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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열 교수는 '마사이 신발' 제조업체측에 "일반 신발과 '마사이 신발'을 신었을 때 보행시 하지 관절의 근육이나 인대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근력 테스트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사진은 '마사이 신발'을 신은 남성의 모습. | | 밑창이 둥근 '마사이 신발'을 신으면 건강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마사이족의 걸음걸이에서 착안했다는 '마사이 신발'이 자세 교정 및 허리 통증 감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마사이 신발'을 신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
이같은 인기를 반영하듯 짝퉁 신발이 등장하고 신발제조업체 간에 상표권 분쟁이 벌어지는 등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스포츠화, 샌들 등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신발제조사들은 '마사이 신발'의 둥근 밑창이 걸을 때 자연스런 굴림작용을 해 무릎과 허리의 부담을 덜어주고,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오랫동안 서있거나 걸어도 피로가 잘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마사이 신발'을 신고 바르게 걸으면 지금까지 잘 사용하지 않던 근육들을 자극, 많은 양의 칼로리를 더 태우게 해 균형잡힌 체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
하지만 이홍열 경희대 체육대학원 겸임 교수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한다.
전 국가대표 마라토너 출신으로 국내 '걷기 박사 1호'(체육학)인 이 교수는 "마사이 신발을 오래 신으면 무릎과 허리에 무리를 줄 수 있으며, 다리 근육의 퇴화 및 노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앞뒤가 약 10도 이상 들려있는 신발을 신을 경우 몸이 앞뒤로 쏠리게 되는데 이 때 넘어지지 않으려고 몸의 중심이 발 앞꿈치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것. 이 과정에서 무릎 관절이 앞쪽으로 쏠리게 돼 많은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또 뒤꿈치가 들리기 때문에 엉덩이 근육과 척추 근육에 힘이 들어가 허리가 경직되기 쉽다는 것이다.
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신발 앞뒤가 들려있고 발바닥 가운데 부분이 불룩하게 솟아있는 운동화는 불안정성 때문에 몸무게가 앞으로 쏠리기 쉽다"며 "마치 하이힐을 신고 서 있는 것처럼 발 앞쪽에 몸무게를 두게되면 무릎은 원래보다 더 튀어나오고 허리는 더 뒤로 젖혀져 척추의 자연스러운 S라인 굴곡이 흐트러지고 부담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근력과 유연성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균형을 잡기 어려워 계단이나 내리막길에서 넘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이홍열 교수는 또 '마사이 신발'을 신고 걸을 때 하지관절 아래쪽으로 움직임이 적기 때문에 근력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60%의 에너지 소비로 걸을 때 신발 앞뒤가 20도 이상 들린 경우 발목과 발 관절의 움직임이 최소화되면서 자신의 몸무게가 심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맥박수가 빨라지고 칼로리 소비가 많아지게 된다는 것.
특히 운동 수행 능력이 부족한 초보자일수록 일반 신발을 신은 것보다 맥박수가 높아지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걷는 시간이 짧아지고 심장에 부담을 줄 뿐만아니라 운동효과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건강 워킹을 위해서라면 같은 에너지 소비로 걸을 때 안전 맥박수로 걷는 시간이 길어져야 운동 효과가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사람은 맨발로 걸을 때 ▶착지시 뒤꿈치 부분 종골이 바닥에 먼저 닿고 ▶발목을 아래로 움직여 발바닥 전체가 노면에 툭 떨어지며 ▶뒤꿈치를 들어 발바닥의 중족 족지관절을 휘게 하여 킥을 하는 3단계 과정을 거친다는 것.
하지만 앞뒤가 많이 들려있는 '마사이 신발'은 중간 단계가 생략되기 때문에 발목과 발 기능의 근력을 떨어트린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또 킥을 할 때 발바닥의 중족 족지관절이 적절하게 휘어져야 인대, 근막, 건막 등이 스트레치 되면서 근력이 향상되고, 종아리 근육인 비복근이 피를 심장 쪽으로 밀어올린다는 것. 하지만 '마사이 신발'은 앞뒤가 들려있기 때문에 중족 족지관절의 휘어지는 가동 범위가 작아 이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허리가 나쁘거나 발 관절 수술 뒤 재활치료를 하는 사람에게는 '마사이 신발'이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근력 강화를 위한 워킹용으로는 적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강병원 기자 scblog.chosun.com/sakazulu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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