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제조업체 상생 방안 무언가? | ||||||||||
PB 확산에 위기의식…일본식 동맹관계 대안 부상 한국유통학회 정책심포지엄 | ||||||||||
대형할인마트를 주축으로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는 PB(유통업체 브랜드)상품들. 유통업체들은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PB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PB상품의 확대로 대형할인마트와 제조업체(납품업체) 간의 유통구조가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 또한 만만치 않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국유통학회(회장 한장희)는 지난 4일 서울팔레스호텔 궁전A홀에서 열린 ‘대형유통업체와 식품제조업체의 상생협력 방안’ 심포지엄에서 나타난 바로는 제조업체 대부분이 ‘PB 상품이 위기’라고 생각하면서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이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아직 PB 상품에 대한 호불호의 판단을 유보하고는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양 업계가 갈등을 상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공멸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강하게 형성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같은 고시를 시행하는 이유는 현재 대형유통업체가 그동안의 고속 성장세를 바탕으로 제조업체에 우월한 지위를 행사, 불공정한 요구를 하는 것을 보다 효율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이다. ◇ PB 확대시 제조업체 부담 가중 이와 관련해 심포지엄에서는 PB상품을 공급하는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간에 갈등요인으로 불거져 왔던 문제점들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는데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유통업체가 PB상품 비율을 계속 확대하면 현행 구조 하에서는 제조업체가 떠안고 가야 하는 부담이 지속적으로 누적된다는 것이었다. 제조업체가 유통업체와 PB상품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매출 증대가 나타나지만 실제 영업이익은 보전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NB 제품보다 저렴하고 골든 존 배치 강점 판촉비 등 전가 판매 늘수록 식품업체 부담 소비자 만족도 낮아 차별화 위한 협력 절실 원래는 유통업체가 PB상품에 대한 기획과 마케팅 등 전 과정을 담당하는 것이 맞지만 현실적으로 판촉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제조업체가 부담하는 구조로 돼 있어 제조업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만큼 영업이익이 감소한다는 설명이다. 2007년 초 공정거래위원회가 실시한 가맹·유통분야 서면 실태조사 결과 납품업자의 69.2%가 불공정 거래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기본적으로 PB제품은 NB제품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납품되고 있기 때문에 PB제품에 대한 판촉행사 등 비용 요구는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제조업체들은 부담을 느끼면서도 ‘대세의 흐름상 어쩔 수 없지 않는가’라는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한국유통학회가 올해 2월 14일부터 3월 2일까지 국내 식품제조업체 24곳에 대한 담당자 면담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3%가 ‘PB를 확대하는 것이 위기라고 생각하지만 따라가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브랜드 파워를 가진 업계 1위 업체의 경우는 PB상품 공급을 꺼리는 입장이 확연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브랜드 파워가 약하거나 시장에서 2~3위를 차지하는 제품의 제조업체는 판매확대를 위해 PB상품을 공급하고 있었다. ◇ 대형마트 PB점유율 50.2% 그렇다면 현재 대형유통업체에서의 PB상품 점유율은 얼마나 될까. 한국유통학회가 올해 2월 15일부터 29일까지 국내 주요 대형마트 3곳에서 판매중인 총 1052개의 가공식품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PB상품 비율이 50.2%, NB(제조업체 브랜드)상품의 비율이 49.8%로 PB상품의 점유율이 다소 높게 나타났다.
PB상품들의 가격은 NB상품과 비교해 평균 20% 정도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커피가 33%로 가장 가격차이가 심한 품목이었으며 라면은 약 2% 정도 였다. PB상품들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PB상품을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도 저렴한 가격 때문인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다. ◇ PB 구매이유 76%가 “저렴한 가격” 한국유통학회가 지난 2월 서울·경기지역에 사는 소비자 297명을 대상으로 면접과 인터넷 설문을 통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PB상품을 구매하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76%(복수응답)가 ‘가격이 저렴해서’를 꼽았고 41%(역시 복수응답)는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있어서’라고 답했다. 반면 ‘맛이나 품질이 좋아서’라고 답한 비율은 10%에 불과했고 ‘가격에 비해 품질이 좋아서’라는 응답도 23%에 머물러 소비자들이 PB상품의 질이 전반적으로 낮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B상품을 구매하는 이유를 점수로 환산한 결과에서도 3점을 기준으로 봤을 때 ‘품질이 좋아서’는 2.85점인 반면 ‘가격이 저렴하기에’는 3.80점으로 차이를 보였다. 즉, 소비자들은 PB상품이 질은 좀 떨어져도 싸기 때문에 구입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PB상품=싼게 비지떡인 제품’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대형유통업체들과 제조업체들과의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PB상품의 비율이 확대되고 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질 낮은 제품이라는 인식 확산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해 공멸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NB상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고소득층 소비자가 아닌 가격에 민감한 저소득층 소비자의 경우 PB상품에 대한 재구매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향후 만족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동시에 제기됐다. ◇ PB평가 긍정·부정 ‘반반’ 소비자들의 판단은 아직까지는 유보적이다. PB상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43.4%, 긍정적인 의견이 49.1%로 긍정과 부정이 비슷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PB상품이 본격적으로 대형마트에 등장한 시점이 얼마 되지 않았기에 소비자가 충분한 평가 기간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 평가가 엇갈릴 수밖에 없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유통업계와 제조업체간 갈등이 지속되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일례로 일본 언론들 사이에서는 ‘30년 전쟁’으로 회자되는 유명한 사건을 보면 일본의 대표적인 유통기업인 다이에가 마쓰시타 전기와의 30년에 걸친 갈등을 겪으며 저렴한 PB상품을 자체 생산해 수차례 시장에 내놨지만 결과적으로는 참패를 맛봐야 했고 결국 마쓰시타 전기에 먼저 화해의 손을 내민 바 있다. 반면 후발업체인 이온은 산요전기와의 공동 브랜드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다이에로부터 왕좌를 빼앗는데 성공했다. 전반적으로 심포지엄을 통해 나타난 바로는 PB상품의 확산을 위기로 받아들이는 입장이 좀 더 우세했다. 그러나 PB상품의 확산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 중소업체엔 판로확보 매력 특히 판로가 안정적이지 못한 중소기업에 있어 PB상품의 납품은 판로 확보 측면에서 매력적일 수 있다. 물론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의 ‘상생’이 전제된 이후의 얘기다. 제조업체와 협력업체가 서로 협력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적절한 마진을 취한다면 모두가 윈-윈하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또 PB상품 자체도 이제까지와 같이 단순히 기존 제품의 포장만을 변경한다거나 모방제품이어서는 안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이제는 PB상품도 고가 전략 및 보다 차별화된 다양성을 갖춰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의식을 전환하기 위해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간 상생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PB를 둘러싸고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간의 동맹관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최상철 일본유통과학대학 상학부 교수는 “대형소매기업의 우월적 지위 남용에 대한 공정위의 개입, 대형제조업체들의 오픈프라이스 제도 도입, 가격에 좌우되지 않는 브랜드 강화정책 등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유통학회는 이같은 일들이 한국에서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제언했다.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상생협력을 지원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지식경제부 농림수산식품부 유통업계 제조업계 학계 등이 모두 모인 정부기구가 설치되고 효과적인 정책지원이 이뤄진다면 갈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에 앞서 중장기적으로는 거래 당사자인 유통업체와 제조업체 스스로가 상당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
황세준 기자 : hsj1212@thinkfood.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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