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경영

산에도 거리에도 `노스페이스 신드롬`

곡산 2008. 1. 29. 08:55
산에도 거리에도 `노스페이스 신드롬`
등산복서 `국민 외출복`으로 … 매년 30% 판매늘어

지난 27일 오후 서울 3호선 지하철 안. 고등학생 쯤 되어 보이는 남학생 5명이 한쪽 자리를 차지하고 잡담을 나누고 있다. 그 중 4명은 유니폼을 입은 듯 거의 똑같은 검정색 다운 점퍼를 입고 있다. 왼쪽 가슴에는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 마크가 선명하다.

`노스페이스 신드롬`이 일고 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노스페이스 브랜드 옷을 걸친 사람이 부지기수다. 10대 청소년부터 60대 노인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등산복(아웃도어) 브랜드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이 일상복으로 애용하고 있는 것이다.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노스페이스 재킷은 만능 교복으로 통한다. 학교 갈 때 교복 위에 걸치고 학원 갈 때나 스키장에 갈 때도 입는다. 산악인들은 산에서 입고, 추운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일복으로 입는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 전점에 대부분 입점해 있는 노스페이스는 최근 수년 동안 매년 30% 이상 신장하며 아웃도어 부문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 노스페이스는 연 매출 3000억원대 대형 브랜드로 올라서면서 아웃도어 2위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와는 두 배 가까이 격차를 벌렸다. 국내 의류업계에서 단일 브랜드로 연간 3000억원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중저가 의류는 제외)는 닥스, 빈폴 정도다.

◆ 산악인 입소문 타고 대중화

= 노스페이스 성공 뒤에는 산악인 입소문이 있었다. 험준한 지형과 심술궂은 날씨를 대하는 산꾼들 사이에서 `노스페이스 제품 좋더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대중들 관심을 끌었던 것.

노스페이스는 97년 도입 때부터 등산복 브랜드는 산악인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제품을 개발했다. 1997년 브랜드 도입 초기부터 산악인 모임인 `클라이밍팀`을 후원하면서 북극탐험을 비롯해 지난 10년간 총 78회 원정대를 지원한 노하우를 제품에 반영하고 있다.

노스페이스 판매 업체인 골드윈코리아 김철주 전무는 "아웃도어는 산악인들 생명이 달린 기능성 의류이기 때문에 유행이나 패션보다는 활동성, 기능성, 안전성을 갖춘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노스페이스가 전문 산악인을 영입한 스타 마케팅을 실시한 것도 신선했다. 아웃도어 동호인들 사이에서 야구의 박찬호로 불리는 산악인 박영석 대장을 이용한 스타 마케팅이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라는 신뢰도를 주었던 것. 허영만 화백이 그린 박영석 대장 얼굴을 프린트한 옷들은 젊은층과 전문 산악인들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다.

◆ 등산복에 10대 고객 끌어들여

= 중ㆍ고등학생 사이에서 노스페이스 인기는 폭발적이다.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한벌쯤은 갖고 싶어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최철 현대백화점 스포츠 담당 바이어는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가 40~50대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삼고 있는 데 반해 노스페이스는 특정 연령에 구애받지 않았다는 게 강점"이라며 "특히 남자 중ㆍ고등학생 사이에선 노스페이스 재킷을 입는 게 하나의 유행처럼 번질 정도로 저변화되어 있다"고 전했다.

노스페이스가 청소년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은 평상복 개념의 옷을 내놨기 때문. 등산복은 산에서 입는 옷이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캐주얼의류를 접목시켰다. `프리재킷`이나 `700패딩`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눕시 다운재킷`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없어서 못파는 인기 제품이 됐다.

노스페이스는 타사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신상품을 시즌에 한번 내놓는 것과 달리 40~45일 단위로 신상품을 내놔 유행에 민감한 10대들 구미를 맞췄다. 자녀 옷을 사주기 위해 매장을 따라나선 부모 세대들이 덩달아 제품을 구입하면서 이중 고객 확보까지 가능했다.

노스페이스는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로, 영원무역(대표 성기학) 자회사인 골드윈코리아에서 도입해 판매하고 있다. 원래 영원무역은 노스페이스의 다운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해 왔다. 그러다가 92년 일본 골드윈과 6대4로 합작해 골드윈코리아를 세우고 골드윈 스키장비와 스키의류를 판매해 왔다. 이후 97년부터 노스페이스를 국내에 선보였다.

[김지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