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배양육, 집에서도 만든다”…일본 대체식품 기술 상용화 박차

곡산 2025. 5. 18. 11:06
“배양육, 집에서도 만든다”…일본 대체식품 기술 상용화 박차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5.05.16 10:59

‘오사카 엑스포’ 신기술 전시…일본 식물성 대체육 460억 엔 규모
대체 해산물·유제품 등 다양화…식물성 치킨·갈비 등 해외 진출

“가정에서 직접 고기를 만드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지난 4월 13일부터 세계 각국의 기술력과 미래 사회에 대한 비전을 선보이는 오사카 엑스포가 열리고 있다. 여기에서는 오사카대학교, 시마즈제작소, 이토햄 등 일본의 6개 기업 및 기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배양육 관련 미래 기술도 선보이고 있다. 특히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가정용 인공 배양육 제조기기’다. 마치 전기밥솥으로 밥을 짓듯이, 가정에서 3D 프린터를 이용해 식용 마블링 고기를 직접 제조하는 미래의 식문화가 공개돼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코트라 오사카무역관에 따르면, 이 장치는 와규에서 채취한 근육, 지방, 혈관 세포를 각각 배양한 뒤, 3D 바이오 프린터 기술을 통해 직경 1mm 이하의 섬유 형태로 출력하고, 이를 배합해 실제 소고기와 유사한 형태로 재현한다. 근육과 지방의 비율은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으며, 고기의 질감, 향, 마블링 정도까지 세밀하게 구현할 수 있다. 심지어 체스판처럼 고기와 지방을 격자 형태로 배열하는 것도 가능하다.

 

해당 전시 관계자는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고령화와 농축산업 인력 부족, 기후 변화에 대응할 지속 가능한 축산 대안 마련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배양육 기술을 제시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밥솥으로 밥을 짓는 것처럼, 머지않은 미래에는 가정에서도 직접 고기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일본 내 대체식품 기술에 대한 관심과 상업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아직 초기화 단계다. 그렇다고 단순히 '트렌드'로만 생각할 수 없다. 인구 고령화·건강 중시·ESG 강화라는 사회적 흐름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성장 시장이란 것이 일본 현지의 평가다.

 

● 성장하는 일본 대체식품 시장

시드플래닝(Seed Planning)에 따르면, 일본의 식물유래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20년 346억 엔에서 2025년에는 463억 엔, 2030년에는 780억 엔에 이를 전망이다.

 

식물성 대체육은 201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일본 시장에 도입됐다. 이후 마루코메, 오오츠카식품, 마루다이식품, 켄코마요네즈, 큐피 등 대기업과 모스버거, 롯데리아 등 외식 체인, 그리고 세이유, 편의점 등 유통업체들이 잇따라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토햄, 닛폰햄 등 전통적인 식육 가공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식물성 육류를 넘어, 대체 해산물과 배양육, 식물성 유제품, 곤충 단백질 기반 제품 등 다양한 대체식품이 실험적으로 출시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환경보호, 건강 지향, 윤리적 소비라는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일본 대체식품 시장의 중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대체식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소비자 인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4년 11월 닛폰햄이 일본 전역의 20세 이상 남녀 63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체 단백질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누룩이나 해조류를 활용한 대체식품에 대한 인지율은 70~80%에 이르지만 식물성 식품과 배양육의 인지율은 40% 미만에 그쳤다. 또한 식물 기반 대체식품에 대해 “잘 알고 있다”라고 답한 332명 중 다수는 “맛이 없다”, “가격이 비싸다”라는 부정적 인식을 두고 있었다. 이는 일본 내에서 대체 단백질 식품이 아직 일반 소비자들의 식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제품의 기능성과 영양 가치, 환경적 이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이후 응답자들의 태도에 큰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설명을 들은 뒤 전체 응답자의 약 70%가 “섭취하고 싶다”, “일부라도 시도해 보고 싶다”라고 응답해, 적절한 정보 제공과 홍보 전략을 병행한다면 소비자 수용 가능성은 크게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일본 시장에는 식물성 대체육과 미래식품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기업들이 활동 중이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 넥스트 미츠(NEXT MEATS)는 세계 최초로 '식물성 규동'을 상업화한 기업이다. ESG, 푸드테크 기반의 글로벌 확장을 지향하며, 유럽·미국·동남아 등 해외 진출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대표 제품으로는 식물성 규동 고기, 식물성 갈비, 식물성 치킨, 식물성 참치 등이 있으며, 슬라이스 등 일본식 요리에 어울리는 형태로 개발해 현지 요리 활용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제로 미트(ZERO MEAT)는 오츠카제약의 식품 계열사로, 제약 기반의 연구 기술을 활용한 저콜레스테롤·건강 지향 대체육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 제품으로는 식물성 햄버거 패티, 식물성 소시지, 식물성 돈가스 등이 있다. “고기를 먹는 것 같은 만족감”을 표방하며, 비건이 아닌 일반 소비자도 타깃으로 설정해 대형 슈퍼와 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푸드테크 기업 데이즈(DAIZ)가 개발한 ‘미라클 미트’는 대두 기반 식물성 대체육으로, 식물 기반 육류 제품을 다양한 외식 브랜드와 B2B로 판매하고 있다. 상기 두 기업과는 달리, 일반 대중 소비자보다는 OEM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주요 파트너는 닛폰햄, 아지노모토, 패밀리마트, 마루하니치로 등이며, 이미 수십억 엔 규모 투자 유치를 받은 일본 내 대표 푸드테크 스타트업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