 올해 적자전환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홈에버는 지난해 이자비용으로만 1천억원 이상을 지출, 1천9백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이는 이랜드가 홈에버 인수 2년 만에 재매각을 결정한 이유다.
뿐만 아니다. 홈에버의 어설픈 관리와 구멍난 운영체제도 여간 신경 쓰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홈에버는 올초 불법 주류유통으로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국세청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지난달  속칭 ‘카드깡’을 통한 불법매출 혐의로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대형 사건까지 터졌다.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속여 판매하다 적발된 것. 최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는 “홈에버 인천시 구월점에 입점한 한 식품매장에서 미국산 살치살을 호주산 양념 불고기로 속여 판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분노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란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홈플러스는 자칫 불똥이 튀지 않을까 조심스런 눈치다.
그렇다면 각 사안에 대한 홈플러스의 입장은 어떨까. 우선 노조와 관련 무노조 조직인 홈플러스 측은 다소 유보적인 태도다. 이승한 홈플러스 사장은 노조와의 대화에 대해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부터 끝내고 생각해보겠다”며 “현재로선 노조와의 면담이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에 대해선 “일부 매장 매각 등의 조건부 승인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대처 방안을 세우고 있다”며 “다만 홈에버 인수 당시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7곳을 초과하는 숫자의 점포 매각 명령이 나올 경우 이랜드가 해당 점포 매각손실의 절반을 부담키로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또 “항간에서 우려하는 부채 등 재무적 부담은 지난해 홈플러스가 올린 매출액이 6조원이 넘는 상황이라 문제가 없다”며 “미국산 쇠고기 판매 등은 아직 경영권이 넘어오지 않아 뭐라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대형마트 시장에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홈플러스. 첩첩산중을 눈앞에 두고 있는 홈플러스가 앞으로 이 산들을 하나하나 어떻게 뛰어 넘을지 주목된다.


‘홈플러스+홈에버’심사 결과는?
이래도 산, 저래도 산
홈플러스의 홈에버 인수에 따른 기업결합 심사 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19일 공정위는 홈플러스의 홈에버 인수에 대한 기업결합 심사에 착수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홈에버를 인수할 경우 발생하는 시장의 경쟁제한성 문제 등을 면밀히 검토해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심사 결과 이마트와 홈플러스·롯데마트 등 상위 3개사의 시장 점유율이 전체의 75%를 넘는 등 시장지배적 지위가 인정되면 일부 점포 매각 명령 등 조건부승인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현재 홈플러스가 인수하는 홈에버 36개 점포 중 10여개가 기존 홈플러스 매장과 중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한 점포를 기준으로 반경 5㎞ 안에 상위 1개사 점유율이 50% 이상, 상위 3개사 합해 75% 이상인 경우 인수합병을 시도한 업체는 해당 점포를 철수하거나 상위 3개사를 제외한 타 업체에 매각해야 한다. 2006년 9월 신세계 이마트가 월마트를 인수할 당시 공정위는 4개지역의 4∼5개 점포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승인한 바 있다.
현재 국내 대형마트 시장 점유율은 이마트 38%, 홈플러스 19%, 롯데마트 14%, 홈에버 11% 등으로 홈플러스와 홈에버가 합쳐지면 상위 3개사의 시장점유율이 80%를 넘는다.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