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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요식업 성장 둔화…생존 전략은?

곡산 2025. 3. 22. 21:38
중국 요식업 성장 둔화…생존 전략은?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5.03.21 15:38

등록 기업 357만 개로 전년비 13.7% 감소
베이커리 건강 내세워 저칼로리에 당류 대체
‘벨로코’ 한식 정체성 유지하면서 고급 서비스
서양 메뉴를 마파두부·베이징덕 버거로 변형
풍부한 브랜드 경험 제공 위해 인테리어 강화
 

중국의 요식업 시장이 도시화와 중산층 확대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차별화된 전략이 필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혁신과 전략적 현지화의 융합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코트라 상하이무역관에 따르면, 중국 요식업 시장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4년 중국 요식업 매출은 5억5000만 위안을 돌파하며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이는 최근 2년간 사회소비품 및 상품 소매 증가율을 넘어선 수치지만, 2023년 요식업 매출 증가율이 20.4%인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또한 요식업계의 신규 투자 규모는 여전히 거대하지만 증가 속도는 떨어지고 있다. 치차차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 중국 요식업 기업 수는 1600만 개를 초과했다. 이는 전년 대비 7.8% 증가한 수치이다. 하지만 2024년 전국 요식업 신규 기업등록 수는 357만4000개로, 전년 대비 13.7% 감소했다. 이는 최근 5년 이래 첫 역성장으로, 요식업 투자자들이 점점 신중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 요식업 시장이 저성장에 직면하고 있음을 암시하며, 향후 시장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소비 트렌드와 경제 환경의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할 필요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현지화 전략, 건강 및 품질 중심의 제품 개발, 정서적 체험을 제공하는 마케팅 등이 필수적인 요소로 꼽히고 있다.

 

◇건강과 투명성 강조

코로나 이후 건강에 대한 수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현지 소비자들은 식재료의 신선함과 건강 보장, 감칠맛 나는 식감을 음식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경쟁이 심화되면서 ‘품질 추구’가 새로운 경영전략으로 부각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상하이를 중심으로 중국 전역에 사업을 확장 중인 중식 패스트푸드 브랜드 다미센셩은 브랜드 고도화 전략으로 ‘신선 즉석 볶음’을 채택했다. △전 매장 직화 조리 시스템 △밀폐식 주방에서 오픈 주방으로 전면 전환 △재가공 식품 및 복합 조미료 사용 금지 △육류 ·채소 당일 입고 보증 등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며, 특히 ‘현장 볶음’ 프로세스의 가시화를 위해 매장 면적의 40%를 전용 오픈 키친으로 구성했다. 고객들은 실시간으로 조리 장면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고객들이 다미센셩을 선택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베이커리·밀크티 시장에서도 ‘건강트렌드’를 앞세우고 있다. 중국 제빵계의 떠오르는 기업 ‘허숴’는 건강 베이킹 전략으로 △당류 대체 솔루션 △저칼로리 △항산화 △구강 관리 및 혈당 관리를 내세우고 있다. 건강한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수소화 지방, 수소화 식물성 기름, 마가린 등은 사용하지 않는다.

동양의 스타벅스를 목표로 하는 중국 밀크티 기업 ‘빠왕차지’는 프리미엄 원료 관리를 주요 경영 전략으로 한다. 약 180만 ㎡의 자체 차밭을 운영하는데, 이는 세계 최대 우롱차 단일 재배 단지에 속한다. 또한 유기 인증 3중 관리 체계와 신선유통 체계를 구축했으며, 칼로리 표시와 영양성분 QR 코드 제공을 통해 인기를 끌고 있다.

건강 트렌드를 잘 활용한 퓨전 한식 사례도 있다. 벨로코(Belloco)의 경우, 한식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건강 트렌드에 맞춘 ‘로우 앤 슬로우’ 요리를 도입해 차별화된 전략으로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단순한 맛을 넘어, 플레이팅과 고급 서비스를 통해 세련된 식사 환경을 제공하며 현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한식 경험을 선사한다.

 

◇현지화 전략 강화

최근 중국에서는 비(非)1선 도시의 현지 브랜드들이 지역 대표 주자로 급부상하며 전국적으로 확장에 나서고 있다. 타 지역에서도 중국 각 지역의 특색있는 진미를 맛보고자 하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충칭(重庆), 창사(长沙), 청두(成都)의 브랜드들은 지역 특색의 전통 기반에 혁신을 더해 “SNS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으며, 이는 향후 전국 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초기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전통적인 서양 음식도 중국의 맛을 더해 새로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서양식 햄버거는 중국식 빵과 속 재료를 사용해 마파두부 버거, 베이징덕 버거 등 신메뉴로 탄생했다. 커피는 차, 꽃, 과일, 곡물, 백주(白酒) 등과의 조합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맛을 제공한다. 중국 내 많은 카페들은 커피에 중국 전통 차의 향을 가미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미각 경험을 제공한다.

△중국 요식업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저성장에 직면해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지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혁신과 전략적 현지화의 융합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사진은 1970~80년대를 거리를 재현해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슈퍼문화우' 전경. (사진=따종디엔핑)
 

◇정서적 체험 중시

소셜 미디어 시대에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은 단순히 음식의 기능적 가치를 넘어, 식사 환경부터 식기, 음식의 색감과 구성까지 관심을 가진다. 또 소비자들은 풍부한 브랜드 경험을 추구하고, 그에 따라 레스토랑은 점점 분위기 연출, 즉 ‘인테리어’에 중점을 두고 있는 추세다.

창사에서 시작된 문화 외식 브랜드 ‘슈퍼문화우’는 인테리어 과정에서 시간을 재구성했다. 벽돌 하나하나부터 각종 포스터까지 세세하게 신경쓰며 70~80년대의 창사를 재현했다. 이를 통해 ‘음식=향수’라는 새로운 공식을 내세우며 소비자들과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선전 외식 브랜드 ‘농경기’는 공간을 재구성했다. 선전에서 외지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후난 출신 이주민들을 위해 후난의 전통 마을을 그대로 재현하며 독특한 공간을 선보였다. 지붕의 볏짚, 벽에 걸린 농기구, 대나무로 엮은 바구니 등 소품들까지 후난에서 공수해 후난 시골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재현했다.

시간과 공간의 재구성을 넘어 업종의 벽을 뛰어넘는 ‘콜라보레이션’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중국 최대 커피 체인점 루이싱 커피는 2023년 고급 고량주인 마오타이가 들어간 ‘장샹라떼’를 출시했는데, 하루 만에 540만 잔 이상이 팔리며 이목을 끈 바 있다. 유명 밀크티 브랜드 헤이티(HEY TEA)는 2023년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FENDI)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FENDI해피옐로’ 음료를 출시 후 첫 주 판매 기록을 경신했으며, 지금까지도 샤오홍슈 플랫폼에서 1만 건 이상의 관련 게시물을 검색할 수 있다. 이후 2024년 11월에는 일본의 유명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와 손잡고 “세계에 파도를 더하다”라는 콜라보레이션 행사를 진행하며 금속 액세서리, 머그컵 등 다양한 아트 굿즈를 선보였다.

이처럼 요식업과 타 업종 브랜드 간의 결합은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새로운 차원의 소비문화를 창출하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편 무역관이 인터뷰한 현지의 한 전문가는 “중국 요식업 산업은 기회와 도전이 공존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중국 요식업 시장의 급변 속에서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은 기술 혁신을 통해 이루어진 효율성 강화와 문화·소비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수립한 차별화된 현지화 전략을 결합하는 것에 있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무역관도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혁신이라고 밝혔다. 특히 중국 시장 진출에 관심이 있다면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과 문화를 반영한 메뉴 개발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퓨전 또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소비자 니즈를 맞추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신선한 재료와 건강한 조리법을 강조하는 것은 소비자를 유치하는 마케팅 전략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치열한 시장 경쟁에 맞서기 위해 디지털 전환 및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를 통해 운영 능력을 강화해야 하며, 정서적인 체험을 선호하는 현지 소비자를 고려했을 때, 한류의 영향력을 활용해 한식을 단순한 음식이 아닌 문화적 경험으로 승화시키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