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시장동향

[마켓대전] 편의점 빅 3의 전쟁

곡산 2008. 4. 5. 10:32

[마켓대전] 편의점 빅 3의 전쟁

일요신문 | 기사입력 2008.04.04 19:56

새벽 2시. 배가 출출하다. 간단하게 이 허기를 진정시켜줄 곳이 없을까. 십중팔구 눈은 한 곳으로 모아진다. 어두운 거리에서 홀로 빛을 발하고 있는 편의점. 현재 전국 편의점 점포 수는 1만 1000여 개에 이른다. 국내에 처음 들어온 것이 1989년인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편의점이 24시간 영업을 할 뿐만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해 '시간이 돈'인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딱 들어맞기 때문이다. 최근 편의점들은 저렴한 PB(자체개발상품)를 출시하거나 공과금 수납, 영화티켓 예매 등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 '3강' 훼미리마트 GS25 세븐일레븐이 펼치는 '편의점 전쟁 24시'를 따라가 봤다.

↑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증가하던 편의점들이 최근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하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보광의 훼미리마트는 자타가 공인하는 업계 1위다. 1981년 일본에서 설립된 후 국내엔 1990년에 들어왔다. 1호점은 송파구에 있는 가락시영점. 현재 전국에 3800여 개의 점포가 있다. 올해 700개를 더 낼 예정이어서 업계 최초로 점포 4000개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특히 읍면단위 진출을 보다 늘려 전국 곳곳에 '훼미리마트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경쟁업체들은 "훼미리마트 전성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말한다. 최근 편의점 시장은 단지 물건을 파는 것뿐 아니라 각종 서비스나 이벤트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한데 훼미리마트는 그 부분에서 취약하다는 게 경쟁업체들의 주장이다. 지금까지는 압도적으로 많은 점포 덕택에 앞서나갈 수 있었지만 최신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면 '규모의 경제'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훼미리마트 측은 "오히려 우리가 편의점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그 예로 마일리지 카드를 도입해 할인과 적립 혜택을 주고 24시간 콜센터를 설립해 야간 및 휴일에도 고객의 불편에 신속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들었다. 둘 다 업계 최초다. 최근 식품에 대한 안전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에 대해 훼미리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5월부터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은 아예 계산이 안 되는 'Time-PLU 시스템'을 도입해 신선도를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훼미리마트 PB상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웰빙'. '자연이 보내온' 스낵과 유제품은 모두 자연친화 원료만을 사용했다고 한다. 음식뿐만 아니라 생활 잡화 자체 브랜드인 '리굿'에서는 친환경소재를 사용한 일회용 접시 편지지 노트 등을 팔고 있다. 최근에는 업계 최초로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한 상품을 선보였다. 제주도와 손을 잡고 와인 감귤 한라봉 등 토산품 유통에 나선 것. 회사 관계자는 "일본 등 편의점 선진국에서처럼 지역 발전에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GS25는 '빅3' 중에서는 유일한 국내 브랜드다. "우리는 외국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다"라는 회사 관계자의 말에서 토종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1990년 경희점을 시작으로 지금은 전국에 2950개의 점포가 있다.

GS25는 원래 LG25였다. 지난 2005년 GS가 LG와 분리되면서 상호가 바뀐 것. 자칫 인지도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연착륙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GS25 관계자는 당시를 "위기였다"라고 얘기하면서도 "하지만 전국에 널리 퍼진 GS25가 GS라는 새로운 이름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데 일등공신이었다"고 자랑했다.

GS25 측은 PB상품과 서비스 부문에서는 "우리가 단연 최고"라고 말한다. 그것도 그럴 것이 GS25는 택배, 공공요금 수납, 교통카드 충전, 영화티켓 예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이러한 것들은 다른 편의점으로 확대돼 이제는 편의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GS25는 PB상품도 다른 곳과는 차별화했다. 일명 '프리미엄 PB'가 그것. GS25는 타 업체들이 PB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과는 달리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고급화한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 '베니건스'와 손잡고 만든 '베니건스 스파게티'가 대표적이다. 또한 개발과정부터 여대생들이 직접 참여한 음료수 '차 마시는 뜰'도 반응이 좋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다른 곳과 차별되는 서비스로 업계 1위를 탈환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롯데그룹 계열 코리아세븐이 지난 1989년 미국으로부터 들여온 세븐일레븐은 국내 최초의 편의점이다. 1호점인 올림픽점을 시작으로 현재 1810개의 점포가 영업 중이다. 처음 생길 당시엔 "24시간 연중무휴 물건을 파는 가게가 생겼다"라는 소문에 전국 곳곳에서 손님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훼미리마트 LG25(현 GS25) 등 잇따라 경쟁사들이 생기면서 1위 자리를 뺏기고 말았다.

지난해 세븐일레븐은 지하철 5~8호선 구역과 한강 주변 지역의 편의점 단독 입점권을 따냈다. 이로 인해 "재도약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게 회사 측의 말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세븐일레븐이 한 단계 더 올라가기 위해서는 일단 더 많은 점포를 세우는 게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편의점은 따로 광고를 하지 않고 점포 자체가 홍보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는 점포 개수가 부족하다는 것. 이에 대해 세븐일레븐은 "점포 수는 적지만 역사도 오래된 만큼 질적으로는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대응했다.

세븐일레븐도 PB상품 판매와 각종 서비스에 열심이다. 업계 최초로 막걸리를 자체 개발해 판매하는가 하면 커피 전문점인 '엔제리너스'와 손잡고 만든 '엔제리너스 카페와 모카'도 여성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 롯데그룹과 연계한 서비스를 해나갈 것이다"라며 "곧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청사진을 밝혔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