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호 기자
- 승인 2025.03.21 15:38
콤부차 인기…비타민워터·허브티 등 기능성 음료도 성장
대형 마트 무가당 주스·단백질 스무디·차 음료 등 판매
미국·유럽서 논알코올 칵테일 등 제공하는 팝업 바 등장
프랑스 무알코올·와인 맥주 출시…생산량 늘고 기업 인수
전 세계적으로 논알코올‧무알코올 음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금주 문화 확산을 넘어, 건강을 고려한 소비 패텬의 변화와 맞물려 있으며, 이제는 해당 음료가 단순한 대체재가 아닌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이들을 겨냥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시장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최근 음주 문화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예가, 미국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크게 자리잡고 있는 ‘소버 리빙(Sober Living)’이다. 과거 절제나 개인적인 선택으로 여겨졌던 “술에 취하지 않는, 차분한”을 의미하는 ‘소버 리빙’이 이제는 건강과 웰빙을 중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러운 생활 방식이 되고 있다.
아울러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에서는 술을 마시는 것이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며 새로운 소비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논알코올 바와 소버 소셜 스페이스(Sober Social Spaces)가 빠르게 늘어나는 등 술 없이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사교 활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유럽에서도 잘 나타난다.
2011년부터 영국에서 시작한 금주 캠페인인 ‘드라이 재뉴어리(Dry January)’가 유럽에서도 크게 퍼지고 있다. 1월 한 달만이라도 금주를 실천하자는 이 운동은 2025년 현재 프랑스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18세 이상 프랑스인의 50%가 이 캠페인에 참여했으며, 41%는 2025년 내내 알코올 섭취를 절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프랑스에서 무알코올 음료를 즐기는 비율은 28%에 달하며, 26~35세 연령대가 전년보다 5% 늘어난 41%를 차지하는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무알코올 음료 소비가 늘고 있다.
● 미국, 술 없는 즐기는 ‘소버 리빙’
◇소버 리빙…건강과 웰빙을 위한 선택
코트라 LA무역관에 따르면, 소버 리빙을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다. 술이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숙취 없이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수면의 질을 개선하며, 장기적으로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Z세대는 특히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술을 완전히 끊지는 않더라도 음주를 줄이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탐색하는 개념이다. 이들은 사회적 압력에 의해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필요에 따라 음주 여부를 선택한다. 소셜 미디어에서도 ‘소버 토크(Sober Tok)’ 같은 해시태그를 통해 젊은 세대가 술 없는 삶의 장점을 공유하고 있다.
◇건강 음료 시장의 성장
소버 리빙을 실천하는 젊은 세대들은 술을 대체할 건강한 음료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프로바이오틱스가 풍부한 발효 음료인 ‘콤부차’다. 이는 장 건강을 돕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존 탄산음료보다 건강한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닐슨 코퍼레이션에 따르면, 미국 콤부차 시장은 2023년 7억75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연간 7.4%의 성장을 기록했다.
또한 면역력 강화, 피로 회복, 집중력 향상 등을 목표로 한 기능성 음료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비타민 워터, 콜라겐 음료, 허브티 기반 음료 등이 인기를 끌면서 젊은 소비자들은 단순한 수분 보충이 아니라 ‘몸에 좋은’ 음료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술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셀프 케어의 일환으로서 논알코올 음료를 선택하고 있다.
◇소버 문화를 반영한 새로운 공간 등장
이러한 트렌드는 미국 현지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홀푸드 마켓과 레이지 에이커스 마켓 등 미국 프리미엄 식료품점에서는 논알코올 음료 코너를 강화하며 건강한 대체 음료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홀푸드 마켓에서는 기능성 탄산수, 차 기반 음료, 식물성 단백질이 함유된 스무디 등 건강을 고려한 음료가 주요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레이지 에이커스 마켓의 경우,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논알코올 와인, 무가당 유기농 주스, 슈퍼푸드 스무디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특히 콤부차의 종류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이와 함께 소버 큐리어스 문화의 확산 속에서 논알코올 바와 소버 소셜 스페이스가 미국과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새로운 사교 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의 ‘리슨 바(Listen Bar)’는 술 없이도 바 특유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음악과 독창적인 논알코올 칵테일을 제공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LA에는 소버 리빙 문화를 반영한 다양한 논알코올 팝업 바가 등장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곳이 ‘바 누다(Bar Nuda)’다.
바 누다는 LA에서 유일한 멕시코풍 논알코올 팝업 바로, 기존의 음주 문화를 재해석하며 새로운 형태의 사교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바 누다는 단순히 술이 없는 칵테일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웰빙과 치유를 위한 음료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핵심이다. 각 음료는 단순한 맛 이상의 기능적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손님들이 원하는 기분과 효과에 맞춰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소버 리빙,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을까?
소버 리빙은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는 중요한 흐름 중 하나다. 술이 없는 공간에서도 충분히 재미있고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소버 리빙을 선택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산업과 문화도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더욱 다양한 논알코올 음료가 출시되고, 논알코올 바와 소셜 스페이스 등 이를 즐길 수 있는 물리적 공간도 늘어나면서 소버 리빙이 안정된 문화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과 브랜드들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논알코올 제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등 해당 품목이 어느새 미국 주류 시장 활성화의 중심이 되고 있으며, 앞으로 그 역할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 프랑스, 와인 문화를 변화시키는 ‘무알코올’
코트라 파리무역관에 따르면, 친환경과 웰빙의 가치가 부상하면서 전통적인 와인 문화의 본고장인 프랑스에서도 점점 무알코올 음료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도 이러한 트렌드에 적극 뛰어들어 기존 알코올음료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을 출시하며 적극 대응하고 있다.
◇젊은 층이 이끄는 시장
프랑스에서 무알코올 음료의 인기는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 프랑스인의 28%가 무알코올 혹은 저알코올 음료를 즐긴다고 답변했으며, 이 중 41%가 26~35세 연령대 소비자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5% 증가한 비율로, 무알코올 음료 시장의 성장세를 방증한다. 소비자들이 무알코올 음료를 선택하는 이유로는 △알코올 섭취를 줄이기 위해(52%) △건강을 고려해서(41%) △맛이 좋아서(41%) 등이 꼽혔다.
프랑스 내 무알코올 음료의 인기가 늘면서 기존 와인 전문점에서도 무알코올 와인은 물론 무알코올 맥주, 칵테일까지 다양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 현지 와인 업계 관계자는 “3~4년 전까지만 해도 무알코올 와인을 찾는 소비자가 거의 없었으나, 최근에는 매장 내 별도의 진열대를 마련할 정도로 수요가 늘고 있다. 또한 무알코올 와인이 알코올 와인보다 가격이 저렴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더 고급스럽고 일반 와인에서 맛볼 수 없는 새로움을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맥주가 시장 주도
현재 프랑스 무알코올 음료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은 무알코올 맥주로, 전체 무알코올 음료 소비량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또 소비자들은 더욱 다양한 무알코올 음료를 원하고 있으며, 이에 제조 기업들은 무알코올 맥주뿐만 아니라 와인, 증류수, 덜 무거운 라이트 와인 등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무알코올 음료와 음식을 매칭하는 ‘무알코올 페어링’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종교적 이유, 운전, 임신 등 다양한 이유로 금주해야 하는 소비자들에게 만족스러운 식사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아이디어로, 점점 더 많은 레스토랑에서 이를 도입하고 있다.
◇창의적 무알코올 음료 시장의 확대
프랑스의 음료 시장도 더욱 창의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무알코올 맥주와 와인 외에도 향신료, 허브, 뿌리, 차 등을 활용한 다양한 논알코올 칵테일이 등장하고 있으며, 고급 무알코올 음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럭셔리 소비재 기업인 LVMH 그룹은 2024년 10월, 논알코올 스파클링 와인 스타트업 ‘프렌치 블룸(French Bloom)’의 지분 30%를 인수했다. 프렌치 블룸은 2019년 설립된 프리미엄 무알코올 스파클링 와인 제조 기업으로, 현재 30개국 이상에 진출해 있으며 설립 이후 매년 두 배씩 생산량을 늘려 2024년에는 약 50만 병을 생산했다.
또한 2020년 설립된 무알코올 음료 전문 기업 모데라토(Moderato)는 2023년 판매량이 35만 병에 근접했으며, 2024년 판매량은 전년 대비 3배 이상이라고 밝혔다. 2024년 10월에는 300만 유로 규모의 투자유치도 발표했다. 모데라토의 설립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알코올 제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긍정적인 음주 이미지’ 형성을 위해 마케팅, 패키징,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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