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GMO

‘프랑켄 식품’ 혐오인가, 기아극복의 열쇠인가

곡산 2008. 8. 8. 20:40

‘프랑켄 식품’ 혐오인가, 기아극복의 열쇠인가

[교수신문 공동] GMO, 시작에서 현재까지 현황과 쟁점

 2008년 07월 07일(월)

사이언스타임즈는 사회와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 키워드를 정해 다양한 전문가 관점의 학자적 식견이 상호 소통하는 장인 ‘학문간 대화로 읽는 키워드’를 마련했다. 이 기획은 학술 전문 주간지 <교수신문>(www.kyosu.net)과의 공동기획으로, 21세기 현재 지식의 전선을 바꿔나가는 이슈 키워드에 다양한 학문간 대화로 접근함으로써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미학적 이해와 소통의 지평을 넓히는 데 목적이 있다. 그 세 번째로 최근 식량주권 문제 · 광우병 논란과 함께 화두로 떠오른 유전자변형식품(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註]

▲ 유전자 변형 토마토 
학문간 대화로 읽는 키워드 1988년 미국 칼진(Calgene)社 연구실, 연구원들은 잘 익은 토마토 하나를 들고 샴페인을 터뜨렸다. 겉보기에 여느 토마토와 다를 바 없는 이 토마토가 ‘플레이버 세이버(Flavr Savr)’, 최초의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작물이다.

플레이버 세이버는 붉은 색일 때 수확, 시장까지 장시간에 걸쳐 옮겨와도 과육이 물러지지 않고 향기까지 오래 유지됐다. 특정 유전자 발현을 선별적으로 억제시키는 앤티센스(anti-Sense) 기술을 적용, 과일의 노화를 늦춘 것이다. 1994년 미국식품의약청은 이 단단한 토마토를 GMO 작물로는 처음으로 정식 승인했다. 이 토마토는 그러나, 프랑켄 식품(Franken Foods, 프랑켄슈타인 같은 위험성을 가진 식품)라는 별명도 함께 가지게 됐다.

유전육종학자 김순권 경북대 교수는 현 GMO 연구방식이 각국의 토양과 환경에 맞지 않는 편리한 사고라고 비판하면서 농업후진국을 살리려면 농업식민화 방법이 아니라 친환경농정으로 농업자생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반해 식물생산과학자 이석하 서울대 교수는 GMO 유해성이 과장됐다는 연구결과와 반대 입장에 있던 EU등도 GMO 개발에 나선다고 지적, GMO는 전기 · 자동차처럼 향후 인류와 함께하게 되며, 첨단생명기술력이 제기되는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GMO 선행 연구는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탄스(D. Nathans)는 DNA 특정부위의 염기를 자유자재로 자를 수 있는 제한효소를, 1973년 보이어(H. W. Boyer)와 코헨(S. Cohen)은 이종 간 DNA 단편을 결합시키는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개발했다. 유전자를 마음대로 재조립할 수 있게 되자 식물학 · 육종학에서 GMO 연구가 봇물을 이뤘다. 플레이버 세이버 이후 미국 몬산토(Monsanto)社는 1996년 자사의 제초제 ‘라운드업’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RRS(Roundup Ready Soybean)’를 개발, 잡초와 작물을 구분할 필요 없이 제초제를 뿌려도 되는 콩을 개발했다. 이어 노바티스(Norvartis)社는 병충해에 내성이 있는 옥수수(Bt maize)를 개발했다.

▲ 각국 GMO작물 재배면적 및 재배작물 : GMO작물을 재배 중인 세계 23개국의 재배면적과 생산작물 목록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상위 13개 국은 50만 헥타아르 이상의 재배지에서 GMO작물을 생산 중에 있다.  ⓒwww.isaaa.org

생명공학에 대한 테크노포이아 확산돼 있어

GMO는 그러나, 사회적으로 수용하기에는 태생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 생명공학에 대한 테크노포비아가 사회에 널리 확산돼 있기 때문이다. 또 종자 특허문제와 기아 난민의 문제가 세계무역 불균형 · 국제 경제문제와 연계돼 있다. 유전인자를 조작하는데 따른 생물 종 · 생명윤리 문제, 재배이후 남게 될 환경보존문제와 생태순환계 불균형 문제도 난점이다. 식품소비자 쪽에서는 농산물 원산지만큼이나 GMO 유무도 표시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생산된 식재료가 GMO인지 아닌지를 가릴 수 있는 검출방안 등도 연구되고 있다.

GMO 안정성 논란은 유전자조작에서 사용되는 ‘선택표지유전자(Selection marker gene)'로 불거졌다. 일반적인 선택표지유전자는 항생물질인 카나마이신(Kanamycin)에 내성을 가지고 있으며, 연구자들은 이 내성 반응 유무로 유전자변형의 성공을 식별한다. 카나마이신 내성을 사람이 식품을 통해 가지게 되면, 다른 치료용 항생물질을 약으로 먹어도 치료효과가 줄어드는 것이 문제다. 또 외래 유전자가 식물 게놈에 삽입되면 본래 유전자가 이에 반하는 독성물질을 생성할 수 있다는 개연성이 GMO 안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GMO 옹호론 VS GMO 반대론

▲ 세계 유전자변형작물 재배국가 및 재배면적 : GMO작물 재배면적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지난 2006년과 2007년 사이 전세계 GMO재배지는 12% 증가, 총 1천230만 헥타아르에서 GMO작물이 재배되고 있다. 붉은색 그래프는 개발도상국, 푸른색 그래프는 선진국, 녹색 그래프는 전 세계 GMO 재배면적을 나타내고 있다. 지도에 녹색 표시는 GMO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23개 국가를 나타낸다.  ⓒwww.isaaa.org
환경보호의 측면에서는 RRS 사례가 주로 제시된다. 제초제 라운드업은 RRS만 살리고 거의 모든 생작물을 고사시켜 버려 RRS를 거둬들인 토양 생태계가 크게 오염되는 결과를 빚었다. 환경보호론자들은 RRS 재배 후 주변 잡초들이 더 큰 내성을 가지게 되고, 제초제는 더 강력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최근 국제유가가 폭등하자 GMO 작물의 수입논리가 탄력을 받고 있다. 유가급등은 대체에너지 확보로, 대체에너지 중 바이오에탄올이나 바이오디젤은 곡물확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non-GMO 곡물가격이 크게 올랐다. 2006년 톤당 150달러 수준이던 non-GMO 옥수수는 지난해 300달러, 올해 430달러까지 폭등했다.

GMO 식품이 아니면 식품부족 문제를 메우기 힘들어 지면서 GMO 수입논리는 공고해지고 있다. GMO 옹호파들은 “GMO를 통해 세계 기아를 극복하자”는 주장을 한다. GMO 작물은 병충해와 제초제에 강하기 때문에 넓은 면적에서 대규모 작물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반대하는 논리는 “GMO는 기아국의 농업지배에만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GMO 종자에 걸린 특허 등의 지적재산권만으로도 후진국의 농경제가 패권국에 손쉽게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주 교수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