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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장인` 페레로家 세계 사로잡은 비결

곡산 2008. 2. 5. 15:10
`초콜릿 장인` 페레로家 세계 사로잡은 비결
Global Biz Trend

페레로 로쉐 주최로 열린 연인과 함께하는 발렌타인데이 초콜릿 포장교실. 【연합뉴스】
오는 14일은 밸런타인데이다. 밸런타인데이 하면 누구나 초콜릿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초콜릿은 2차 세계대전 이전만 해도 서민들은 감히 사 먹을 엄두를 내지 못했던 고가품이었다.

서민들도 초콜릿을 마음먹고 사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 이가 바로 이탈리아 페레로 가문이다. 남다른 아이디어로 초콜릿 대중화에 성공한 덕분에 페레로 가문은 초콜릿 제품만으로 매년 10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알짜 기업 집안으로 급성장했다.

페레로 가문의 대표 제품인 아몬드가 촘촘히 박혀 있는 `페레로 로쉐`(Ferrero Rocher)는 우유 맛이 강하고 부드럽게 부서지는 느낌이 특징이다. 금색 포장지로 고급스럽게 포장돼 있어 밸런타인데이나 각종 기념일 선물로 많이 팔린다.

동네 제과점 직원에서 출발해 거대 기업을 일군 페레로 가문의 성공 비결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오정후 세계경영연구원 상무
◆ 초콜릿 대중화에 앞장선 페레로

이탈리아의 한 제과점에서 일하고 있던 피에트로 페레로는 값 비싼 코코아로 만든 초콜릿은 대중화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가 눈을 돌린 것은 이탈리아 북부에서 풍부하게 생산되는 헤이즐넛이었다. 이를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와 섞어 가격을 6분의 1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헤이즐넛을 이용해 페레로가 1940년대에 첫 생산한 `뉴텔라(nutella)`라는 초콜릿 잼은 현재도 연간 생산량이 17만9000t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페레로는 1960년대 후반에는 `틱택(tic tac)`이라는 사탕을 내놓았다. 이는 제품 뚜껑 부분을 반복적으로 열고 닫을 수 있게 만든 새로운 제품 포장으로 크게 히트했다.

이어 내놓은 제품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페레로 로쉐다. 1983년에 출시한 이 제품은 연간 36억개 이상 생산할 정도로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작은 초콜릿 가게에서 시작한 페레로는 현재 직원 2만명이 일하는 연매출 10조원의 세계적인 제과업체로 성장했다.

◆ 장인정신과 가족경영이 핵심

초콜릿 "페레로 로쉐"
페레로의 장수 비결로 꼽히는 것은 오랜 세월을 지켜온 한결같은 맛이다.

페레로 제품들은 다른 회사 제품에 비해 수명이 길다. 초콜릿 잼 `뉴텔라`는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고 있으며 페레로 로쉐의 판매량도 25년이 지난 요즘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결같은 맛, 즉 초콜릿의 장인정신을 지켜갈 수 있었던 요인은 바로 가족경영이다.

페레로 소유권은 페레로 일가가 가지고 있어서 경영에 대해 간섭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기존에 성공한 브랜드에 지속적인 투자와 꾸준한 관심을 기울일 수 있고 이는 브랜드 가치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 `처음부터 오랫동안 사랑받을 제품이 아니면 내놓지 않는다`는 페레로만의 정신도 신제품 출시를 통해 일희일비하는 기업구조를 만들지 않는 데 한몫했다.

가족경영이다 보니 매출에도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들의 경영계획에는 목표 판매량의 개념이 없다. 다만 시장을 철저히 관찰하고 팔리는 만큼 공급을 늘리고 좁은 곳에서 시작해 시장을 점차 확대한다.

이러한 경영방식은 재고에 따른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보다 신선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페레로만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초콜릿잼 "뉴텔라"
◆ 차별화한 마케팅 전략을 고수하라

페레로의 성공에는 가족경영 이외에 차별화한 브랜드 구축이라는 또 다른 비결이 있다.

페레로의 제품들은 기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기보다 새롭게 창출한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는다. 또 독특한 판매 전략으로 소비자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에 유사 제품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진다.

페레로의 뉴텔라와 페레로 로쉐는 초콜릿 제품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또 두 제품 모두 초콜릿 시장에서만 경쟁하는 것은 아니라는 공통점도 있다.

뉴텔라의 경우 주로 식빵에 발라먹기 때문에 기존의 잼 시장과 경쟁한다. 하지만 잼 시장에서는 초콜릿을 원료로 하는 뉴텔라와 직접 경쟁할 만한 제품이 없다.

캔디 "틱택"
페레로 로쉐는 좀 더 특이하다. 페레로 로쉐가 많이 팔리는 날은 특별한 날의 선물 시장이다. 로쉐는 초컬릿 시장에서는 고가의 제품이지만 프리미엄 선물 시장에서는 가격이 낮은 편이다.

선물용 용기에 포장한 고급 초콜릿이면서 소비자에게 적절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경쟁력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밸런타인데이와 수능 기간에 로쉐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서양에서는 성탄절이나 부활절에 인기를 끌고 있다.

다양한 제품 출시로 소비자 인식을 높인 것도 페레로의 마케팅 전략 가운데 하나다.

P&G가 1968년에 출시한 감자칩 프링글스는 오리지널 맛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P&G는 프링글스 제품군을 확대했다. 포장 종류까지 다양하게 만들어서 진열대를 장악해 버리자 오리지널 맛의 명성 덕분에 후속 제품도 비교적 손쉽게 판매 실적을 높일 수 있었다.

페레로의 틱택도 프링글스와 비슷한 전략을 사용했다. 틱택은 오렌지 라임 귤 등 과일향 제품과 계피 페퍼민트 스피어민트 등 허브향 제품을 10개가 넘는 제품으로 다양화해 소비자들 인식을 높였다.

페레로 로쉐도 고급화한 제품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다크 초콜릿(페레로 론드누아), 화이트 초콜릿(페레로 라파엘로) 등으로 성분과 이름을 확대해 나갔다.

오정후 세계경영연구원 상무는 "페레로는 뛰어난 마케팅 전략과 브랜드 구축으로 성공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생을 과자 하나에 바친 페레로 사람들의 장인정신과 열정"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