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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호] 손욱 농심 회장 ‘검찰 유혹’ 폭로 진상

곡산 2008. 10. 22. 08:28

[제654호] 손욱 농심 회장 ‘검찰 유혹’ 폭로 진상
| 2008·07·22 08:56 |
농심이 곤경에 처했다. 잘 해보자고 마련한 자리에서 무심코 꺼낸 말 한 마디가 화근이다. 그것도 손가락질 상대는 검찰. 당연히 구설수에 오른 검찰은 농심 쪽을 흘겨보고 있다. ‘뒤탈’이 두려운 농심은 하루도 못가 언제 그랬냐는 듯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지만, 파문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퍼질 대로 퍼진 상태다. 농심과 검찰 사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지난 15일 농심은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신 농심 경영’전략을 발표했다. 농심은 ‘비전 2015’달성을 위한 4가지 전략으로 △핵심 역량 강화 △신성장동력 개발 △글로벌 사업 확대 △고객 가치 창출 등을 내세웠다.

손욱 농심 회장은 “창업 50주년을 맞는 2015년 매출 4조원을 돌파해 전 세계 고객을 만족시키는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신 농심 경영을 통해 발전하고 개선된 모습을 즉 실천을 통해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참에 고소하시죠”
이 자리는 농심이 1965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기자들과 가진 공식적인 행사였다. 그만큼 의미도 남달랐다.

그러나 뒤이어 이를 무색케 하는 폭탄 선언이 나왔다. ‘광고중단 운동’을 벌인 네티즌을 검찰에 고소할 의사가 있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손 회장은 거침없이 솔직 발언을 쏟아냈다.

“검찰로부터 ‘농심이 불매운동의 피해를 가장 많이 보지 않았냐. 부당한 정보가 많이 흘러 다니는데 왜 고소하지 않냐’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회사 임원들한테도 (검찰에서) 전화가 온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소수의 의견도 경청하자는 차원에서 거절했죠. 쓴소리를 듣고 내부적으로 반성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 응하지 않았습니다.”
곧바로 간담회에 동석한 조선형 운영총괄 부사장도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검찰 수사관이 최근 전화를 걸어와 ‘네티즌 불매운동에 따른 매출 손실 등 피해현황을 알려 달라’며 수사협조를 요청했었습니다. 이를 거절하자 수사관이 직접 찾아왔지요. 수사관들이 고소 의사를 물었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하자 그러면 참고인 진술을 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손 회장과 조 부사장의 발언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현재 특정 언론을 상대로 한 ‘광고중단 운동’과 관련 피해 업체가 잇따라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있는 상태. “신문사에 광고를 하지 말라는 전화를 걸어 영업에 차질을 준 네티즌들을 처벌해 달라”는 요청이다. 지금까지 네티즌을 고소한 업체는 5∼6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피해 업체의 고소·고발 없이 인지 수사하는 것은 ‘수사권 남용’이란 지적을 받아온 검찰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인터넷 신뢰저해사범 전담 수사팀’을 꾸려 광고중단 운동에 대한 실태파악에 나선 검찰은 반복적으로 인터넷에 협박성 글을 게시하거나 광고주 업체에 전화를 건 네티즌 20여명을 출국금지 조치한 데 이어 압수수색과 소환조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지난 5월 한 언론에 광고를 실은 농심이 네티즌들의 가장 많은 공격을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농심은 상담원이 네티즌의 항의에 특정 언론 옹호발언을 했다가 구설수에 올라 손 회장이 직접 “특정 언론에 광고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농심의 폭탄 선언으로 검찰은 또다시 권한 남용과 과잉 수사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근 경실련은 성명서를 통해 “농심을 상대로 한 검찰의 고소 권유는 중립 수사의 주체가 되어야 할 검찰이 자기 기능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업체를 상대로 한 고소 권유는 고소 의사가 없던 당사자들을 강제로 고소인을 만들려 한 것으로 검찰이 의도성을 갖고 정치적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라고 꼬집었다.

검찰은 발끈하고 나섰다. 농심 측에 네티즌 고소를 권유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농심이 주요 피해자로 파악돼 정확한 피해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수사협조를 요청했을 뿐”이라며 “참고인으로 조사할 필요성이 있어 출석을 요청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아 출장 조사를 벌였다”고 반박했다.

사태가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검찰총장까지 해명에 나섰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농심을 상대로 피해 실태를 조사한 적은 있지만 고소를 하라고 권유한 적은 없다”며 “마치 검찰이 기업을 상대로 고소를 유도를 한 것처럼 언론에 보도되는 데 대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절대 그런 일 없다”
이쯤 되자 농심 측은 뒤늦게 진화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물론 검찰의 고소 권유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검찰이 고소를 권유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검찰 수사관이 참고인 진술을 위해 방문한 것은 사실이지만, 고소를 권유하지는 않았다”고 둘러댔다.

검찰에 직격탄을 날린 손 회장과 조 부사장. 이들의 주장을 전면 반박하고 있는 검찰. 그리고 이를 어떻게든 덮으려는 농심. 누구 말이 진실이고, 어느 쪽 해명이 거짓일까. 이 와중에도 넷심은 여전히 들끓고 있다.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