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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5% 관세’ 식품 업계 강타…개별 기업 대응 불가

곡산 2025. 4. 14. 22:04
트럼프 25% 관세’ 식품 업계 강타…개별 기업 대응 불가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5.04.14 07:56

정부 적극적 협상, 관세 인하 방안 제시돼야
농식품부, CJ·대상 등 주요 기업과 긴급 간담회
미국 K-푸드 최대 시장…전체 수출액 15% 차지
현지 공장 갖춰도 원재료·포장재 조달에 악영향
중소기업은 가격 경쟁력 상실로 수출 길 막혀
송미령 장관 “타격 최소화 강구…지원 정책 발굴”

“TF를 구성해 자체적으로 미국 법인과 검토할 예정입니다. 이 문제는 삼양식품만의 문제가 아닌 국내 식품업계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관련 기관과 협회, 식품기업들과 협력해 공동 대응할 방침입니다.”

지난 4일 라면박람회에 참석한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는 트럼프發 관세 문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각) 한국 수입 제품에 대해 관세 25%(10% 기본관세 + 1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K-푸드 수출에 적색불이 켜진 것이다. 미국은 K-푸드 최대 수출시장이다. 작년 수출액은 전년 대비 21.2% 증가한 15억9000만 달러에 달한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라면, 과자류, 쌀가공식품, 김치, HMR 등이 주로 인기를 끌며 K-푸드 전체 수출액 중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CJ제일제당, 대상, 풀무원, 빙그레, 파리크라상, 오리온, 한국인삼공사, 삼양식품, 올곧 등 식품기업 관계자들과 미국의 관세 강화 조치로 겪을 현장의 어려움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농식품부는 기업들의 수출 단가 완화를 위해 원료구매 자금 추가 지원, 농식품 수출바우처 및 수출보험 확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제공=농식품부)

올해 미국 시장을 보다 공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사업 계획을 세운 식품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눈에 띄는 곳은 삼양식품이다.

삼양식품은 작년 해외에서만 매출 1조 원 시대를 열었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전체 매출의 77%를 차지한다. 미국에선 전년 대비 127% 상승한 2억8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체 수출액의 25% 이상이다. 하지만 미국 생산공장이 없는 삼양식품은 앞으로 관세 25%를 고스란히 적용받을 수밖에 없어 수출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오는 6월 완공 예정인 밀양2공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공세를 펼칠 계획이었던 삼양식품은 미국 현지 생산기지 설립에 대해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결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지으라는 것인데, 현지 생산시설을 갖춘 식품기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CJ제일제당, 대상, 농심, 풀무원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이들 기업도 현지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주요 원재료나 포장재 등의 경우 한국에서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생산시설 계획조차 불가능한 중소 식품기업은 더 문제다. 작년 미국 시장에서 ‘김밥’ 열풍을 몰고 온 올곧을 보며 ‘제2의 올곧’을 기대하던 중소 식품기업들은 고민이 깊어지는 부분이다.

중소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K-콘텐츠의 인기로 미국 소비자들이 K-푸드를 소비하기 시작하며 대부분 중소 식품기업들도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중소 식품기업이 내세울 경쟁력은 ‘가격’뿐인데, 이 마저도 관세 문제로 사라진다면 미국 수출은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제공=농식품부)

이런 상황에서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8일 양재동 aT센터에서 CJ제일제당, 대상, 풀무원, 오리온, 삼양식품, 올곧 등 대미 수출 관련 주요 기업 16개사 관계자들과 상호관세 대응 간담회를 개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관세 문제는 외교적인 사안으로, 개별 기업의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관세 25%가 부과될 경우 미국 시장에서 살아남는 기업들은 없을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실무 협상을 통한 관세 인하 방안이 제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미령 장관은 “K-푸드 플러스가 작년 약 130억 달러, 올 1분기에 약 32억 달러라는 역대 최고 수출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수출기업, 유관기관, 정부가 ‘원팀(One Team)’으로 노력한 결과”라면서 “정부는 수출업계에 미칠 부정 영향 최소화를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할 분야는 무엇인지 발굴·검토해 정책에 반영하겠다. ‘민·관 수출 원팀’이 ‘상호관세’의 파고를 넘을 수 있도록 수출기업들과 함께 해법을 찾고, 수출기업이 필요로 하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수출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하고 리스크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원료구매 자금 추가 지원, 농식품 수출바우처 및 수출보험 확대를 검토하고, 특히 시장 다변화를 위한 유통업체 연계 판촉, 현지 박람회 참가, 온라인몰 한국식품관 입점 등의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비롯한 70여 개국의 국가별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10%의 기본 관세만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도 90일간은 기존 25%에서 10%로 낮아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