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인터뷰

정계 출사표 던진 김호연 빙그레 회장

곡산 2008. 1. 29. 09:14
정계 출사표 던진 김호연 빙그레 회장
여의도엔 법조인 너무 많아 이젠 기업인이 정치 바꿔야

김호연 빙그레 회장이 정계 진출의 출사표를 던졌다. 매출 5400억원의 오너 경영자 자리를 박차고 한국 정치를 바꿔보겠다며 한나라당 천안을구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사위이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동생이기도 한 그의 외모는 조용한 선비타입이다. 무엇이 그를 정치판으로 나서게 했는지, 정치인 김호연의 포부는 무엇인지, 남겨진 빙그레는 어떻게 되는지 서대문 김구재단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물어봤다.

대담=전호림 유통경제부장

―정치에 왜 뛰어들려는지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다.

▶국회나 기업이나 사회 각 분야의 기본 조직 논리는 같다. 즉 효율성, 합리성, 적절한 리더십에 의한 추진력 등 룰이 같기 때문에 기업을 하든 정치를 하든 큰 걱정은 안 한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경우를 봐도 시대정신이 합리성을 갖춘 기업인을 원하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이 정계에 많이 진출해 정치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본다. 실제로 법조계 인사는 많지만 기업인은 드물다. 그 이유가 기업인은 합리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험한 정계로 들어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집안 가족이나 빙그레 직원들은 총선 출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안사람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아내는 장모님 영향을 많이 받아 정치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장모님은 파일럿과 정치가하고는 결혼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한다. 백부(고 김종철 의원)와 숙부(김종식 의원)가 천안에서 정치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정치에 친숙해 있었다. 기업하면서 정치가 좀 더 발전했으면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정치가 민간의 자율과 창의성의 발목을 잡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게 느낀 아쉬움을 그대로 가지고 정치 무대로 가서 이 나라 발전에 이바지하겠다. 매출 5400억원(2007년 추정)에 종업원 1600명인 빙그레는 정수용 사장이 잘 이끌어 갈 것으로 본다.

―외교안보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는데 정계에 입문하게 되면 그쪽 분야로 전문화할 생각인가.

▶정치ㆍ안보 관련 공부는 개인적 관심으로 꾸준히 해왔다. 정계 입문 후 해야 할 임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문화 분야다. 백범 선생의 `나의 소원`에 나오는 문화강국론에 영감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문화, 교육, 보훈 분야에 기여하고 싶다.

―총선 출마를 위한 변으로 새로운 정치로 국가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정치인 김호연의 포부를 말해달라.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표현은 건방진 얘기 같다. 정치인은 어느 정도 연륜과 경륜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지금이 정치하기에 가장 적당한 때라고 생각한다. 정치가 김호연이 아닌, 의회정치인 김호연으로 불리면 좋겠다.

빙그레가 처음 한화그룹에서 분리될 때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지만 최근 경영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성장동력이 고갈됐다는 평가가 있는데.

▶지난 3~4년간 기업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쳐 나름대로 자산축적이 돼 있다. M&A 여력이 충분한데도 여러 번 M&A에 실패했다. 원인은 국내 M&A 시장 거품 때문이다. 실제 기업가치보다 가격이 심하게 부풀려 있어 M&A가 쉽지 않다. 코카콜라보틀링 인수전 때는 M&A를 권고한 외국 컨설팅사가 제안한 인수가격보다 훨씬 높게 써냈는데도 결과는 그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싼 가격에 낙찰됐다. 앞으로 시장 전반에 한 번 더 M&A 흐름이 있을 것으로 본다. 인수금액을 과도하게 지불한 기업들이 자금부담으로 토해낼 가능성도 있다. 외부 전문가를 기용하는 등 제2의 기회를 노리고 역량을 비축하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에 열의가 대단하다고 들었다.

▶요즘은 해외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카자흐스탄, 베트남, 호주, 남미 등은 매력 있는 시장이다. 이들 시장에서 현지기업 M&A 가능성도 보고 있다.

[정리 = 김주영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