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뉴스

'서민 두번 울리는' 면발의 어설픈 핑계

곡산 2008. 3. 6. 10:39

'서민 두번 울리는' 면발의 어설픈 핑계



"밀가루가 워낙 올라서" 라면·자장면·칼국수 '밀값 오른 이 틈에… 올라도 너무 올랐다' 라면 속 밀 48원 올랐는데 100원이나 인상 칼국수 원가 87원 올랐는데 1000원 확 올려
직장인 전모(36)씨는 출근 길에 서울 삼청동의 회사 근처 A분식집에 들러 1500원짜리 라면 한 그릇으로 아침을 때우곤 한다.

지난달 이 분식집은 라면 값을 2000원으로 올렸다. 봉지면 값은 100원 올랐는데, 분식집 라면 값은 그 5배가 오른 까닭이 전씨로선 아리송하다. 분식점 주인에게 물었더니 "원가가 100원 올랐다고 라면 값을 1600원 받는 것도 이상하지 않으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밀 값 상승을 이유로 음식점이며 외식·식품업체들은 밀이 원료로 들어가는 제품값을 줄줄이 올리고 있다. '신라면' 한 봉지 값이 100원 올랐고, 자장면이며 칼국수 값도 많은 음식점들이 500~1000원씩 인상했다.

그런데 이 같은 인상폭은 정당한 것일까. 핑곗거리가 있으면 원가 상승분 이상 올리는 것이 업체들 생리라는데, 과연 올려야 할 만큼만 올린 것일까. 결론은 '역시 아니다'였다.


지난해 국제 밀 가격은 80% 올랐고, 밀가루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식당에서 면을 뽑는 데 사용하는 밀가루 20㎏ 한 포대 가격은 64%(1만3500→2만2166원·충청남도 평균) 인상됐다. g당 0.675원에서 1.1083원으로 오른 셈이다. 이를 이유로 지난달 농심은 '신라면'의 소비자 가격을 650원에서 750원으로 15% 올렸다. 농심은 '밀가루·팜유·미강유 등 원자재 가격 폭등'을 이유로 들었다.

신라면에서 봉지와 스프를 뺀 면은 110g 정도다. 면 1개에 들어가는 밀가루 원가가 1년 전엔 74원이었지만, 지금은 122원으로 오른 셈이다. 밀가루 값만 따지면 48원 정도의 원가 인상 요인이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가격은 2배가 넘는 100원을 올렸다.


농심 관계자는 "밀가루만 따지면 그 정도 인상되는 것이 맞지만, 팜유·전분 가격 인상 등 밀가루뿐만이 아닌 다른 인상 요인도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팜유나 전분이 원가에서 어느 정도 차지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농심 관계자는 또 "소비자 가격은 100원 올랐지만, 공장 출고가격은 50원보다 조금 더 올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농심의 해명대로라면 100원 인상분 중 30~40원 정도는 원가 인상과 관계 없는 유통업체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인데, 소비자로서는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인천 북성동의 유명한 K중화요리집은 지난달 자장면 가격을 500원(3500→4000원) 올렸다. 자장면 한 그릇에 들어가는 밀가루는 약 170g. 밀가루 값 인상 요인은 74원 정도였지만, 자장면 값은 6.8배나 올랐다는 얘기다.

서울 명동 M칼국수는 지난해 12월 칼국수와 만두 가격을 1000원(6000→7000원)씩 인상했다. 칼국수 한 그릇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밀가루 200g의 가격은 1년 사이 87원 올랐는데 말이다. M칼국수 관계자는 "임대료·채소값 등 그동안 가격 인상 요인이 생길 때마다 값을 올릴 수 없어 3년 만에 한꺼번에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현 한국은행 물가통계팀장은 "물가 상승기에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이 으레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runt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