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Non-GMO 쓰고도 표시 못 한다"…완전표시제 앞둔 식품업계 ‘부글’
간장류 12월 31일 우선 시행 예고…최종 고시 지연에 현장 부담
식약처 Non-GMO 표시 ‘0% 불검출’에 업계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
비의도적 혼입 리스크에 표시 포기 우려…소비자 알권리 왜곡 지적도
- 등록2026.06.24 16:50:3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올해 12월 31일 간장류를 시작으로 ‘유전자변형식품(GMO) 완전표시제’가 품목별 단계적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식품업계에서는 Non-GMO 표시 기준의 현실성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의 알권리 강화를 위해 GMO 원재료 사용 표시를 확대한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Non-GMO 원료를 사용하는 국내 업체들은 현행 ‘불검출(0%)’ 기준에 막혀 관련 표시를 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GMO 표시 대상은 넓어지는 반면 Non-GMO 표시는 높은 입증 문턱에 묶이면서 소비자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시행까지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최종 고시와 세부 설명자료가 확정되지 않아 현장의 준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포장재 교체와 재고 소진 계획을 세워야 하는 업체들로서는 표시 기준이 늦어질수록 비용 부담과 혼선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 원료는 Non-GMO인데 제품엔 못 쓴다…‘0% 불검출’ 기준 논란
가장 큰 쟁점은 Non-GMO 표시 기준이다. 최종 제품에 ‘Non-GMO’ 또는 ‘무유전자변형식품’이라는 문구를 사용하려면 현행 기준상 GMO 성분이 완전히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본지 질의에 Non-GMO 표시 기준과 관련해 현행 ‘불검출(0%)’ 기준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확인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현재 Non-GMO 표시는 원재료 함량이 최종 제품 기준 50% 이상이어야 하고, 비유전자변형임을 입증하는 구분유통증명서 등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최종 제품에 GMO가 비의도적으로 혼입되지 않았음을 시험·검사성적서 등을 통해 입증 할 수 있는 경우에만 영업자 책임하에 표시할 수 있다.
결국 원료 단계에서 비유전자변형임을 입증하는 서류를 갖추더라도, 최종 제품 단계에서 GMO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야만 Non-GMO 표시가 가능한 구조다.
업계가 반발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Non-GMO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재배·수확·운송·보관 과정에서 미량 혼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데, 최종 제품에 대해 ‘0%’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특히 올해 말 우선 시행 대상으로 예고된 간장류의 경우 업계 상당수가 Non-GMO 콩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비의도적 혼입 가능성 때문에 제품에 ‘Non-GMO’라고 표시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류업계 관계자는 “간장류는 대부분 Non-GMO 원료를 쓰고 있어 GMO 표시 의무화 자체로 라벨이 크게 바뀌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문제는 Non-GMO 원료를 사용하고도 Non-GMO 표시를 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입 단계에서는 비의도적 혼입치 3% 이내가 인정되는데, 제품에 Non-GMO라고 표시하려면 0%를 입증해야 한다”며 “국내 완제품 검사에서 0.1%나 0.3%라도 나오면 기준 위반이 되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는 표시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콩이 생산·유통되는 과정에서 바람, 인접 재배지, 운송·보관 환경 등에 따라 미량 혼입 가능성이 있다"며 "해외에서 Non-GMO 원료로 관리된 서류를 갖춰도 국내 기준이 불검출을 요구하면 리스크가 너무 커 사실상 표시를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비싼 Non-GMO 원료를 쓰고도 이를 제품에 표시하지 못하면 소비자가 오히려 GMO 원료를 사용한 제품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GMO 표시 의무는 강화되지만 Non-GMO 표시 문턱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시장에서 ‘표시한 제품’과 ‘표시하지 못한 제품’ 사이의 의미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 “표시 없다고 GMO는 아냐”라는 식약처…소비자 혼선 우려
식약처는 GMO 표시 제도와 Non-GMO 표시가 각각 별개로 운영된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GMO 표시 제도는 의무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Non-GMO 표시는 영업자가 일정 요건을 충족할 때 쓰는 자율 표시”라며 “Non-GMO 표시가 없다고 해서 GMO 원재료를 사용한 제품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소비자의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대국민 홍보를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바로 이 대목이 소비자 혼선의 핵심이라고 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트 매대에서 ‘Non-GMO’ 표시가 있는 제품과 없는 제품을 비교할 때, 표시가 없는 제품을 GMO 원료 사용 제품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Non-GMO 원료를 사용했더라도 한 업체는 검사 리스크를 감수하고 표시하고, 다른 업체는 기준 위반 우려 때문에 표시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표시 여부가 원료의 실제 차이가 아니라 기업의 리스크 부담 능력에 따라 갈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알권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표시 기준이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운영되면 오히려 혼선을 키울 수 있다”며 “Non-GMO 표시 기준도 현실 유통 구조와 함께 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 글자 하나 바꾸는데 수백만 원…최종 고시 지연에 속타는 현장
시행 준비 기간이 촉박하다는 점도 업계의 부담이다. 식약처는 지난 2월 최종 제품에서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검출되지 않더라도 원재료가 GMO인 경우 표시하도록 하는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은 간장류를 2026년 12월 31일부터 우선 시행하고, 당류 및 식용유지류는 2027년 12월 31일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시행까지 6개월가량 남은 시점에서도 세부 가이드라인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개정 절차는 현재 규제심사 등 후속 절차가 진행 중이다.
식약처는 “현재 행정예고 기간 중 제출된 의견을 검토하는 등 후속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제출된 의견은 제도 취지, 소비자 알권리, 업계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종 내용은 개정 고시 확정 과정에서 안내할 예정”이라면서도, 표시 문구와 표시 위치, 활자 크기 등은 현행 GMO 표시 기준과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식품 표시 변경이 단순한 문구 수정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포장재 디자인 변경, 동판 제작, 인쇄 발주, 기존 포장재 재고 소진, 유통기한 관리 등이 모두 맞물려 있어 현장에서는 최소 수개월 전부터 준비가 필요하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포장지가 바뀌면 인쇄 틀인 동판을 새로 제작해야 하는데, 비싼 것은 동판 비용만 수백만 원에 달한다”며 “글자 하나만 바뀌어도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수요 예측이나 재고 소진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포장재를 제때 소진하지 못하면 폐기 부담으로 돌아오고, 기준 확정이 늦어질수록 생산·품질·마케팅 부서가 매일 포장재 재고와 표시 문구를 두고 눈치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소비자의 알권리를 넓히겠다는 취지로 GMO 완전표시제가 추진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Non-GMO 표시 기준이 현실 유통 구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GMO 원재료 사용 여부를 더 투명하게 알리는 것과 별개로 Non-GMO 원료를 사용하는 업체들이 이를 합리적으로 표시할 수 있는 길도 함께 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표시제 확대가 소비자 알권리 강화로 이어지려면 ‘GMO 표시’와 ‘Non-GMO 표시’ 사이의 제도적 불균형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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