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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 달라스무역관 이재인
- 2023-07-05
- 출처 : KOTRA
저탄소, 美 식품업계 핵심 키워드로 부상
차별화된 제품과 탄소 저감으로 변화하는 수요 대응해야
지난 몇 년간 인류가 맞닥뜨린 전례 없는 전염병인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동안, 세계 각지에서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인한 기록적인 더위가 계속되는 등 심각한 환경문제들이 연이어 발생함과 동시에, 복잡·다양화된 현대사회에서는 구성원 간의 불평등, 빈곤, 인권유린과 같은 문제들이 점차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에, 그동안 무차별적인 개발로 환경 오염을 야기하고, 값싼 노동력을 착취해 이윤을 창출하던 기업들에 재무적 성과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이 야기한 환경·사회 문제들을 직접 해결토록 하고, 친환경 생산, 판매, 경영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앞장서며, 경영 전반에 투명성을 강화하게 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 경영의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ESG에서도 가장 부각되고 있는 ‘환경’ 요소
ESG의 보편화에 힘입어 최근 미국 식품업계에서 부상하고 있는 키워드로 ‘저탄소’와 ‘지속가능’을 빼놓을 수 없다. 과거 탄소 저감이 철강, 석유화학 등 직접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이른바 ‘굴뚝산업’에서 달성해야 할 목표로 인식됐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연구진이 2021년 9월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육가공식품 제조의 근원인 축산업을 시작으로 사료 및 기타 가공식품 제조, 포장 및 완제품 유통 단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식품산업 전반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5%에 해당하는 약 173억 톤에 달하며, 이 중 약 60%가 육류에서 비롯한다고 한다. 이렇듯 육류와 간편식품 소비 증가와 같은 취식 및 소비 행태 전환으로 인해 식품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날로 심각해짐에 따라 미국 식품업계 또한 식품 생산 및 유통 전 단계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지속 가능한 식품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전통적 ‘고탄소’ 식품 기업들의 탄소 다이어트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소비자들의 밥상에 일어난 대표적인 변화로 식물성 단백질 및 유제품에 대한 수요를 들 수 있다. 비욘드미트(Beyond Meat), 임파서블푸드(Impossible Foods)와 같이 동물성 고기를 정교하게 모방한 대체육 제품들이 우리의 식생활이 환경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힘입어 미국의 대표적인 육가공업체인 타이슨푸드(Tyson Foods)나 스미스필드푸드(Smithfield Foods) 또한 식물성 원료 기반의 대체육 제품 브랜드를 따로 론칭해 소비자들에게 치킨너겟, 소고기패티와 같은 전통적인 인기 제품들을 대체하는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는데, 이는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취식패턴에 대응하는 동시에 자사 육류 제품 생산을 위해 사육 및 과정 중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일정 규모 상쇄하는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의 전통적 육가공 업체에서 생산한 식물 기반 대체육 상품>
주: 두 업체는 각 미국의 전통적 육가공 업체인 타이슨푸드와 스미스필드푸드의 별도 브랜드임.
[자료: Raised and Rooted, Pure Farmland]
또한, 콩·귀리·견과류 등 식물을 추출해 만든 대체 유제품 또한 최근 그 비중을 점차 늘려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오트밀크(Oat milk, 귀리유)가 가장 각광 받고 있어 이를 기회로 미국의 대표적인 요구르트 생산회사인 초바니(Chobani), 탄산음료 펩시(Pepsi)로 유명한 펩시코(Pepsico), 다국적 유제품 기업인 다농(Danone)과 네슬레(Nestle)처럼 기업형 농장과 공장식 음료 생산으로 인해 탄소 배출에 큰 기여를 하던 회사들도 미국 시장에 경쟁적으로 오트밀크를 출시했다. 이처럼 전통적인 ‘고탄소’ 배출 기업들의 친환경, 저탄소 제품군 확장은 결과적으로는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기업의 ESG 가치를 실현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기도 한다.
탄소 배출 정보를 수치화해 공개하는 탄소 라벨링(Labeling)
한편, 소비자들의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점차 구체적인 평가 기준이 요구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등장한 것이 탄소 라벨링, 또는 탄소발자국(Carbon Foot Print) 표기다. 탄소 라벨링은 제품 겉면에 제품의 생산, 운송, 판매, 폐기되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구체적으로 표시하며 기존에 존재하는 수많은 친환경마크나 유기농, 동물실험 반대 크루얼티프리(Cruelty-free) 마크들처럼 근본적으로 환경을 고려하고 소비자향 정보 제공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제품의 생애주기를 고려해 생산부터 폐기까지의 구체적인 탄소 배출량을 명확한 수치로 표기한다는 점에서 기업에는 배출수치 감소에 대한 목표 설정을 장려하고 소비자들에게는 동일 제품군 내에서 좀 더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쉽게 식별해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한다.
현재 미국에서 시판되는 식품 제품 중 탄소 라벨을 부착한 기업으로는 식물성 귀리음료를 판매하는 오틀리(Oatly)가 있다. 오틀리는 올해 2월부터 북미 지역에서 오프라인으로 판매하는 요거트 제품에 제품군에 미국 식품 최초로 탄소 라벨링을 도입했는데 제품 1㎏당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환산량(Carbon dioxide equivalent, CO2e)*를 정확히 수치화해 겉면에 노출했다. 한편, 오틀리는 오는 2025년까지 자사 인기제품인 오트밀크를 포함한 12개 제품라인에 탄소 라벨링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주*: 다양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등가(等價)의 이산화탄소량으로 환산한 수치
<오틀리 요거트 제품의 탄소 라벨링>
[자료: Oatly]
실제로 이런 라벨링은 소비자들을 저탄소 배출 음식으로 유인하게 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23년 1월 존스홉킨스대에서 발표한 ‘환경 라벨링에 따른 패스트푸드 메뉴 선정 영향 조사’에서 피실험자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높은 영향(High climate impact)’ 라벨이 붙은 소고기버거 대신 비소고기 함유 메뉴를 선택하는 경우가 라벨링 없는 메뉴에서 음식을 선택하는 대조군에 비해 23%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서는 향후 환경과 기후변화, 탄소배출 등에 대한 경고적 라벨링이 소비자들에게 지속 가능한 음식 선택을 장려하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에서는 영양 성분표(Nutrition facts)가 식품의약국(FDA)에 의해 체계적이고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처럼 제품별 탄소 라벨링에 대한 전 국가적 표준 및 의무는 없지만 영양 성분뿐 아니라 내가 먹는 음식에 대한 환경적 영향 또한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커짐에 따라 샐러드 전문 프렌차이즈인 저스트샐러드(Just Salad)와 베이글, 샐러드 등을 판매하는 파네라브레드(Panera Bread), 맥시코 음식 프렌차이즈 치폴레(Chipotle) 등이 자발적으로 메뉴별 탄소 배출량을 공개하고 있다.
탄소 배출량 관련 정책적 움직임
한편, 최근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미국 최초로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대해 탄소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이 2023년 6월, 주 상원을 통과해 주지사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전에도 일부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전력회사나 산업시설 및 연료 공급업체에 대해 주내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보고 하도록 요구하는 법률이 있었지만, 최근 통과된 법안에서는 업종과 상관없이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탄소 정보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식품업계를 포함, 산업 전반적으로 탄소 배출량 공개에 대한 요구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美 캘리포니아주 기업 탄소 배출량 공개 관련 최근 입법 현황>
번호 | 법안명 | 주요 내용 |
SB 253 | 기후기업데이터책임법 (Climate Corporate Data Accountability Act) |
캘리포니아주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 기업에 대해 탄소 배출량 의무적 공개 요구 |
SB 261 | 기후관련금융위험법 (Climate-Related Financial Risk Act) |
캘리포니아주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연 매출 5억 달러 이상 기업에 대해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재정적 위험을 다루는 재무 위험 보고서(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TCFD) 제출 요구 |
[자료: 캘리포니아주 정부]
캘리포니아의 탄소 배출량 공개 요구 법안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내놓은 미 증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탄소 배출량 의무 공시 기준과 같이, 기업의 직접 배출량(Scope 1)과 에너지 사용에 대한 간접 배출량(Scope 2)에서부터 궁극적으로 회사 가치사슬 전반에서 생성되는 배출량(Scope 3)까지 모두 포함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기후 위험 관리(Climate risk management) 관련 전략, 기존 목표 및 달성 계획 등 SEC 기준의 모든 요소를 포함하지는 않지만 최초의 주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책임 요구라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며, 뉴욕주에서도 SB 253과 비슷한 내용의 법안인 기후기업책임법(Climate Corporate Accountability Act, S897)이 올해 초 발표된 바 있어 기업의 탄소 배출 및 정보 공개 확산에 대해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시사점
이렇듯이 식품 기업을 포함한 미국 산업 전반에 ESG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환경(E) 요소는 소비자들의 인식 제고와 관련 규정 강화로 기업을 평가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힌 만큼 미국에 진출하려는 우리 식품기업에도 탄소 배출 저감에 대한 요구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KOTRA 달라스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한 현지 유기농 식품기업 구매 담당자는 실제로 기존의 육류 위주의 식단에서 벗어나 채식 또는 대체육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저탄소·친환경 농축산물을 활용한 건강한 먹거리 제품들이 앞으로 미국 시장에서 그 반경을 확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아직은 법령으로 구체화된 바 없으나, 앞서 언급한 탄소 배출 라벨링에 대해서도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확산 움직임 및 정책 동향을 파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자료: Nature, Raised and Rooted, Pure Farmland, Johns Hopkins university, Bloomberg, Oatly, Watershed, State of California Office of Governor, U.S. Green Building Council 및 KOTRA 달라스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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